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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홍 Jul 05. 2024

나의 촌스러운 노포식당 <닭한마리>


보글보글빠글빠글..... 챱챱, 후릅, 후루루르륵!


'닭한마리'를 떠올리면 이런 소리가 자동 떠오릅니다. 가족의 간단한 외식으로 가장 많이 먹었던 종목이라면 주저 없이 닭한마리를 꼽겠습니다.


계탕도 닭백숙도 아닌 것이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가 않아요.

삼계탕은 국물이 너무 진하고 무거운 반면, 주문 즉시 찌그러진 대형 양푼에 담겨 나오는 닭한마리는 보기만 해도 넉넉하고 식욕이 돋습니다.


촌스럽고 넉넉해보이지만 '닭한마리'는 놀랍게도  서울음식입니다. 1970년대부터 종로, 을지로 등지에서 먹기 시작한 걸로 알아요.

그래서 우리나라 지방사람들은 잘 몰라도 동대문 쇼핑오는 외국분들, 특히 일본사람들더 좋아한다고 알려진 음식이지요.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정기적으로 찾아가 복용(?)하다시피 했는데요,

유명한 동대문의 맛집, 한방육수로 끓이는 집 등 수많은 곳을 가봤지만 집 가까운데 있는 식당으로 가는 것이 최고예요.

미식가가 아니라 그런지 닭의 신선함만 유지된다면 파, 마늘을 잔뜩 넣어 끓이는 음식이기에 맛의 차이가 크지 않았습니다.


찬으로 나오는 맵지 않은 배추김치를 넣어 끓여서 매움을 추가해도 되고, 닭을 찍어먹을 소스를 개성대로 만들어 먹는 재미도 있어요.


만든 소스에 얇게 채 썬 양배추와 부추를 잔뜩 집어넣고 먹으면 영양만점, 매콤 달콤함까지 추가됩니다.

떡볶이 떡을 추가해 끓이면 부산의 명물 '물떡'맛도 즐기는 기분이지요.

보글보글 끓는 닭전골에서 떡, 닭, 감자를 하나씩 꺼내 맛있는 소스에 푹 찍어 소주랑 먹으면... 바로 극락입니다!


다 집어먹은 후 잘 우려진 육수에다 칼국수를 팔팔 끓여 마성의 소스에 다시 찍어먹으면 신기하게도 MSG 안 넣은 라면맛이 나요.

그래도 부족하면 밥을 넣어서 죽까지 먹고 나면 누구라도  위장 빈틈없이 포만감이 들 겁니다.


이렇게 푸짐한 닭한마리는 맛, 영양도 풍부하지만 가격까지 저렴해서 4인이 먹어도 3,4만 원대 정도였다가 요즘 올라서 5,6만 원대가 됐습니다.


아.... 장마 때라 그런가 글을 쓰는 지금도 먹고 싶어 지네요.


조막만 하던 아이들이 이제는 '닭두마리'는 먹어야 할 만큼 자랐습니다. 닭귀신들이 복수하러 올지도 모른다고 농담할 만큼 많은 순간 함께해 온 '닭한마리'식당들.


빗소리 들으며 좋은 사람과 닭한마리에 소주,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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