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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홍 Jun 07. 2024

장비빨 없어도 언제 어디서든 가능한 드로잉

- 1일1드로잉100 (12)


가까우면 더 안 가게 되는 것이 사람심리다.

 

싸고 맛있는 먹거리로 요즘 핫한 청량리 경동시장 주변은 항상 인산인해, 가깝지만 범접하지 못할 아우라를 풍겨 잘 가지 않았다.

휴일 갑자기 가족과 맛있는 국수가 먹고 싶어 '청량리 먹자골목'으로 갔다. '경북손칼국수'라는 30년 경력의 노포.


손으로 만든 칼국수와 고소하고 걸쭉한 콩국수가 일품인데, 거기에다 바삭한 배추 전과 계피향 나는 모주까지 곁들여 마시니 30도에 가까운 6월 초의 더위가 확 날아가는 듯했다.


재개발을 해 완전히 달라진 맞은편 빌딩 블록으로 산책을 다. 예전의 음침하고 구불구불한 이미지의 동네는 세련된 빌딩들로 채워져 여기가 어딘지 헷갈릴 정도였다.

신구가 공존하는 흥미로운 풍경.


청과물시장에도 들러 산더미 같은 싸고 신선한 과일들 속에서 한 봉지 두 봉지 사다 보니 어느새 양팔이 무거워진다. 종류가 너무 많으면 오히려 선택장애로 잘 사질 못해 쉽게 지치곤 한다.


필통 속에 뒹구는 흔한 네임펜과 마하펜으로  오늘 풍경을 그려보자.

사탕정도 들어가는 작은 펜케이스 안에 넣은 고체물감과 물붓으로 그 위를 슥슥 칠한다.

잘 그리든 못 그리든 전시회 할 것도 아니니까,

손으로 이 순간을 기록하기 위해 움직일 뿐이다.


사야 하는 스케치북도 채색용품도 필요 없다.

지금 쓰는 스케치북도 드로잉용이 아니라 일반 노트일 뿐이다. 내가 갖고 다니기 좋은 사이즈와 무게면 그만일 뿐.


사진보다 그림이 더욱 오래 머문다. 내 기억 속에. 

하찮은 일상이란 없다.


드로잉용 도구
경북손칼국수
청과물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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