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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 Dec 10. 2020

JOB2. 흥 많은 독일의 줌바강사 - WHY편

줌바같은 활력소는 또 없었다

나의 두번째 직업은 줌바강사이다.


줌바는 콜롬비아의 에어로빅 강사인 베토 페레즈(Beto Perez)가 그의 에어로빅 수업에 음원이 담긴 테이프를 잊어버린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다른 테이프를 사용해 라틴 음악에 맞춰 춤을 춘 데서 탄생했다(참 인생에 있어서의 기회는 이렇게 우연히 오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줌바는 메렝게, 살사, 쿰비아, 레게톤의 4가지 핵심 동작을 따르지만 그 외 맘보, 차차차, 힙합, 삼바, 탱고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도 사용하기 때문에 1시간이 지루할 틈 없이 흘러가는 것이 특징이다.




2017년 독일 하노버로 이사온 나는 직장동료인 H와 친해지게 되었는데 그가 어느 날 스피닝 수업을 같이 들으러 가자는 제안을 했다. 실내 사이클링이라는 말만 듣고 간 수업이 끝난 후 사시나무처럼 떨리는 다리를 붙잡고 보게 된 그 스포츠 센터의 프로그램에는 스피닝 말고도 정말 많은 GX 수업들이 있었다.



그 중 발견한 "ZUMBA"

피트니스 댄스라고 많이 듣던 그 줌바였다.



어, 이거 괜찮아 보이는데 나도 한 번 가볼까?


H에게 같이 가자고 얘기했더니 본인은 그런 종목은 관심이 없단다. 혼자 가기에는 너무나 부끄러웠던 나는 친구에게 같이 가자는 제안을 했고 2017년 5월 어느 일요일 2시 스포츠센터 앞에서 후줄근한 티셔츠와 무릎 나온 츄리닝을 입고 그녀를 만났다.


줌바 수업에 쭈뼛쭈뼛 들어간 우리는 가장 마지막 줄에서도 제----일 구석자리로 가 흘끗 눈치만 보고 있었다. 맨 앞줄에는 날씬하고도 탄탄한 몸매의 여자들이 거울을 보며 몸을 풀고 있었는데 "와 멋있다.."라는 생각이 드는 건 나만이 아니었으리라.



줌바 강사인 J는

"줌바가 처음이라면 부담가지지 말고 발부터 먼저 움직여보세요. 그 다음에 골반과 손도 함께 따라해보세요.

그럼 갑니다! HAVE FUN!"

라는 단촐한 인사 후 빠른 비트의 음악을 재생시켰다. 그러자 내 심장도 그 음악와 함께 긴장감과 기대감으로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시작과 함께 빠른 비트로 몰아치는 10시간과 같은 10분의 WARM-UP이 끝나고 나와 친구는 녹초가 되었다. 팔다리는 벌써 힘이 풀렸고 갈증과 피로가 벌써 몰려왔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목을 축였지만 얼굴은 웃고 있었다. 정말 너무나 재미있었다.


1시간의 수업이 끝나고 나는 상쾌한 에너지를 느꼈다. 스트레스와 긴장에서 해방되는 그 자유로운 느낌. 몸은 힘들지만 마음은 가벼웠다.



그 후 나는 혼자서 줌바 수업에 가기 시작했다. 태보, 코어트레이닝, 그룹 워크아웃 등 다양한 GX 수업에도 참여해 보았지만 나에게 가장 잘 맞는 운동은 흥이 나서 지칠 줄 모르는 줌바였다. 일주일에 2번에서 시작한 줌바는 일주일에 5번, 정말 많을 때에는 일주일 내내로 늘어갔고 나는 점차 맨 뒷줄에서 조금씩 앞줄로 전진했다.


몇 주가 지나고 나는 목과 무릎이 늘어난 옷 대신 좋은 브랜드의 운동복과 운동화를 장착하고 내가 첫 수업에서 동경했던 여자들이 차지했던 그 맨 앞 줄에 서 있었다. 그 후로도 6개월 동안 주구장창 줌바 수업에 드나들었다. 운동이 재밌으니 억지로 가는 일이 없었다.






아시안이라 외모가 튀다보니 나를 알아보는 사람들도 늘어가기 시작했고 내가 아는 친구들도 많아졌다. 유산소와 근력운동이 접목된 줌바를 통해 몸도 튼튼해졌다. 많은 안무들은 트레이너를 보지 않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몸에 익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내 뒷 줄에 있던 친구가 수업이 끝나고 슬며시 오더니

"나 오늘 방향전환이 어려워서 너 보면서 많이 따라했어! 너 춤 잘추더라, 고마워!"라고 하길래

"하하 그랬구나 고마워, 그럼 나 이 참에 줌바 강사나 해볼까?"라고 대답한 적이 있었다.



집에와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수강생으로서 맨 앞줄에 서는 것이 아니라 트레이너로서 맨 앞줄에 서는 것도 재밌겠다는 생각과 동시에 내가 받아온 이 활력 넘치는 에너지를 주는 입장이 되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도 버는 데 안 할 이유가 없었다.


WHY NOT?이라는 질문에 적절한 변명거리를 찾을 수 없었던 나는 구글에

"Zumba-Trainer werden(줌바 강사되는 법)"

을 검색하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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