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알지 못함에 대한 두려움
한 번 마음을 결정하자 일은 착착 진행되었다.
에이전시를 통해 고용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그만큼 절차가 더 복잡했다.
그래서 일단은 3개월 관광비자로 입국했다가 관광비자가 만료되기 전 메이드 비자로 변경하기로 했다.
걱정스러운 부분은 우간다라는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 잘 모른다는 것과
온라인상에 정보도 거의 없고, 그나마 있는 뉴스에는 온통 에이즈에 관련한 내용이었다.
한국에서 에이즈에 대한 것은 가끔 뉴스로만 들었지 주변에서 만나기 흔치 않은 병명이었고,
순간 두려워졌다.
참고로,
아랍에미리트에서는 일하는 사람들에 대해 감염병 관리가 철저한 편이기 때문에,
결핵을 앓은 적이 있는 사람이나 간염이 있는 사람이 비자가 거절당하고 추방을 당하는 것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실제로 이웃집에 고용된 메이드가 메디컬 체크업(비자 발급 전 건강검진)을 갔다가 B형 간염 판정을 받고 일주일 안에 출국하라는 명령에 따라, 그 주 주말에 자신의 나라로 돌아가는 것을 봤다. 이 친구들에게는 이곳에 와서 일하는 것이 정말 좋은 기회였을 텐데.. 돌아가는 날 보니 하도 울어 눈이 퉁퉁 불었길래 하도 안쓰러워 아이들 맛있는 것 사주라고 용돈 얼마 주어 보냈다.
에이즈의 경우 더 심하다. 에이즈로 판명이 날 경우 검사장에서 바로 공항으로 보내서 강제출국 절차를 밟는다니 그야말로 최악의 경우다.
알렌에게 아주 조심스럽게
비자 신청하기 전 병원에서 몇 가지 검사를 받고 확인서를 보내줄 수 있느냐 물으니
흔쾌히 어떤 항목이 필요한지 물어본 뒤 바로 검사를 받고 며칠 지나지 않아 음성 결과지를 받아 볼 수 있었다.
(나중에 대화해보니 실제로 우간다에서 에이즈에 걸린 사람을 만나는 일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고, 그 때문에 에이즈 검사 확인사를 요청하는 것도 다행히도 크게 실례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심지어 [남자 친구 여자 친구 구함]이라는 공고를 게시면서도 에이즈에 걸리지 않았다는 증명을 하기도 한다.)
관광비자를 받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우리가 직접 보증인으로 알렌을 초대하려고 하니 여행사에서는 비자 발급 비용 + 6000 디르함의 보증금을 요구했다.
여행사에서는 관광비자로 들어왔다가 불법체류자로 사라지는 사람이 많다며 자꾸 겁을 줬다.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사람을 믿고 큰돈을 지불하는 것에 대해 마음이 불안해졌다.
만나기도 전부터 마음에 의심과 경계심부터 자라났다.
다행히도 알렌은 가족이 아랍에미리트에서 일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족을 보증인으로 해서 비자비용만 내고 관광비자를 신청할 수 있었다.
3개월에 60만 원에 가까운 관광비자비용을 지불하고 나니
복잡한 절차 없이 여권만 달랑 들고 와서 공짜로 3개월을 머무를 수 있는 대한민국 여권의 가치가 더욱 소중하게 느껴졌다.
비행기 표까지 발권하고 나서도 사실은 내내 불안했다.
그도 그럴만한 것이 여권사진 속 그녀는 매우 굳어있었고, 강한 인상이었다.
소개 해준 직원으로부터 들은 바로는 덩치도 크다고 하고, 약간은 무섭게 느껴지기도 했다.
괜찮은 사람이어야 할 텐데, 잘 도착해야 할 텐데,
도착 당일 공항에서 마주친 그녀는 이런 내 고민이 무색할 만큼 아담하고 귀여운 인상의 소유자였다.
그동안의 고민을 한 번에 떨쳐버린 나는 달려가서 알렌을 안아주었다.
그만큼 첫인상에서부터 나는 알렌이 참 좋았다.
(훗날 내가 이런 고민을 했었노라고 이야기했을 때 알렌은 '말도 안 돼'라며 웃어댔지만
이 사진을 보여주니 그럴 만도 하다며 아주 빵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