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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느 예술가의 일지 Mar 06. 2023

어느 예술가의 일지5

20230304-0305 : 나에게 주문을 걸기

1.  졸업학기를 남겨두고 머리가 복잡하다. 학교와 고정된 공연 연습(저녁)이 껴버리니 N잡의 선택이 어정쩡해졌다. 배우는 진짜 스케줄이 자유롭지 않은데 (맞춰줘야하는데) 프리랜서라는 점에서 참 힘든 직업인 것 같다. 작년에 벌어서 모아둔 돈으로 글만 쓰며 생활하느냐, 교육 쪽 일로 졸업 전에 어떻게든 구해보느냐, 배우로 길을 조금 더 뚫어봐야 하느냐 머리가 계속 복잡하고 정해지지 않을 듯하다. 우선 내일 듣고 싶은 수업이 정말 듣고 싶은지 오티를 들어보고, 여러 생각들을 해봐야지. 안정된 삶을 향한 욕구가 너무나도 큰 듯하다. 어떻게 막학기를 보내야할지 나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뭐든 움직이고 뭐든 마음 속에 있는 것을 하는 것이다. 그게 중요하다.


2. 이번주는 운동을 일도 못했다. 정말 이제 궁뎅이 붙이고 종일 앉아서 뭔가를 하는 것에는 자신이 있는데, 그와 반대로 일어나 움직이는 것은 못하겠다. 습관을 잡아야하는게 극과 극이라 참 어렵다. 여행, 지원서 쓰고, 대략 간단한 아이디어 만들기 하고, 정말 한주가 길고 훌쩍 가고, 감정들도 정말 다이나믹했다. 돌아오는 한주는 운동을 할 수 있도록 노력, 또 노력해야지. 나의 패턴을 꼭 만들어야지. 열심히 하루를 다 살아냈다고 생각할 수 있게 살아야지. 


3. 올해는 더 좁아진 인간관계망 속에서 살듯 하다. 누군가에게 잘 하고, 마음을 다하는 것도. 그것보다 글 잘쓰는게, 연기 잘하는 게 인간관계에 도움되고 실제로 내 주변 사람에도 더 멀리 퍼진 이 세상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된다. 예의에만 어긋나지 않으면 되고 이제 30이 되어 관계는 형성 되었고, 내 사람들도 이미 형성되었다. 그저 내 할 일을 잘하는게 제일 중요하다. 서로 바쁜 것을 이해해주고 다 각자의 삶을 살아간다. 어른이 된다는 것이 이런 것일까?


4. 그래도 이렇게 생각 정리를 하고 나면 어쩐지 후련해진다. 이렇게 매일매일 적어보려고 하는 것이다.  병적으로, 광적으로 적어도 좋다. 이것이 나의 일이니까. 더 광적일 수록 좋다. 


5. 이력서 쓰는 거, 지원서 쓰는 거 정말 지겹다. 또 지원서가 있다. 광탈 할 것 같은데 그래도 천천히 고민은 해봐야겠다. 


6. 그래도 이번 한주 이력서를 천천히 다시 써보면서 그날은 참 실패한 날이라고 여겨지기도 했으나 사실 그동안 내가 왜 지원서가 계속 떨어졌나 생각하게 되었다. 열심히긴 한데 어떻게든, 그냥 하는 것에 의의를 둔 열심히였다. 이전까지, 20대까지는 그렇게 살아도 어느정도 남들보다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래서 어쨌든 이계통에 여전히 남아있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이제 나의 길을 만들려면 어떻게든 열심히가 아니라 누가봐도 잘하고 누가봐도 열심히 해야한다는 것이다. 


7. 이제 나의 내면의 우울함에서는 신께서 벗어나게 해주셨다. 죽고 싶은 충동이 들지 않는 것이다. 그 고통이 사라졌는데 당신은 무엇을 하는가? 무엇을 하고 있는가? 신에게 약속했던 것을 잊었는가? 보통의 삶을 살게 된다면 그 보통의 삶을 나누겠다고 했던 그 약속. 이작가야, 넌 그 약속을 지켜야한다. 보통의 삶을 나누는 작가가 되어야한다. 그렇기에 너에게 보통의 삶이 찾아온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고민하고 고민하고 포기하지 말아라. 그리고 꿈을 계속 생각해라. 꿈을 잃지 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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