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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홍 Sep 02. 2024

시어머니의 촌스러운가정식 <부대찌개와 이반일리치의죽음>


시댁에서 오랜만에 또 부대찌개를 먹었습니다.


요즘같은 고물가시대에 4,5명의 가족이 만원대 가격으로 먹을수 있는 부대찌개의 가성비는 매번 놀랍습니다.

양이 부족하면 두부, 야채, 라면이든 뭐든 넣어도 맛이 변하지 않아 먹고 난 이후에 배고프다는 소리따윈 나오지 않죠.


저녁 먹는 동안 시어머니는 오랜세월 꾸준히 다니시는 구립 수영장에서 만나는 노인분들 얘기를 자주 하세요.


자주 듣다보니 제 지인처럼 느껴지는 사람도 있는데요,

치매에 걸린 엄마를 돌보느라 시집도 못간 딸의 사연은 마음 아픕니다.


딸이 매일 수영장에 치매걸린 엄마를 모시고 왔었는데, 엄마가 최근 나체로 수영장에 들어가는 사고를 일으키신후 출입을 금지당했다고 해요.

효심 가득한 착한 딸은 엄마가 돌아가시면 홀로 남게 되겠지요.


또 딸과 사위를 차례로 잃은 할머님계세요.

자식잃은 아픔을 가슴에 새기고도 삶을 이어가야합니다. 남이사 어떤 고통을 받든지간에 매일 새로운 해가 뜨고 질테지요. 


삶이 힘겹고, 늙고, 외로울수록 운동센터에 매일 나가 운동을 하는 것은 큰 힘이 되는 것 같아요.

쓸쓸히 혼자 있기보단 같이 밥도 사먹으면서 삶의 활력을 찾습니다.



최근에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읽었습니다.


주인공은 러시아의 판사로 승승장구하면서 상류층과 교류하며 삽니다. 아내와 사이가 좋지 않지만 일로 도피해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죠.  


그러다 지금으로치면 인스타그램 전시용 인테리어에 목숨걸다가 다치게 되는데, 그 이후 하루하루 죽어가게 됩니다.


가 잘못한게 뭐 있어!

공사를 잘 구분하며 능력있는 판사로 살던 그는 하루아침에 의사들의 판결을 기다리는 신세가 되어  분노합니다.

그가 죽어가는 고통스런 과정을 지켜보다보면 자다가 죽는 일이 얼마나 복인지 깨닫게 되죠.


그가 고통속에 마침내 죽음을 수용하게 되기까지 주변인들은 하인 한명을 제외하곤  아무도 그에게 관심이 없습니다.


이반 일리치가 얼마나 위선적인 인물이었던지간에 인생이 참 부조리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



그저 사랑하는 이들과 밥 한끼 먹는 순간만이 진실이고, 소중하다는 생각이 드는 저녁이었습니다.


오늘도 맛있는 한끼 하는 하루가 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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