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마 믿기 어려운 물가 차이
우간다에서 온 미스 알렌은 대학교에서 영어 교육을 전공하고, 수도인 캄팔라에 이름 있는 국제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던 선생님이다. 처음 그녀가 나에게 이력서를 보냈을 때 나는 과연 선생님이던 그녀가 우리 집에서 가사도우미로 일 할 수 있을지 염려스러웠다.
왜 그녀는 선생님이라는 직업을 버리고 우리 집에 오게 되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돈이다.
처음엔 그녀도 자신의 전공을 살려 영어 선생님을 하기 위해 이리저리 이력서를 많이 제출했는데, 영어권 국가의 원어민이 아닌 그녀를 채용하는 학교는 없었고 결국 그녀는 다른 직업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이전에 우간다에서 학교 선생님으로 근무할 때 그녀가 받은 급여는 한 달에 약 25만 원 정도라고 한다.
이 얘길 듣자마자 나는 깜짝 놀랐다.
아니 25만 원으로 생활이 된다고? 아이도 있는데?
심지어 그녀는 자동차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25만 원으로 운전도 하고 아이 학교도 보내고 생활하는 게 과연 가능한 일일까!
도저히 내 머릿속 계산기로는 셈을 어림잡을 수도 없었다.
내가 그녀에게 주는 돈은(순수히 비자나 식비를 제하고) 약 50만 원 정도이다.
그래서 그녀는 2배의 월급을 따라 아랍에미리트에 오게 되었고, 우리 집의 가사 도우미로 오게 되었다.
한국에 있을 때 젊은 나이에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며 오랜 시간을 외벌이 가정으로 살았기 때문에 우리 집은 시작부터 풍족한 형편이 아니었다. 금수저 흙수저 중에 굳이 나누라면 우리 부부는 결코 금수저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렇게 외국에 나와 지내면서 다른 사람들을 만날 때, 나는 한국에서 태어난 자체가 금수저구나 라는 것을 많이 느낀다.
한국인으로 태어났고, 한국의 정규 교육과정에 따라 공부했고, 취업하고 결혼하고,
외국에 나와서도 능력을 인정받고 나름 합당하다 생각하는 급여를 받고 부족함 없이 살고 있는 나는 알렌 앞에서 조금 부끄러워졌다.
그녀는 나보다 부족한 사람이 아니었다. 오히려 나보다 많이 노력했고, 부지런하게 열심히 인생을 살았다.
실제로 미스 알렌은 뛰어난 실력을 가진 선생님이다. 알렌에게 영어를 배우고 나서 나와 내 아이들의 영어 실력은 쑥쑥 늘었고, 눈치 있게 내가 모르는 부분을 쏙쏙 설명해주는 그녀는 정말 생각할수록 아까운 재원이다.
내가 한국어 선생님으로 활동하게 되면서 이 부분은 더 크게 드러났다. 나는 단지 한국 사람으로 태어나 내가 쓰는 한국어를 전공해서 사용할 뿐인데 K-POP과 K-DRAMA가 유행하면서 한국어 원어민인 나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은 그녀보다 더 잘났기 때문이 아니고,
그녀가 지금 그 자리에 있는 것은 나보다 더 못났기 때문이 아니다.
그녀와 함께 대화할수록 나는 서로 비교하고, 경쟁하고 더 가진 것에 대해 자랑하고 우월감을 뽐내며 갖지 못한 것에 대해 열등감을 가지기도 했던 한국에서의 생활이 아득히 멀게 느껴지고, 좋은 나라에서 태어난 것에 대한 감사함과 앞으로는 더 여유로움을 가지고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생긴다.
얼마 전, 나는 그녀에게 우리 집에 온 후로 재정적인 상황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물었다.
그전의 월급으로는 남는 것 없이 오롯이 빠듯하게 생활을 했다면, 여기서 받는 월급으로 이전과 다른 생활을 하고 있다고 했다. 얼마 있던 대출을 다 청산했고, 딸을 기숙사가 있는 좋은 학교에 보낼 수 있었고 사고 싶은 것 사주면서 여유롭게 지낼 수 있는 형편이 되었다고 한다.
매일매일을 행복함과 감사함으로 채워가고 있는 그녀로부터 나는 참 많은 것을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