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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지수 Apr 21. 2024

담마 말라야

말레이시아 위빳사나 명상센터

약 일 년 전, 10일 코스에 수련생으로 참가하러 말레이시아에 있는 명상센터, 담마 말라야에 갔다. 수련을 마치고 이어서 봉사하고 싶었는데 날씨가 정말이지 너무너무너무 더웠다. 태국 명상센터는 외국인 봉사자를 받지 않고, 독일인 파트너는 30일 무비자라 기간도 애매했다. 다시 돌아간 담마 말라야의 날씨는 아주 적절하게 따뜻하고 시원해 봉사하기 좋았다. 물론 말레이시아는 항상 습하고 덥지만 지난번에 비해서 한결 청량했다. 밤에는 선풍기를 틀지 않아도 될 만큼 선선했고, 종종 비가 내려 더위를 식혀주었다.

복을 의미한다는 왕 귤. 설날에 주고 받는다

봉사 기간 중에 설날이 있었다. 명상센터는 주로 중국계 말레이인들이 운영하므로 운영봉사자가 없으면 센터가 문을 닫는 경우도 있지만 다행히 우리는 설 명절을 명상센터에서 보낼 수 있었다. 담마 말라야는 어떤 사람이 기부한 부지에 기부금으로 건물이 지어졌다. 처음부터 명상센터로 지어진 곳이라 다이닝홀, 명상홀, 개인명상홀, 숙소 건물 등 동선이 완벽하고 명상하기에 아주 편안하다. 부지를 기부한 사람은 일 년에 한 번씩 명상하러 오고, 센터에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나서서 도와주는데 설날에 봉사자들을 자주 초대한다고 한다. 그는 올해도 설에 센터에 있는 봉사자들을 전부 초대했고, 다 같이 설날만찬이 열리는 근처 도시 콴탄으로 갔다.

새콤달콤 샐러드 전채
저마다 하고 싶은 말을 하며 다 함께 섞는다
새콤달콤바삭아삭

얼떨결에 중국식 설날을 보내게 되었다. 땅주인(말레이 봉사자들은 그를 그렇게 부른다)의 설날가족모임인데 테이블 하나에 우리 봉사자들과 땅주인 가족들이 앉았다. 우리 테이블은 채식코스요리가 나왔다. 처음 도착했을 때 이미 원형테이블의 큰 접시엔 채 썬 피클, 과일, 채소가 담겨 있었고, 그 위에 바삭한 과자와 소스를 넣고는 모든 사람이 일어나 젓가락으로 함께 그 샐러드(?)를 섞으며 새해 덕담이나 이루고 싶은 것들을 소리 내어 말한다. 새콤달콤한 샐러드를 먹은 다음부터 끊임없이 새로운 요리가 나왔다. 대부분 튀긴 것들이었다. 도대체 언제 끝나는 건지 당황스러울 정도로 음식이 계속 나왔다. 

비건 새우 튀김
비건 삼겹채 튀김과 마요샐러드
케일볶음
샐러드와 채소볶음과 튀김
비건치킨, 타로 국
음식이 짜고 기름져서 밥은 언제주나 했는데 결국 나온 건 연잎 약밥이었다
연근튀김과 브로콜리
바오번과 비건 물살이 튀김
용안이 들어간 새콤달콤시원한 디저트
땅콩앙금이 들어간 떡

중국계 말레이인들은 보통 중국어, 영어, 말레이어(바하사)를 할 수 있다. 알고 보니 중국어도 그냥 만다린(북경어)뿐만 아니라 칸토니즈(광둥어), 호키엔, 하카 등 다양한 방언까지 다양하게 구사한다. 만찬은 광둥어로 저녁식사를 의미한단다. 홍콩에서 온 봉사자와 말레이봉사자가 광둥어로 이야기하는 것을 듣다 보면 종종 한국어와 비슷한 단어가 들렸다. 한 번은 매화꽃 이름을 영어로 물어보기에 영어로는 모르겠는데 한국어로는 매화라고 하니까 말레이 봉사자가 놀라며 광둥어로도 매화라고 했다. 중국어보다 말레이어와 영어가 더 편한 중국계 말레이인도 많다. 


설 연휴가 끝나고 10일 코스에 주방에서 요리했다. 봉사자들은 대부분 중국계 말레이인이었다. 인도네시아에서 요리하러 온 사람도 있었는데 그가 만든 음식은 자주 짰다. 말레이시아 사람들은 말레이 음식이 안 짜고 안 달다고 했다. 수련할 때에는 그냥 중국음식과 인도음식인 줄로만 알았는데 알고 보니 말레이시아 음식이었다. 뭐가 다르냐면 중국인과 말레이인 혼혈 사람들이 만든 바바 논냐 음식, 인도 커리에는 간장을 넣는 식이다. 말레이 락사에 들어가는 생강꽃을 정원에서 뜯어와 갈아서 소스에 넣었다. 생강꽃은 빨갛고, 향기롭고, 아름답다. 센터에는 마늘과 양파가 없어 대신 다진 생강을 넣는다. 아침은 대부분 죽과 볶음면이고, 점심엔 샐러드, 밥, 인도음식 한 가지와 두 가지 음식이 있었다. 중국식 볶음 채소도 자주 있었다. 나는 영어/만다린 코스에만 있었는데 종종 영어/타밀(남인도) 코스가 열릴 땐 대부분 인도음식을 준다고 한다.


말레이 센터의 주방에는 비건 닭, 비건 양, 비건 물살이, 두부피, 순두부, 두부, 템페 등 다양한 식재료가 많다. 주방 봉사자 중에 젊은 시절 채식제품사업과 채식 요리강사를 했고, 600명이 넘는 사람을 먹인 적인 있는, 이젠 몸이 예전 같지 않은 샨티 이모가 있었다. 운영 봉사자는 정해진 재료 내에서 마음대로 요리하라고 했다. 메뉴에 있는 음식 중에 모르는 것도 있었기 때문에 있는 재료로 알아서 요리를 하는데 샨티 이모가 열심히 준비를 했다. 하루 이틀이 지난 다음부터는 샨티 이모한테 이것저것 물어보고 배우면서 같이 요리했다. 샨티 이모는 나를 데리고 센터 정원에 있는 생강꽃, 커리잎, 판단잎, 똠얌에 들어가는 라임잎 등등 어디에 있는 재료를 뜯어서 요리에 쓰면 되는지 알려주었다. 다음에 왔을 때 본인이 없어도 나보고 알아서 요리하라고 했다.

열심히 모래를 집밖으로 나르는 개미들

담마 말라야는 팜오일 농장 사이 어딘가에 있다. 잘 가꾸어진 정원을 산책하다 보면 혼빌, 왕 도마뱀, 게코 도마뱀, 이구아나, 다람쥐, 다양한 크기의 새들, 사향고양이, 뱀, 개구리, 원숭이 등 다양한 동물을 볼 수 있다. 깜깜한 하늘에는 콕콕 박힌 별들이 반짝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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