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투아니아의 자랑 린넨

2017년 11월 13일

by 김유리

리투아니아의 특산품으로 가장 잘 알려져 있는 것이 린넨이다. '리투아니아 린넨'이라고 하면 어디선가 들어본 듯하다는 반응이 많다. 리투아니아 사람들도 린넨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국가 차원에서 특산품으로 육성하고 있다. VMU 아시아센터의 주요 후원자 중 한 사람인 아스타(Asta)는 린넨 사업가이다. 어머니와 함께 카우나스 시내에서 린넨 공장과 상품점을 운영하는데 아시아(특히 일본)에 관심이 많다. 영어로 'Cozy Home'이라는 예쁜 이름의 가게에서 리투아니아 린넨의 해외진출 열정을 키우고 있다. 가게에 외국 학생들을 초청해서 린넨의 제조 과정과 상품들을 설명하는 작은 워크숍을 열었다. 그 덕에 리투아니아 린넨에 대한 이곳 사람들의 애착과 자부심을 좀 더 이해할 수 있었다.

아스타의 가게 'Cozy Home'의 린넨 제품들

아스타 가족의 린넨 제품 브랜드는 특이하게도 ‘기모노(Kimono)’인데, 일본 문화를 처음 접했을 때 너무 매력적이어서 그 이름을 브랜드명으로 지었다고 한다. 정작 기모노에 대해 잘 알기도 전에 지은 이름이고, 생산 판매하는 린넨 상품과는 별 상관이 없다. 하지만 그 덕분인지 아스타는 일본을 종종 오가며 리투아니아 린넨의 일본 시장 진출 확대를 도모하고 있다. 고급화된 인테리어 용품이나 가정용 소품으로 일본에 진출해서 경제력이 있는 고객층을 늘리는 전략이다. 마케팅 전략이 그래서인지 일본이나 한국에서 리투아니아 린넨 제품들은 꽤 비싸다. 여기서 사는 것과 한국에서 사는 가격이 큰 차이가 난다. 가격 차이는 선물의 좋은 조건이다. 한국에 갈 때마다 가족과 지인에게 선물할 린넨 소품들을 구입하러 종종 방문했다.

마직물의 원료인 마는 대마, 아마, 저마로 구분되는데 린넨은 그중 아마를 원료로 한 직물이다. 마직물에 가장 널리 사용되는 것이 아마이고 그 직물이 린넨이라는 걸 여기 와서 알았다. 우리나라에서 마직물이라고 하면 삼베, 모시 같은 전통 소재가 떠오르는데, 삼베는 대마, 모시는 저마를 원료로 한다. 면직물의 촉감, 흡수성, 통기성에 익숙하다 보니 린넨 직물은 의외로 낯설었다. 뿌리부터 열매까지 버리는 게 없다는 아마의 줄기 부분이 린넨이 된다. 줄기를 말리고 두들겨 섬유질을 펴서 실을 뽑아 린넨으로 만든다. 씨는 기름으로 먹는다. 리투아니아 린넨은 완전히 환경친화적으로 만들기 때문에 낡아져서 버리면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설명도 곁들인다. 원래 색상은 회색 빛이 도는 베이지색이지만, 흰색을 비롯해 다양한 천연염색을 하고 레이스나 문양을 넣어 디자인이 매우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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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뉴스와 카우나스 구시가지에는 호박과 목공예 등 기념품 샵이 즐비하다.

리투아니아에서 기념품을 찾는 사람들이 우선 떠올리는 품목도 린넨이다. 빌뉴스나 카우나스 구시가에는 기념품 가게가 종류별로 늘어서 있는데 린넨 전문점이 많이 눈에 띈다. 다른 기념품으로는 발트 전역에서 많이 파는 호박도 있고 목공예품도 많다. 그러나 호박은 아무래도 보석의 일종이라 좋은 제품은 가격도 부담스럽다. 나무 조각품은 그릇이나 받침, 조리도구가 아기자기하게 나오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장식품이고 실용성이 별로 없다. 부피나 무게도 여행자에게는 걸림돌이 된다. 린넨도 쌓으면 꽤 무겁지만 기념품이나 선물용 소품이라면 부담이 적다. 기계 방직이나 대량생산을 통해 가격도 많이 저렴해졌다. 현지에서는 선택의 폭도 넓고, 좋은 제품을 훨씬 저렴하게 살 수 있다는 걸 많은 방문객들이 이미 잘 알고 있었다.

아스타의 가게에서 가족 연말 선물로 마련했던 린넨 선물들

침구 커버나 커튼, 테이블보, 냅킨, 앞치마 등이 주된 상품이고, 편안한 디자인의 옷이나 머플러, 장갑, 가방 등 상품을 다양화하려는 시도가 활발하다. 한국 식탁 문화가 테이블보나 접시받침, 냅킨 등을 잘 쓰지 않다 보니 실용성을 따진다면 구매할 만한 물건이 제한적이기는 하다. 커다란 침구 커버나 커튼을 살 수도 없고, 간단한 선물용 소품으로는 접시 닦는 키친타월이나 허브를 채운 작은 쿠션 정도가 제격이었다. 자기 돈 주고 살 것 같지 않은 앞치마, 좀 작은 장식용 테이블보, 컵이나 그릇 받침 세트도 선물로 좋다. 2016년 연말에 한국에 가서 친지들의 성탄절 모임을 할 때 귀여운 그림이 그려진 작은 테이블보나 빨간 접시받침은 좋은 선물이 되었다. 전통을 살리면서 현대식으로 생산성과 디자인을 더한 린넨은 리투아니아와 참 잘 어울리는 특산품이다.

2018-03-18 16.07.04.jpg 빌뉴스 구시가지 옛 유대인 게토 골목은 예쁜 가게와 공방이 많다. 왼쪽에 한국에도 진출한 '린넨 테일즈' 가게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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