싫어하는, 혐오하는 일상
전경린 작가의 2014 한국일보 문학상 수상작
1. 분량과 단락장
A4용지 34매 중편에 가까운 분량.
-. 주인공 윤미소의 이름, 꿈에 대한 이야기.
-. 남편의 꿈, 남편과의 평범한 일상.
-. 주인공은 일상 중 갑자기 낯선 남자로부터 염소를 나흘만 돌봐달라는 부탁의 전화를 받았다.
-. 주인공이 사는 아파트 이층 집에서 밥을 얻어먹으려고 하는 이상한 삼층 청년이 있다. 늘 박쥐우산을 들고 밥을 얻어먹으러 돌아다닌다.
-. 친구 정연과의 대화. 자아주의자와 영혼의 성소인 염소에 대한 이야기. 둘의 대화는 서로 다른 방향으로 어긋난다. 다른 친구들과의 대화도 마찬가지다. 주부에 대한 하소연으로 끝나지만 해결방법은 없다.
-. 주인공은 과외지도를 구한다는 광고를 지면에 실었는데, 오는 연락은 엉뚱한 사람으로부터, 그저 염소를 맡아달라는 연락뿐이었다.
-. 염소가 도착했다. 아이는 염소를 보고 처음에는 약간 놀랐으나 크게 개의치는 않았다. 밤늦게 들어온 남편은 염소를 내쫓았고 주인공은 염소를 보러 밖으로 나간다.
-. 주인공은 때때로 염소를 몰다가 밤에는 구석 나무에 묶어두었다. 주변 사람들의 이상한 시선이 느껴졌다.
-. 주인공은 염소를 데리고 다니다가 졸음이 밀려와 벤치에서 잠에 든다.
-. 긴 꿈을 꾼다.
-. 부동산에 전화해 한적한 시골집을 알아본다.
-. 문 앞에서 박쥐우산을 갖고 다니는 청년과 마주친다. 알고 보니 밤에 이 청년이 염소를 산책시켜주고 있었다.
-. 염소를 맡긴 남자에게는 닷새째 연락이 없었다. 다른 집 주민에게 염소 냄새에 대한 항의를 받았다. 게다가 제일 가까이 있는 남편과도 각자 서로의 냄새에 대한 불만을 이야기하며 싸운다.
-. 꿈 이야기인 듯 한 서사가 이어진다.
-. 남편에게 다른 여인의 냄새가 느껴지는 것은 하루이틀 일이 아니었다.
-. 염소가 온 지 열흘쨋날이다. 잠에서 깨자 비가 오고 있었고 문득 염소가 걱정되어 밖으로 나갔다.
-. 청년에게 우산을 받아서 염소와 걷기 시작한다.
2. 느낌
-. 상징적이고 몽환적인 소설이다. 주인공의 입장에 몰입해서 그녀의 꿈과 현실에 몰입하며 읽었다. 염소라는 설정을 이용해서 우리의 통념과 관념에 전면적으로 돌파하여 주는 서사구조가 탁월했다.
3. 좋은 부분
두 번 읽고 세 번째 읽어보니
첫 단락,
주인공 윤미소의 소박하지만 그 소박함도 이루기가 참 어렵다는 생각이 잘 느껴져서 좋았다. 주인공 이름의 유래 역시 그렇고, 웨이트리스가 되고 싶었던 꿈과 고양이를 키우고 싶었다는 바람들이 절대로 어렵지는 않은 소망들이지만 결국 결혼해서 가정주부로 살다가 염소를 키우게 되는 말도 안 되는 상황까지 가면서 그것이 우스꽝스러운 삶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4. 좋은 직유 문장
마지막 단락
-. 언제까지 벼랑 끝에 배를 붙이고 심연을 내려다보고 있을 수는 없다. 나아가기 위해서는 끊긴 길 앞에서 두 눈을 감고, 두 귀도 닫고 자신의 본질을 향해 어느 순간 훌쩍 뛰어내리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뛰어내려본 사람은 알게 될 것이다. 있는 것과 없는 것 사이의 심연 속에 현실보다, 현실보다도 더 강한 구름의 다리가 있다는 것을. 자신의 숲을 향해 가는 구름처럼 가벼운 구름의 다리..
5. 가장 싫어하는, 혐오하는 일상성
-. 정치, 사회, 경제에 휘둘리는 일상이 혐오스럽다. 주도권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철저하게 그것을 이용하고 대중은 그것에 이용당한다. 대기업과 자본주의에 굴복하는 삶 또한 혐오하는 일상이라서, 그것에 순응하는 스스로에게 종종 굴욕감이 느껴진다. 하루하루 굴욕을 느끼며, 한편으로는 감사를 느끼며 모순적으로 삶을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