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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k Mar 06. 2019

메제(Meze) 엠피리언(Empyrean)

공학과 예술의 절묘한 만남


  오디오는 공학 기술의 힘으로 음악이라는 예술 장르를 소화하는 독특한 분야입니다. 관점에 따라 기술적인 측면을 중심으로 살펴보는 것도, 혹은 감성적인 측면에 초점으로 맞추어 살펴보는 것도 가능합니다. 덕분에 종종 동호인들 사이에서 분란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그 또한 오디오라는 취미 생활의 즐거움 중 하나라 하겠습니다. 


  어디에 초점을 맞추든지 오디오의 최종 목표는 청자에게 좋은 소리를 들려주는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좋은 소리를 내려면 일정 수준 이상의 기술력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기술력만으로 좋은 소리가 완성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애초에 오디오를 제작하는 기술을 둘로 나누는 게 올바를지도 모릅니다. 정확한 신호를 재생할 수 있는 공학적인 기술력, 그리고 신호를 음악적으로 표현할 수 있게 도와주는 감성적인 기술력으로 말입니다. 갖가지 고급 부품과 기술력으로 치장한 제품들의 소리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를 종종 겪었습니다. 아마도 소리를 음악으로 표현해내는 노하우가 부족하기 때문일 겁니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오디오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기기를 잘 만질 줄 아는 사람과 소리를 잘 다룰 줄 아는 사람의 협업이 필요합니다.






  메제(Meze)는 대표인 안토니오 메제의 이름을 본따 설립한 브랜드입니다. 안토니오 메제는 브랜드를 세우기 전에는 산업 디자이너로서 경력을 쌓았습니다. 음향 엔지니어 등 관련 업계 종사자가 자신의 브랜드를 세우는 모습은 종종 봤지만 산업 디자이너가 음향 브랜드를 직접 설립한다는 게 그리 흔한 일은 아닐 듯합니다. 저는 몇 년 전 99 클래식스(99 Classics)라는 헤드폰을 통해 메제를 처음 접했습니다. 당시 나무와 금속을 조립하여 만들어낸 아름다운 디자인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고, 목재 하우징의 부드러운 울림과 잘 맞은 소리의 밸런스에 좋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안토니오 메제는 본인이 사용할 헤드폰을 직접 만들 목적으로 브랜드를 설립했다고 합니다. 어디서 비슷한 이야기를 본 것 같은데, 댄 클락이 미스터 스피커스를 설립한 이유와 같은 이유입니다. 미스터스피커스가 댄 클락의 취향을 적극 반영한 제품들을 선보이는 것처럼 메제 역시 온전히 안토니오 메제의 취향에 맞게 제작되었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다행인 것은 99 클래식스의 흥행에서 알 수 있듯이 취향이 대중적으로 인정을 받았다는 점이겠지요. 신생 브랜드임에도 벌써 이너피델리티, 하이파이 어워드를 비롯한 여러 유명 헤드파이 기관들 사이에서 좋은 평을 받으며 선전 중입니다.



  2018년은 메제에게 있어서 전환점이 되는 해입니다. 이제껏 백만 원을 넘지 않는 선에서 효율적인 제품들은 선보이던 중 갑작스래 초고가의 헤드폰과 이어폰을 발표하게 됩니다. 그 중 엠피리언은 메제에서 선보이는 첫 번째 평판형 헤드폰입니다. 걱정스러운 부분도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안토니오 메제는 공학적인 면보다는 예술적인 면에 가까운 사람입니다. 과연 그 가격대에 걸맞는 제품이 만들어질 수 있을지, 너무 과욕을 부리는 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여기서 메제는 현명한 선택을 합니다. 우크라이나의 국영기업 태생인 리나로(RINARO)와의 협업을 통해 안토니오 메제가 원하는 소리를 얻어낼 수 있었다고 합니다. 엠피리언은 메제의 브랜드를 달고 출시했지만 사실상 두 기업의 공동 제작품에 가깝습니다. 리나로는 1980년부터 평판형 드라이버를 제작한 내실 있는 전문 기업입니다. 아무래도 공학적인 제작 노하우가 부족할 수밖에 없는 메제에게는 든든한 지원군이 생긴 셈입니다.




동양적 패턴을 활용한 아름다운 디자인





  엠피리언을 보고 있으면 아름답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듭니다. 사심을 듬뿍 담자면 제가 이제껏 봤던 헤드폰 중 가장 예술적인 외형을 가진 헤드폰입니다. 몇몇 유명 제품들이 패션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한정판 성격으로 선보인 제품에서나 볼 수 있었던 디자인을 엠피리언은 무심하게 툭 기성품에 적용시켰습니다. 어느 인터뷰를 보니 헤어 밴드의 형태는 고딕 형식에서 이어컵의 무늬는 아르누보 형식에서 영감을 받았고, 그 중 이어컵에 새겨진 독특한 패턴과 이어컵 전체 형태 모두 ‘Y’ 형으로 제작한 것은 동양 예술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합니다. 안토니오 메제를 포함한 메제의 디자이너들 모두 예술 전공자들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디자인이 아닐까 싶습니다. 매번 새로운 제품을 개발할 때마다 동종 업계 제품뿐 아니라 자신의 브랜드 제품들과도 차별화된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고 하니 앞으로도 메제만의 독창적인 디자인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엠피리언이 단순히 예쁘게 치장하는 데에만 급급한 제품은 아닙니다. 카본과 가죽이 함께 쓰인 헤어 밴드는 굉장히 편한 착용감을 선사합니다. 머리에 썼을 때 어느 한 부분에 무게의 쏠림 없이 전반적으로 착 달라붙는 느낌이어서 장시간 사용해도 그리 부담스럽지 않았습니다. 두툼한 이어패드 역시 편안한 착용감에 일조하는 부분입니다. 엠피리언의 기본 구성품에는 양가죽과 알칸타라 재질의 이어패드가 동봉되는데 어느 패드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음색이 달라지므로 입맛에 맞게 골라 쓰면 되겠습니다. 참고로 이어패드의 안쪽은 철망으로 마감되어서 이어컵쪽 마그넷에 의해 결합되는 방식인데, 이때 드라이버의 자력을 활용하고 별도의 이어패드를 위한 마그넷을 사용하지 않은 점도 짚을 만합니다. 이를 통해 외부로 빠져나가는 자력을 다시 드라이버 운동으로 되돌려 출력을 향상시키는 부수적인 효과도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https://www.mezeaudio.com/



  외관은 이쯤하고 안쪽을 살펴볼까요? 사실 엠피리언의 드라이버 역시 봤을 때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예쁘다’입니다. 무슨 드라이버를 이렇게 예쁘게 만들어 놨는지, 다이어프램에 새겨진 ‘RINARO’라는 글자의 폰트마저 멋스럽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역시 독특한 하이브리드 배열의 코일이겠지요. 아마도 이러한 구조는 엠피리언이 처음으로 시도하는 것 같습니다. 보통의 평판형 드라이버는 다이어프램 전면에 일정한 패턴의 코일을 부착합니다. 이와는 달리 엠피리언은 하나의 다이어프램에 서로 다른 두 가지 패턴의 코일을 상하로 구분하여 부착했습니다. 각각 상단은 저역을 담당하는 지그재그 패턴, 하단은 중고역 담당 원형 패턴입니다. 이도는 귀의 아래쪽에 위치합니다. 이도의 위치에 맞춰 원형 코일을 배치함으로써 중고역을 이도에 직접 전달하는 것이 하이브리드 배열을 사용한 이유입니다.


  소리의 지향성은 음역대에 따라 다릅니다. 저역으로 갈수록 지향성이 떨어지고 반대로 고역으로 갈수록 지향성이 뚜렷해집니다. 서브우퍼를 배치할 때 대칭을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든지 혹은 무지향 스피커에서 고역의 전체 방향으로의 확산에 많은 신경을 쓰는 이유가 이러한 지향적 특성차 때문입니다. 확신할 순 없지만 엠피리언의 하이브리드 배열 드라이버는 지향성이 높은 쪽을 이도와 수평이 되게 배치하고 상대적으로 지향성이 떨어지는 쪽을 그외의 부분에 배치시키기 위한 결과물로 보입니다. 각각의 코일은 서로 다른, 그 음역대 재생에 적합한 마그넷을 각각 사용합니다. 하나의 다이어프램을 공유하지만 사실상 구조적으로는 멀티웨이 방식에 가깝습니다. 그렇다면 왜 다이어프램은 하나만 사용했는지 궁금증이 생기는데 기회가 된다면 개발자에게 물어보고 싶습니다.




부드럽고 풍성한 저역과 소릿결이 예쁜 중고역의 조화





  이제 엠피리언을 들어볼 차례입니다. 두 가지 이어패드 중 보다 저역과 고역이 살아나는 가죽 패드를 사용했습니다. 알칸타라 패드의 경우 상대적으로 소리가 더 차분해집니다. 앞서 메제는 안토니오 메제 본인이 사용할 헤드폰을 제작할 목적으로 시작한 브랜드라 했습니다. 안토니오 메제가 헤드폰을 사용하는 모습을 살펴본다면 메제가 어떤 성향의 사운드를 지향하는지 대충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안토니오 메제는 한 번에 오랜 시간 동안 헤드폰으로 음악을 감상한다고 밝힌 적이 있습니다. 쉬지 않고 5~6시간 동안 감상하는 일도 흔하다고 합니다. 착용감에 많은 신경을 쓴 이유가 이런 모습 때문 같습니다. 오랜 시간 음감을 하기 위해서는 착용감도 중요하지만 오래 들어도 귀가 피곤하지 않아야 합니다. 그러려면 어떤 성향의 사운드를 선호할까요? 이러한 점은 엠피리언의 사운드, 크게는 메제 브랜드의 사운드로 맥락이 이어집니다. 


  처음 99 클래식스에서 우드 하우징을 사용한 이유는 자연스러운 울림을 통해 부담스럽지 않고 편안한 사운드를 얻기 위함이었습니다. 비록 재질과 구조가 모두 바뀌었지만 엠피리언 역시 이를 우선적으로 고려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다만 이전 제품과는 모든 면에서 질적인 수준이 어마어마하게 높아졌을 뿐입니다. 우선 헤드폰으로서는 광활하다고 말할 정도로 스테이징의 좌우 폭을 넓게 형성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다만 좌우 폭에 비해 무대의 깊이는 그리 깊지 않습니다. 때문에 음원에 따라서는 전후로 구분되어야 할 음들이 공간을 공유하거나 혹은 좌우으로 늘어서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역시나 평판형답게 질감 표현을 비롯한 뛰어난 해상력을 기반으로 개개의 소리들을 명확히 분리시킵니다. 


  전반적인 토널 밸런스는 제 기준으로는 살짝 밝은 편입니다. 음선의 표현도 부드러워서 단단한 타격감보다는 풍성한 양감으로 표현하는 성향을 지닙니다. 한 마디로 듣기 편안합니다. 그런데 처음 엠피리언을 들었을 때는 조금 실망스러웠습니다. 공간감도 넓고 분리도도 괜찮은데, 뭔가 넓은 공간을 소리로 채우기 버거워하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저역이 무겁게 떨어지지 않고 위쪽에서 존재감 정도만을 드러내는 것이 가장 큰 불만이었습니다. 중고역에 비해 저역의 양감이 너무 적은 소리로 들리는 겁니다. 


  제가 엠피리언을 사용하면서 가장 중요하다고 느낌 점, 엠피리언은 일정 볼륨 이상으로 들을 때 비로소 본 실력을 발휘합니다. 엠피리언을 듣게 된다면 볼륨을 서서히 올려보세요. 어느 순간 비었던 공간이 채워지면서 질감과 양감 모두를 충족하는 저역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평소 제가 듣던 볼륨으로는 부족했던 것이죠. 등청감 곡선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음압에 따라 사람이 받아들이는 음역대별 가청값이 달라집니다. 음압이 작아질수록 사람의 목소리 주파수 영역대가 더 크게 들리고, 반대로 저역은 잘 들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엠피리언은 마치 등청감 곡선을 명확하게 입증시키는 것처럼 일정 볼륨 이하에서는 저역이 살지 못하다가 볼륨을 올리고나서야 제대로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반면 중고역은 어느 볼륨에서든지 또렷한 편이니, 적당한 볼륨으로 둘의 밸런스를 맞추는 일이 중요한 것입니다. 혹시나 오해하실 수 있어 말씀 드리면, 귀청 떨어질 정도로 볼륨을 올려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볼륨을 키워도 엠피리언의 사운드 성향 자체가 앞으로 들이대는 것과는 거리가 있기 때문에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내용들을 곡을 통해 설명 드리면 보다 이해하기 쉬우실 겁니다. 이글스의 <Hell freeze Over>에 수록된 ‘Hotel California’의 도입부에는 기타, 퍼커션, 쉐이커, 그리고 관객의 함성과 박수 소리 등이 순차적으로 들려옵니다. 기타가 무대의 가장 앞단, 그보다 조금 뒤쪽에 퍼커션이 위치하고 쉐이커 소리는 무대의 좌우 규모를 알려주듯이 양쪽 사이드에서 소리 나는데요. 엠피리언으로 들으면 좌우로 먼 곳에서 쉐이커 소리가 들립니다. 반면에 기타와 퍼커션의 전후 배치가 확실히 구분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무대와 떨어져서 들려야 할 관객의 소리 역시 무대에 붙어 있는 느낌입니다. 때문에 좌우 공간감은 넓게 들리지만 입체감이 조금 부족합니다. 제 경험상 평판형 제품들이 이런 유형의 스테이징을 형성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평소 주로 헤드폰으로 음악을 감상하는 분들은 크게 불만을 느낄 만한 정도는 아니지만 스피커 사운드에 익숙한 분들이라면 깊이감 면에선 아쉽게 느낄 법합니다.





  작년 말부터 우리나라는 퀸의 나라였습니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천만 명에 가까운 관객수를 동원했고 공영 방송에서 1985년 라이브 에이드 공연이 다시 방연됐습니다. OST는 쉴 새 없이 들렸는데 작년에 열린 풀레인지 오디오쇼에서 가장 많이 튼 곡이 퀸의 노래들이라더군요. 개인적으로 1980년 퀸이 발매한 <The Game>에 수록된 ‘Another One Bites the Dust’를 많이 좋아해서 고등학교 시절 수없이 듣던 곡이었는데, 2018년에 이렇게 다시 들으니 반갑습니다. 이 곡은 누구에게나 익숙한 베이스 멜로디와 딱딱하게 떨어지는 드럼 비트,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신시사이저가 매력적인 곡입니다. 프레디 머큐리의 보컬이야 굳이 말 안 해도 되는 부분이고요. 


  엠피리언의 공간감은 앞서 자세히 이야기했으니 이번에는 양감과 질감을 볼까요. 제가 듣는 볼륨에서는 저역의 양감이 충분하거나 혹은 살짝 많다고 들릴 수준이었습니다. 이보다 볼륨을 조금 내리면 저역부터 확 빠집니다. 타격감은 적당한데 타격감에 이은 풍성한 울림 소리가 엠피리언의 무대 전체를 풍성하게 감싸줍니다. 따라서 음선이 선명한 컨트라스트가 강한 표현이라기보다는 경계가 스무스하게 확산되는 부드러운 질감이라는 표현이 어울립니다. 다만 이 곡 자체가 울림보다는 명쾌한 리듬감을 강조하는 곡이기 때문에 곡의 분위기에 보다 적합하려면 오히려 지금보다 윤기를 빼는 편이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반면 중고역은 또렷하고 어느 면에서는 날카롭게 표현합니다. 곡의 중간 중간 삽입된 신시사이저 사운드가 시원하고 강력하게 다가옵니다. 엠피리언에 사용된 두 개의 서로 다른 코일 배열과 이를 작동시키는 마그넷이 각각의 음역대를 조금은 다른 방향으로 사운드를 만들어냅니다. 고역의 매끈함과 저역의 풍성함이 잘 어우러진 멋진 튜닝입니다. 이런 면에서 엠피리언은 확실히 자신만의 곡 표현력이 드러나는 헤드폰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으로 제품명에 영향을 준 곡을 하나 들어봐야겠습니다. 엠피리언이라는 단어 자체가 멋스러운 의미를 가져서 이 단어를 사용했나보다 했는데, 관련 기사를 찾던 도중 이는 평소 안토니오 메제가 좋아하는 전 레드핫칠리페퍼스 기타리스트인 존 프루시안테(John Frusciante)가 2009년 발표한 솔로 앨범 <The Empyrean>에서 따온 것이라고 하네요. 다행히 스포티파이에 앨범이 올려져 있어서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제가 이해한 앨범명과는 달리 조금은 사이키델릭한 혹은 어두운 분위기의 곡들로 채워진 앨범입니다. 고정관념일지 모르겠지만 엠피리언의 풍성한 울림이 곡의 분위기를 한층 강조하는 느낌입니다. 재밌는 점은 존 프루시안테 스스로 이 앨범은 늦은 시각 ‘최대한 볼륨을 높여서’ 들을 것을 권한다는 점입니다. 엠피리언의 성향과 맞아 떨어지는 것이 우연인지 의도한 것인지는 안토니오 메제만이 알겠지요.




다루기가 쉽지 않다


  최근 들어본 최상급 해드폰들은 본연의 개성을 뚜렷하게 드러내는 타입이었습니다. 사실 그게 맞는 것 같아요. 대중성을 지향하기에는 가격부터 대중적이지 않지요. 엠피리언은 보다 넓게, 보다 부드럽게, 보다 편안하게 음악을 감상하려는 분들에게 권할 만한 헤드폰입니다. 마지막으로 엠피리언과 함께 어떤 시스템을 사용하는 것이 좋을지 따져보면서 리뷰을 마무리하려 합니다. 엠피리언은 구동 자체는 어렵지 않지만 성능을 온전히 끌어내기는 쉽지 않은 헤드폰입니다. 사용하면서 시스템의 저역이 어떠냐에 따라 소리의 만족도가 달랐습니다. 맑고 깨끗한 성향의 시스템보다는 무게 중심이 아래에 잡힌, 단단한 저역을 내주는 시스템과 매칭하는 경우 더 좋은 결과를 얻었습니다. 다만 질 좋은 저역을 내어주는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또 한 가지, 엠피리언이 가진 넓은 공간감을 잘 살릴 만한 시스템이면 더 좋겠습니다. 리뷰를 작성하며 종종 모조폴리에 엠피리언을 물려서 들었는데요. 충분히 듣기 좋은 사운드가 흘러나왔지만 모조폴리만으로는 본연의 공간 규모보다는 확실히 규모가 작아져 버렸습니다. 따라서 이러저러한 점들을 따져야 하기에, 엠피리언은 사용자에게 자기의 격에 맞는 시스템을 내놓으라는 어려운 숙제를 내어주는 헤드폰입니다.





*이 글은 셰에라자드의 지원을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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