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선홍 Dec 15. 2024

시어머니의 촌스러운 가정식 <납세미 구이>



납세미가 뭐여? 모르는 분들이 제법 있으시겠지요.

부산에서는 '가자미'를 '납세미'라고 부릅니다.


이제는 납세미라는 단어가 낯설게 느껴질 정도로 서울에서 오래 살았지만 여전히 그립고도 그 메뉴를 파는 식당이 보이면 지나치기 힘든 음식이 있어요.


바로 가자미 같은 담백한 생선이 든 미역국입니다.


누군가는 미역국에 뭔 생선? 해물류를 추가한다면 기껏해야 조개, 홍합정도 아닌가?라고 생각하실 테죠.

여름에 몸보신용 음식이 삼계탕류라면 겨울 몸보신으론 가자미미역국을 적극 추천하겠습니다.


자미는 기름이 적고 담백해 국 끓일 때 넣으면 뽀얀 국물이 우러나와 그 뜨끈뜨끈한 기운이 오장육부를 가득 채워줍니다. 미역향이 스며든 가자미의 흰 살은  아주 보드랍고 고소해지죠.


집에서 생선 구우면 비린내가 종일 가잖아요? 특히 기름 많은 고등어가 심한데 가자미는 그에 비해 얌전히 구워지는 점도 마음에 듭니다.


서울 태생인 남편은 예전에 장모님이 내놓은  가자미미역국을 보고 많이 당황했습니다.  

남편이 왜 놀라는지 이해 못 할 정도로 '미역국엔 당연 가자미'인 줄 알고 살았죠.


국에도 해물, 생선이 들어가는 친정에 비해 시댁에서는 소고기를 건더기로 썼습니다. 물론 소고기의 맛이야 말해 뭐 합니까마는, 냄새 때문에 집에서 생선을 안 굽고, 신선한 가자미를 사는 것도 용이하지 않아 못 먹게 되면서 갈증이 쌓였죠.


그러다 서울 가까운 바다 근처 시장에서 꾸덕꾸덕 말린 가자미를 발견하고 환호했습니다.

말린 생선은 물기가 없으니 비린내도 덜하고, 비닐봉지에 아무렇게나 욱여넣고 가도 탈이 없습니다.


살이 찬 가자미 몇 마리를 시어머니께도 나눠 드렸어요. 저와 달리 해물, 생선을 많이 접하지 못하고 자라셔서 밥상에 잘 안 올리시는데 그때부터인지 가자미구이가 종종 올라옵니다.


싱거운 간에 길들여진 제가 시어머니의 짠맛에 익숙해지기까지 꽤 많은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나이, 출신이 다른 사람들이 음식으로 서로를 알아갑니다.

밥상 위에선 서로의 구분이 사라집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