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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창균 Oct 21. 2022

더치페이, 어디까지 해야 되나요?

이 길이 맞는지 알려주시겠어요?

이 길이 맞는지 알려주실래요?

살면서 한 번쯤 생각해봄직한 질문을 드립니다. 지금 제가 하고 있는 고민이기도 하고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과연, 더치페이 어디까지 해야 될까요?



Q. 더치페이, 어디까지 해야 되나요?


더치페이(Dutch Pay)라는 말 익숙하시죠? 한글로 발음할 때는 몰랐는데, 영어로 써보니 어라? 뭔가 익숙하지 않나요? Dutch는 네덜란드를 뜻하는 말이고, Pay는 지불이니깐 네덜란드의 지불? 이런 뜻처럼 보이지 않나요?

더치페이(Dutch Pay)는 더치 트리트(Dutch Treat)라는 말에서 유래했어요. 본래의 뜻은 네덜란드인이 다른 사람에게 한턱내거나 하는 의미였죠. 하지만 영국-네덜란드 전쟁을 계기로 두 나라의 갈등이 심해지면서, 영국인들은 네덜란드의 관습인 더치 트리트(Dutch Treat)에서 '대접하다'라는 의미의 'Treat'를 지불하다는 'Pay'로  바꾸었습니다. 그리고 함께 식사 후 자기가 먹은 음식에 대해서만 비용을 지불하는 정 반대의 의미로 해석해 네덜란드인을 인색한 사람이라 조롱하였던 거죠. 그리고 시간이 흘러 'Duch Pay'는 각자 비용을 부담하는 뜻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이렇게 뜻풀이를 해보니, 이 말을 네덜란드인이 싫어하는지 궁금해지네요.



어쨌든, 외국의 문화인 '더치페이' 많이 하시나요?

저는 남자다 보니 동성 친구들끼리 자리를 가지면, 더치페이는 거의 국 룰인 편입니다.

특별한 이벤트, 예를 들어, 취업을 하거나 승진을 하는 경우, 모태 솔로를 탈출한 경우, 길에서 돈을 주운 경우 혹은 기분이 매우 엄청 막대하게 좋은 날? 정도가 아니고서야 더치페이를 하지 않는 날이 거의 없을 정도입니다.


보통은 이런 식이죠. 식사를 하면서 왁자지껄하게 시간을 보낸 후, 가게를 빠져나가기 전에 공론을 펼칩니다. 


착한 친구 A : '이거 계산 어떻게 할래?'

몰이꾼 친구 B : '어? 오늘 영식이가 쏘나?'(몰아가는 친구는 꼭 있습니다.)

도도한 친구 C : '내가 왜 쏴야 돼?' (시니컬한 친구도 있죠)

몰이꾼 친구 B : '아님 말고~ 그럼 옆에 네가 낼래?' 

착한 친구 A : '그냥 더치 하자~'


-대화 종결-


남자는 여자에 약하다.

누구나 아는 유전적 사실입니다. 여기서 '약하다'는 힘이 약하다는 뜻은 아니고, 강아지로 치면 '깨갱'한다고나 할까요. (본인은 아닌척하지만, 여성분이 어깨를 톡톡 치며 부르면, 깨갱은 아니어도 강아지가 되긴 할 겁니다.)

동양의 문화가 가부장적이다 보니 젊은 세대들도 데이트 등 이성과의 만남에서 더치페이를 잘 하진 않습니다. 물론, 막역한 친구라면 당연히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계산할 때 더치페이를 '쏘리 질러~'겠지만 요. 적어도 잘 보이고 싶은 이성과의 식사자리라면 멋지게 카드를 긁으며 '이건 제가 사겠습니다.'라고 말하고 싶어 지죠. 

이때, 역으로 본인의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이 될 수도 있겠네요. 소개팅 자리에서 혹여나 마음에 들지 않은 여성분이 나왔습니다. 그때 혹시나...'더치페이할까요?'라고 말이죠. (설마 실제로 이런 분이 제 글을 읽고 있다면... 당장 그만 읽으세요. 대신, 서점에서 매너에 관한 책 좀 보시길)



학생은 가난해

제가 대학생 때(회상만으로도 아련합니다.) 그런 말이 있었습니다. 무조건 '20살 신입생 때는 선배들한테 밥을 얻어먹어라' 저는 숫기가 좀 없었기 때문에 발화량이 풍부하고 넉살 좋은 친구를 앞세워 전략을 발휘했습니다. 한 명의 선배에게 밥을 얻어먹을 때 조용히 뒤에서 나타나서 씨-익 웃으며 인사드렸죠. 그땐 그게 당연한 줄 알았습니다. 근데 1년만 지나고 깨달았습니다. 그때 그분이 착한 거였구나.

어쩌면, 제가 재활용도 안 되는 쓰레기일 수도 있겠네요. 왜냐면 저는 후배들 밥 사주는 게 꽤나 부담스러웠습니다. 보통 1:1로 먹는 것도 아니고 한번 먹으면 2명에서 많으면 3-4명과 함께 밥을 먹었거든요. 학생이 무슨 돈이 있겠어요. 결국 학식에서 저는 제일 싼 백반을 먹고, 후배들에겐 '난 배가 안고파서'를 시전 하며 '너흰 돈가스 먹어'라고 말했죠. (꼬르륵)

물론, 이 문단의 요지가 후배랑도 더치페이를 하자.라는 말은 아닙니다. 단, 제가 짧은 인생을 살아보면서 느낀 한두 살 차이는 재정 사정이나 급여의 사정에 큰 영향이 없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역전세가 나듯, 나이 어린 사람이 더 부유할 수도 있죠. 따라서 나이가 많고, 선배라는 이유로 무조건 식사를 사줘야 된다는 게 어쩌면 정답은 아닐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저는 아직 선배님이 사주신다면 달려갑니다.)

보다 정확하겐 '첫인사'에 가깝습니다.

"첫인사 같은 첫 식사"인 거죠. 나는 당신을 처음 뵙습니다.라는 인사처럼, 나는 당신과 가까워지고 싶습니다. 의 또 다른 표현이 한턱(?), 대접(?)인 것입니다. (정확한 표현을 못 찾겠습니다. : 밥을 산다..?)


즉, 첫인사의 표현이 아닌 이상, 우리 모두 같은 학생이고 나이가 조금 많다고 돈을 더 버는 직장인도 아니니 '더치페이'가 더 자유로울 수도 있겠죠. 물론, 학교로부터 떨어진 지가 워낙 오랜 세월이라 지금과는 다소 많이 동떨어진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지극히 저의 시절에 있었던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과거를 회상한 내용입니다.


회사원은 힘들어

일을 하면 조금 달라질 줄 알았습니다. TV에서 보는 멋진 헤어스타일과 잘 다려진 스트라이프 셔츠, 회사 카드가 걸린 목걸이, 가슴팍엔 반짝이는 명품 볼펜은 전혀 없었습니다. 후배들을 다독이며 맛있는 저녁도 사주고, 회사의 하소연을 들어주는, 함께 술잔을 기울이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선배가 되기란 어려웠습니다. 제 앞길 쌓인 눈 제설 작업하기도 바빴던 것이죠. 그렇기에 종종 후배들과 식사를 하는 게 마냥 편하진 않습니다. 거기에 저 혼자 3-4명과의 식사나 저녁자리라면..? 요즘 물가 아시죠? 오히려 데이트하는 게 훨씬 나은 수준입니다. 그렇다고 후배들에게 자자 카드 내놔봐-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죠.(조금 자연스러웠죠?)


이럴 거면, 더치페이는 네덜란드인이나 만났을 때 해야 되는 거 아닐까요?


친구나 가까운 사람과는 스스럼없이 더치페이를 하곤 합니다. 하지만 꽤나 종종, 애매모호한 순간이 찾아오곤 합니다. 보다 정확한 표현으로는 더치페이를 하고 싶은 순간이겠죠. 소심한 저 혹은, 애매한 상황이 싫은 저는, 그냥 제가 지불하고 말기에, '더치페이'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 게 아닐까요?



여러분은 어떠세요?
언제 더치페이하시나요?

만약, 더치페이를 안 하신다고요? 
그럼 저 좀 불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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