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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 Jan 04. 2021

JOB3. 통통한 독일의 요가강사 - WHY편

발리에서 만난 요가의 다른 세계

독일의 데이터분석가, 줌바강사에 이은 세 번째 나의 직업은 요가강사이다.


요가를 처음 접했던 건 그 요상한 이름에 끌려 참가하게 된 초등학교 방과후 활동에서였다. 그 이후에는 한국에서 대학을 다니면서, 독일에 와서는 공부하고 일하면서 종종 피트니스 센터와 유튜브를 통해 요가를 해 왔었다. 특히 하체의 혈액순환이 약한 나는 오래 걸은 날 밤이면 종아리를 마사지해 붓기를 풀어 주어야 했는데 요가를 하고 나서 하체 부종이 눈에 띄게 없어진 것을 경험하고 난 후부터 요가가 몸에 미치는 영향에 더욱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렇지만 이 때까지만 해도 나에게 요가는 "몸을 수련하는 운동" 그 이상까지는 아니었다.).


그러던 중 맞은 2018년 휘몰아치던 서른의 사춘기는 나를 인도네시아의 "발리"로 데려다 놓았는데 그렇게 꿈꾸던 그 발리에서 보낼 6주의 시간이 처음에는 그토록 설레기만 했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내 성격상 7일이면 모를까, 한달반을 놀멍쉬멍 보낸다는 건 스스로가 못 견딜 게 훤히 보였다. 그래서 발리에서 6주 동안 뭘 할 수 있을까 찾아보니 쿠킹클래스(결국 원데이 클래스로 참가), 서핑수업 등 중에 눈에 띈 것이 요가였다. 그것도 요가 수업을 듣는 참가자가 아닌(발리 우붓은 좋은 요가원들이 많아 요기들이 여러 곳을 경험하며 요가 hopping을 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수업을 할 수 있는 강사가 될 수 있는 그 과정. 


요가를 종종 해왔지만 요가 기본자세인 "다운독"이나 "업독" 자세도 정확히 몰랐던 초보자였던지라 다양한 요가 자세 동작들을 제대로 배워보고 싶었고 또 그 당시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던 "명상"의 장점을 체험해보고 싶기도 했다(그 당시 명상을 몇 번 시도했으나 1분도 채 되지 않아 흐트러지는 것이 부지기수였다.). 강사 과정이 끝나고 강사가 되지 않을지라도 충분히 가치있는 경험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4주 동안 200시간의 수업을 들어야하는 쉽지 않은 과정이었고 약 2500불 정도 하는 금액이 (곧 백수가 될 수도 있었던/그리고 결국 백수가 되었던 나에게)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었으나 이 정도의 강력한 끌림에도 불구하고 결정을 주저한다는 것은 나중에 반드시 후회할 것임을 알았다. 


발리 우붓의 열 몇 군데 요가원의 강사 과정 시작 날짜와 비용을 꼼꼼히 비교해보고 나는 UBUD YOGA HOUSE에 등록을 마쳤다. 등록만 했을 뿐인데도 벌써 뭔가 이룬 것 같은 기분이었다.


한 달 후 그 미래 백수는 큰 맘 먹고 장만한 만두카 요가매트를 캐리어에 돌돌 말아 넣고 인도네시아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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