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이 뭐야?”
경찰이 물었다. 담요를 어깨에 둘러준 경찰이었다.
“김민수입니다.”
“나이는?”
“열일곱입니다.”
“부모님 연락처 알아?”
삐삐 번호를 불렀다. 경찰이 적었다.
“친구 이름은?”
“박진우입니다. 같은 나이예요. 동인천고등학교...”
말이 끊겼다. 목이 메었다.
구급차가 계속 왔다 갔다 했다. 사이렌 소리가 머리를 울렸다. 파란색 빨간색 불빛이 건물 벽에 비쳤다.
길 건너편에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도 있었다. 아니, 1999년에는 카메라폰이 없었다. 그냥 쳐다보고 있었다.
“학생도 병원 가야 해.”
구급대원이 다가왔다. 팔을 잡아끌었다. 따라갔다. 더는 힘이 없었다.
구급차 안. 산소마스크를 씌워줬다. 차가운 산소가 들어왔다. 기침이 나왔다.
“손 좀 볼게.”
구급대원이 손바닥을 들어 봤다. 피가 나고 있었다. 언제 다쳤는지 몰랐다. 소독약을 뿌렸다. 따가웠다. 이제야 아프기 시작했다.
병원 응급실. 사람들로 가득했다. 바닥에 누워있는 사람도 있었다. 간호사들이 뛰어다녔다.
“가벼운 환자는 이쪽!”
누군가 소리쳤다. 나는 가벼운 환자였다. 복도로 갔다. 플라스틱 의자에 앉았다.
옆에 앉은 사람을 봤다. 얼굴이 까맸다. 나도 그럴 것이다.
“혹시... 박진우 봤어요?”
물었다. 고개를 저었다.
“동인천고 2학년... 아디다스 바람막이 입었어요. 파란 줄무늬...”
또 고개를 저었다.
시계를 봤다. 열 시가 넘었다. 엄마한테 연락해야 했다. 공중전화를 찾았다. 복도 끝에 있었다.
전화카드가 없었다. 주머니를 뒤졌다. 천 원짜리 한 장이 나왔다. 동전으로 바꿨다.
집으로 전화했다. 신호가 갔다. 엄마가 받았다.
“여보세요?”
“엄마...”
“민수야? 왜 이제 전화해? 영화 끝났어?”
거짓말을 해야 했다. 그런데 뭐라고 해야 할지 몰랐다.
“민수야? 왜 말이 없어?”
“엄마, 나...”
“목소리가 왜 그래? 감기 걸렸어?”
눈물이 났다. 참으려 했는데 나왔다.
“병원이야.”
“뭐? 병원? 무슨 일이야?”
“인현동... 불이 났어.”
침묵이 흘렀다. 엄마가 숨을 들이쉬는 소리가 들렸다.
“다치진 않았어?”
“응. 괜찮아.”
“어느 병원이야? 지금 갈게.”
병원 이름을 말했다. 전화를 끊었다.
다시 응급실로 갔다. 더 많은 사람들이 와 있었다. 가족들이었다. 자식을 찾는 부모들.
“우리 아들 못 봤어요? 키 큰데, 안경 썼어요.”
“딸 이름이 수진인데...”
“여기 명단 없어요?”
간호사들이 대답했다. 모른다고. 기다려보라고. 다른 병원도 확인해보라고.
나도 물었다.
“박진우라고... 열일곱 살이에요.”
간호사가 차트를 뒤적였다. 고개를 저었다.
“다른 병원 가봤어요?”
“아니요.”
“길병원도 가보세요.”
밖으로 나왔다. 택시를 탔다.
길병원으로 갔다. 또 없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다. 택시 기사가 물었다.
“학생, 어디 갈 거야?”
대답하지 못했다.
“혹시... 체육관 가봤어?”
“체육관이요?”
“거기 시신들... 아니, 그냥 집에 가.”
체육관.
거기 가면 진우가 있을까. 아니길 바랐다. 제발 아니길.
“체육관으로 가주세요.”
기사가 한숨을 쉬었다. 차를 돌렸다.
체육관 앞. 경찰차가 여러 대 있었다.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들어갔다.
냄새가 났다. 타는 냄새. 소독약 냄새.
바닥에 줄이 그어져 있었다. 번호가 매겨져 있었다. 1번. 2번. 3번.
하얀 천들이 놓여 있었다.
“확인하실 분만 들어오세요.”
경찰이 말했다.
한 명씩 들어갔다. 천을 들춰봤다. 울음이 터졌다. 무릎을 꿇었다.
내 차례가 왔다.
첫 번째 천. 모르는 사람이었다.
두 번째. 역시 모르는 사람.
세 번째. 네 번째. 다섯 번째.
계속 걸었다. 발이 무거웠다.
열두 번째.
천을 들췄다.
아디다스 바람막이가 보였다. 파란 줄무늬.
얼굴을 봤다.
진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