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주의자 선언 이후로 나로 살 결심을 한 것에 대하여
첫눈이 펑펑 쏟아지던 12월 4일 저녁, 나는 문유석 작가의 신간 <나로 살 결심> 북토크에 참석했다. 5년 만에 독자들 앞에 선 그는 “무척 떨리네요”라며 긴장한 모습을 보였지만, 이내 진솔한 이야기들로 90여 분의 시간을 채워갔다. 그의 팬으로서 <개인주의자 선언>을 두 번이나 읽고 독서토론까지 진행했던 나로서는, 이번 북토크가 그의 내면을 더욱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다.
이 책은 그가 쓴 여러권의 책 중 가장 오래 걸린 작품이라고 했다. 2020년 명예퇴직 직후부터 쓰기 시작해 5년이 걸렸는데, 계속 써내려간 것이 아니라 쓰다가 중단하고 다른 일 하다가 다시 쓰기를 반복했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책의 톤앤 매너도 많이 바뀌었다고 한다. 초반 버전은 희망과 포부에 차 있는 낙관적인 퇴사 권장서에 가까웠지만, 5년간의 부침을 겪으며 “신중히 생각해 보시라”는 메시지로 변모했다. 출판사와 리뷰어들의 조언에 따라 자기 방어적인 “나 잘하고 있어”식 서술을 벗어던지고, 부끄럽더라도 힘들었던 이야기를 솔직하게 담아내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그가 판사직을 떠난 이유에 대한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그는 원래 서귀포시법원에서 정년퇴직하는 구체적인 계획까지 세워놓았던 사람이다. 판사직에서 느낀 보람과 행복이 컸고, 글 쓰는 판사로 사는 것이 완벽해 보였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었다. 글 때문에 조직 내에서 불편함이 생겼고, 블랙리스트 같은 상황도 겪었다. 무엇보다 드라마 <미스 함무라비>가 의외로 성공하면서, 계속 글을 쓰려면 법원을 떠나는 것 외에는 선택지가 없었다. 드라마 작가로 본격적으로 활동하려면 겸직이 불가능했고, 윤리적으로도 판사 연봉보다 많은 수입을 밖에서 버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프리랜서로서의 삶에 대한 그의 솔직한 고백은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23년간 몸에 밴 루틴이 무너지는 데는 2주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매일 12시, 1시, 2시에 일어나고 새벽 2시까지 유튜브를 보는 백수가 되었다. “나 이런 놈이었구나”라는 자각과 함께 찾아온 것은 계획만 세우고 실행은 못하는 자신의 모습이었다. 헤밍웨이나 조지 오웰 같은 대가들도 글쓰기의 고통을 토로했다는 사실에서 위안을 얻으며, 그는 결국 ‘마감’만이 프리랜서를 움직이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가차 없는 사람에게 마감을 공지하고, 못 지키면 바로 독촉하라고 부탁하는 방식으로 자신을 몰아붙인다고 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