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장 종지의 발효 일기_03
불안에서 빠져나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소설 <멋진 신세계>에는 ‘소마’라는 명쾌한 해답이 있다. 이 약을 먹고 나면 평안함이 찾아오고 불안과 스트레스가 싹 사라진다. 과학기술이 고도로 발달한 멋진 신세계에서는 불안 따위는 없다.
한참 토익 공부를 하면서 <멋진 신세계>를 읽었는데 이 약이 너무 좋아 보였다. ‘시험 점수가 잘 안 나오면 어쩌지’, ‘지금 공부하는 방법이 맞는 걸까’, ‘이 시험을 준비하는 게 맞기는 한 걸까’. 수많은 고민과 불안을 잠재울 수 있는 소마가 눈앞에 있다면 바로 먹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런데 작품 속 한 인물은 소마를 거부했다. 그는 문명사회에 떨어져 살던 야만인이다. 야만인은 우연한 계기로 문명으로 들어가게 됐지만, 문명의 이기인 소마를 거부한다. 모든 불안과 스트레스, 부정적인 감정을 다 감수할 테니 소마를 주지 말라고 말한다.
‘왜 저렇게 좋은 걸 안 먹는다고 하지?’ 이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내가 이상하게 느껴졌다. 물론, 내가 사는 세계에는 소마가 없지만, 근처 병원만 가면 상담을 받고 정신적 고통을 줄여줄 약을 처방받을 수도 있을 텐데 난 왜 그 선택을 하지 않는 걸까.
이 질문에 답하는 데 시간이 조금 오래 걸렸다. 불안은 성장하고자 하는 사람이 겪는 성장통인 것 같다. 보다 나은 삶을, 보다 나은 나를 위해서 달려가는 사람들이 겪는 통증이다. <멋진 신세계>에 나오는 시민들은 주어진 것에 만족하며 안주하는 삶을 산다. 반면에 야만인은 문명 속에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뛰쳐나가 자신만의 삶을 개척한다. 그가 소마를 거부한 이유는 보다 나은 삶을 살기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싶다.
불안을 안고 사는 이들에게 그리고 나에게 하고 싶은 말로 이 글을 마쳐야겠다. 항구에 정박해 있는 배는 쓰러질 일이 없다. 파도를 타고 항해하는 자만이 흔들릴 수도 쓰러질 수도 있다. 지금 겪는 불안은 향상심에 비롯된 것이며 이 불안을 겪고 난 후에 성장해있을 거라는 걸 생각해야 한다. 다만, 너무 불안에 떨어 쓰러지거나 주변을 힘들게 해서는 안 된다. 너무 불안하다면 잠시 호흡에 집중하고 생각을 비우자. 괜찮아질 거다.
흔들릴지언정 가라앉지 않는 배가 되자. 그리고 나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