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면허증 갱신 기간입니다.’
문자를 받고 한숨이 나왔다. 면허증 갱신. 평소라면 아무것도 아닌 일인데, 지금은 달랐다.
면허증 사진을 봤다. 10년 전의 나. 짧은 머리에 정장 차림. 전형적인 회사원의 모습이었다.
‘지금 가면...’
불안했지만 미룰 수 없었다. 월요일 오후, 반차를 내고 운전면허시험장에 갔다. 평일인데도 사람이 많았다. 번호표를 뽑고 기다렸다. 주위를 둘러보니 다들 단정한 차림이었다. 나만 머리가 길었다.
“237번 손님!”
내 차례가 왔다. 창구로 갔다.
“면허증 갱신하러 왔습니다.”
“신분증 주세요.”
면허증을 건넸다. 직원이 면허증과 나를 번갈아 봤다.
“...”
그녀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이게... 본인 맞으세요?”
예상했던 질문이었다.
“네, 맞습니다.”
“머리가... 많이 다르신데...”
“머리를 길러서요.”
직원은 다시 면허증을 봤다. 그리고 나를 봤다. 의심스러운 눈빛이었다.
“주민등록증도 있으세요?”
“네...”
주민등록증도 확인했다. 하지만 여전히 못 미더운 표정이었다.
“잠시만요.”
그녀가 동료를 불렀다.
“이분 좀 봐주실래요? 사진이랑 너무 달라서...”
동료 직원도 와서 확인했다.
“음... 확실히 다르긴 하네요. 혹시 다른 신분증은 없으세요?”
“여권이 있는데...”
“그것도 보여주세요.”
여권까지 확인하고 나서야 믿는 눈치였다.
“죄송해요. 너무 달라서... 요즘 신분증 도용도 많아서요.”
“이해합니다.”
하지만 기분이 좋지 않았다. 머리 길렀다고 다른 사람 취급받는 기분.
“자, 이제 사진 찍으러 가시죠.”
사진 촬영실로 이동했다.
“앉으세요. 머리 정리하시고...”
사진사가 말했다.
“머리가 기시네요. 뒤로 넘기시겠어요? 아니면 그냥?”
“그냥 찍어주세요.”
“얼굴이 너무 가려지는데... 조금만 정리해 주세요.”
귀 뒤로 머리를 넘겼다. 하지만 계속 흘러내렸다.
“이러면 어떨까요...”
사진사가 머리띠를 내밀었다.
“면허증 사진에 머리띠를 해도 되나요?”
“규정상 액세서리는 안 되는데... 이건 머리 정리용이니까...”
애매한 답변이었다.
결국 머리띠 없이, 손으로 잡고 있다가 셔터 누르기 직전에 손을 뺐다.
“하나, 둘, 셋!”
찰칵.
“한 번 더 찍을게요. 머리가 또 내려왔네요.”
세 번을 찍고 나서야 끝났다.
“확인해 보세요.”
모니터를 봤다. 긴 머리의 내가 어색하게 웃고 있었다. 이전 면허증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
“괜찮으세요?”
“네...”
다시 창구로 갔다.
“사진이 많이 다르네요. 이전이랑.”
직원이 또 한 번 확인했다.
“네, 머리를 길러서요.”
“앞으로 10년간 이 사진을 쓰시는데 괜찮으시겠어요?”
무슨 의미인지 알았다. '나중에 머리 자르면 또 안 맞을 텐데'라는 뜻이었다.
“괜찮습니다.”
수수료를 내고 임시 면허증을 받았다.
“2주 후에 등기로 배송됩니다.”
밖으로 나오며 생각했다.
‘10년 후엔 어떤 모습일까?’
2주 후, 새 면허증이 도착했다.
“뭐가 이렇게 두껍지?”
아내가 등기를 받아왔다.
면허증을 꺼내 봤다. 플라스틱 카드에 긴 머리의 내가 있었다.
“어머, 이게 당신이야?”
“응...”
“완전 다른 사람 같아. 이거 들고 다니면 매번 설명해야겠다.”
아내 말이 맞았다.
첫 시험은 다음 주에 왔다.
“신분증 확인하겠습니다.”
은행에서였다.
“...”
직원이 면허증을 한참 들여다봤다.
“본인 맞으신가요?”
“네, 최근에 갱신해서...”
“아... 네...”
의심스러운 눈빛이었지만 일단 업무는 처리해 줬다.
편의점에서도, 택배 받을 때도, 매번 같은 반응이었다.
“이거 진짜 본인 맞아요?”
그때마다 설명해야 했다.
“머리를 길러서 다르게 보이는 거예요.”
어느 날은 더 황당한 일이 있었다.
“죄송한데 이거 위조 아닌가요?”
PC방 알바생이 면허증을 돌려주지 않았다.
“위조라니요?”
“사진이랑 너무 달라서... 경찰에 신고해야 하나...”
“아니, 이게 왜 위조예요!”
한참 설명하고 나서야 믿어줬다.
회사 동료와 술을 마시다가 면허증 이야기가 나왔다.
“나 면허증 갱신했어.”
“그래? 한번 보자.”
면허증을 보여줬더니 다들 폭소했다.
“이거 진짜 너야? 완전 다른 사람이잖아!”
“그러게... 이거 들고 다니면 맨날 의심받겠다.”
“근데 멋있는데? 이 사진이 진짜 너 같아.”
의외의 반응도 있었다.
새 운전면허증을 받은 지 한 달. 이 작은 플라스틱 카드가 이렇게 많은 에피소드를 만들 줄 몰랐다. 갱신하는 과정부터 험난했다. 본인 확인을 세 번이나 했고, 사진 찍는 데만 15분이 걸렸다. 이제 어딜 가나 설명을 해야 한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자랑스럽다. 이 면허증은 내가 변화했다는 증거니까. 10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내가 얼마나 달라졌는지 보여주는 증명서. 앞으로 10년간 이 면허증을 들고 다닐 것이다. 매번 의심받고, 설명하고, 때론 위조 의심까지 받겠지만. 그래도 괜찮다. 이것도 내 선택이고, 내 변화의 기록이니까. 10년 후 다시 갱신할 때는 어떤 모습일까? 더 긴 머리일까? 아니면 다시 짧은 머리로 돌아가 있을까? 모르겠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지금 이 순간의 나를, 이 면허증이 기억해 줄 거라는 것.
새 면허증을 지갑에 넣었다. 작은 변화가 만든 큰 파장. 그것이 인생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