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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라 병아리

by 부소유 Mar 15. 2025

뺑뺑이로 학교가 갈리던 학창 시절, 어떤 친구와 국민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함께 다녔다.


그는 내게 둘도 없는 죽마고우, 십년지기였다.

애초에 활달했던 그 친구는 소극적인 나의 내면을 이끌어내며 흔들던 친구였다.

게다가 국민학교 시절부터 다른 친구들에 비해 철학적인 친구였다.

지금 와서 보면 개똥철학이지만 말이다.


대학시절에 그와 내가 주축인 그룹사운드 밴드를 결성했다.

연습을 해서 공연을 했다.

내가 기타 연주를 하고 그가 노래를 했다.


그야말로 손가락에 터지도록 피나게 연습해서 그와 공연했던 첫 곡이 신해철의 [날아라 병아리]다.

병아리 얄리의 죽음으로 삶과 죽음을 배운 노래다.


그 친구의 선곡이다.

지금 와서 가사를 읽어 봐도 역시나 대단한 곡이다.


그 친구는 서른 즈음에 세상을 떠났다.

해철이 형도 세상을 떠났다.


희귀병을 앓던 친구라서 죽음을 예감했지만, 그럼에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내면에서 끓어오르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사실 글 쓰는 직업은 그의 꿈이었다.

어쩌면 나는 그 친구가 없이 오랜 세월이 지나서 그의 꿈을 대신 만들고 싶어 했는지도 모른다.


숙명이고,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가사를 필사하고 좋아하는 해철이 형 라이브 버전 링크를 걸고 짧은 글을 마친다.



-가사

육교 위의 네모난 상자 속에서..

처음 나와 만난 노란 병아리 얄리는

처음처럼 다시 조그만 상자 속으로 들어가..

우리 집 앞뜰에 묻혔다.

나는 어린 내 눈에 처음 죽음을 보았던..

1974년의 봄을 아직 기억한다.

내가 아주 작을 때

나보다 더 작던 내 친구

내두손 위에서 노래를 부르면

작은 방을 가득 채웠지

품에 안으면 따뜻한 그 느낌

작은 심장이 두근두근 느껴졌었어

우리 함께 한 날은

그리 길게 가지 못했지

어느 날 얄리는 많이 아파

힘없이 누워만 있었지

슬픈 눈으로 날갯짓하더니

새벽 무렵엔 차디차게 식어있었네

굿바이 얄리 이젠 아픔 없는 곳에서

하늘을 날고 있을까

굿바이 얄리 너의 조그만 무덤가엔

올해도 꽃은 피는지

눈물이 마를 무렵

희미하게 알 수 있었지

나 역시 세상에 머무르는 건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을

설명한 말을 알 수는 없었지만

어린 나에게 죽음을 가르쳐 주었네

굿바이 얄리 이젠 아픔 없는 곳에서

하늘을 날 고 있을까

굿바이 얄리 너의 조그만 무덤가엔

올해도 꽃은 피는지

굿바이 얄리 이젠 아픔 없는 곳에서

하늘을 날 고 있을까

굿바이 얄리 언젠가 다음 세상에도

내 친구로 태어나줘


https://youtu.be/_XGDMzIihCo?si=goYdGUsGaGG2I4I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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