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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시작하는 비평 수업>

by 부소유

‘기타무라 사에’라는 일본 비평가의 책이다. 도서관 신간코너에서 눈에 띄어서 금세 읽었다. 비평 책은 처음 읽어 봤는데 크게 감흥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책의 대상 독자가 초보자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몇 해에 걸쳐 지역의 대학 교수와 강사에게 비평을 이미 배우고 있어서 대부분의 내용에 공감하며 정리한다는 생각으로 쉽게 읽었다. 한마디로 전체 내용을 파악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비평하면 어렵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 책의 제목부터가 ‘처음 시작하는’이라는 조건이 붙어 있기도 하고 책의 판형이 작고 두께도 얇아서 부담 없는 책이다. 부제는 읽고 쓰며 배우는 생각의 기술이라고 되어 있는데 이 책에 언급된 기본적인 몇 가지 개념만 알고 소설, 영화, 드라마, 연극 등을 감상한다면 충분히 작품을 소화할 수 있겠다는 것에 공감했다.


저자에 대한 정보를 전혀 모르고 책을 읽었기 때문에 다 읽고 저자에 대한 정보를 찾았다. 그리고 조금 놀랐다. 우선 저자는 무사시대학 영문과 교수로 재직 중이었고, 셰익스피아, 페미니스트 비평, 무대예술사 등으로 활동하며 다양한 저작물을 펴냈다고 한다. 여기서 조금 흠칫했고 좀 더 찾아본 결과 저자의 나이가 젊었다. 게다가 잘생긴 여성이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저자는 아마도 늙은 남자 교수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대학교 연구실인듯한 배경이 종종 나오고, 약간은 구시대적인 생각과 말이 보였기 때문이다. 이 책의 하이라이트는 4장 실천 편에서 저자를 포함한 두 명의 비평가가 서로 합평을 하는 부분이다. 저자와 ‘이지마 히로키’가 서로 같은 영화를 두고 비평 글을 쓴 다음 서로 합평을 해주는 내용인데 이런 방식으로만 책 한 권을 엮어도 좋겠다고 보일 정도로 탁월한 구성이었다. 하지만 난 바로 그 장에서도 저자는 노교수일 것이라고 확신했다. 뿐만 아니라 아마도 저자의 제자일 것으로 보이는 ‘이지마 히로키’의 비평글이 더 좋았기 때문에 그 글의 합평에 상당히 많은 지적을 하는 저자의 말이 읽기 불편했다. 저자에 대한 정보는 이 모든 편견을 뒤엎었다.


이 책의 구성은 크게 1장 정독하기, 2장 분석하기, 3장 쓰기, 4장 커뮤니티 만들기로 구성되어 있다. 한마디로 책을 읽고, 이해하고, 독후감을 쓰고, 모임을 만드는 정석적인 과정을 말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말을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서 하고 있다. 이미 수년간 읽고, 쓰고, 토론하는 모임을 수십 번, 아마도 수백 번 경험한 결과 이렇게 당연한 이야기로 한 권의 책이 되는 것이 신기했다. 그러나 그런 신기한 마음도 잠깐이었고 여러 가지 선입견 때문에 읽는 내내 집중하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경험이 없는 우리는 보통 본격 독서 다시 말해 이 책에서 말하는 정독부터 두려워한다. 때문에 이 책은 차근차근 읽고, 그것을 잘근잘근 곱씹어 보고, 독후감을 넘어 서평, 혹은 비평에 가까운 글을 쓴 다음에 다른 사람을 만나 그것을 갖고 토론하거나 합평회를 하는 것까지를 차근차근 설명하고 있다. 책 좀 읽어 봤거나, 비평에 대한 생각 혹은 글을 써봤거나, 관련 모임을 해봤다면 일부 내용은 조금 고리타분하겠지만 그래도 정리하는 차원에서 가볍게 읽어볼 만한 책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정리한 비평의 비결에 대해 정리해 보자.


1. 나비처럼 읽고 벌처럼 쓴다.

2. ‘영화관에 간다’라고 말하고 나간 사람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 (아무도 믿지 말자.)

3. 작품에는 반드시 친구가 있다. (거인의 어깨에 올라서자.)

4. 나오지 않는 것에도 의미가 있다. (토끼를 붙잡자.)

5. 사람 수만큼 해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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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 조르바 처럼 살고 싶지만, 현실은 이방인의 뫼르소 처럼 살고 있습니다. 싯다르타 처럼 속세를 벗어나고 싶지만, 현실은 호밀밭의 홀든 콜필드 랍니다. 뭐 그럼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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