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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k Jul 15. 2024

갑질 기업에 대해

기업과 리뷰어의 올바른 관계를 위하여

  잡지 시절부터 블로그를 지나 유튜브 영상 시대에 이르기까지, 제품 리뷰는 매체를 바꿔 가면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기자가 되었든 리뷰어가 되었든 특정 제품을 검토하여 평가하고 그 평가를 발행하는 행위는 기업 홍보 면에서 매우 중요한 일 중 하나입니다. 인지도가 높은 리뷰 발행 매체가 발행한 단 하나의 리뷰로 인해 제품의 성공 또는 실패에 어마어마한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오랜 기간 공들여 만든 제품이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를 원합니다. 당연히 기기에 대해 호평하는 리뷰를 선호하고, 혹평하는 리뷰는 보기 싫을 겁니다. 특히 '홍보비'를 지불해서 발행하는 리뷰의 경우에는 더 그렇겠죠. 누가 돈 내고 욕을 먹으려 하겠어요. 하지만 심정은 이해하나 기업이 이를 행동으로 옮겨 직접적으로 리뷰 내용에 간섭하는 행위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기업에게도 또 리뷰어에게도 절대적인 악영향만을 끼칩니다.



  소비자는 바보가 아닙니다. 특히 비싼 값을 지불해야 하는 하이엔드 오디오 시장에서 대부분의 소비자는 많은 고민과 검토 끝에 구입을 결정합니다. 그러한 검토 과정에서 본인이 신뢰해서 참고한 리뷰가 자꾸 거짓된 정보라고 느껴진다면? 혹은 리뷰가 단순 홍보 역할로 활용된다고 자꾸만 느껴진다면? 그 리뷰어가 앞으로 발행하는 리뷰는 신뢰가 깨질 것이고 그 업체가 만드는 제품들은 거품이 잔뜩 낀 제품이라는 이미지가 굳어지게 될 겁니다.



  보다 긍정적인 방향은 인정할 부분은 인정하고, 추후 개선시켜 나가는 것입니다. 잘못을 애써 감추거나 억지를 부리는 것이 아니라요. 이런 면에서 이번 DCS 관련 영상은 매우 충격적입니다. 리뷰어의 정당한 평가에 대해 기업을 폄훼하기 위한 악의적인 행위로 단정짓고 이에 대한 수정을 요구했으며, 리뷰어가 본인의 혹시 모를 실수 또는 오해로 인한 오보의 가능성을 열어 두고 DCS에 이에 대한 추가적인 설명을 요구했으나 DCS는 이를 무시하고 같은 말만 반복했습니다. 그리고 명시적으로 본인들이 가진 모든 경제적인 힘을 동원해 현 상황에 대처하겠다고 협박합니다.



  영상에서 카메론이 밝힌 것처럼, 발행된 영상에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기업에선 이를 지적하고 올바르게 수정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영상의 발행자는 본인의 실수를 공지하고 추가적인 피해가 없도록 수정해야 하고요. DCS 영상에서도 동일한 프로세스를 거치기 위해 카메론은 DCS 측에 문제가 되는 부분이 어디인지, 어떤 부분이 오류인지를 물었으나 정작 DCS는 어느 부분이 오류인지 밝히질 않습니다. 이렇게 되면 DCS가 원하는 건 실수에 대한 수정일까요, 아니면 숨기고 싶은 사실의 은폐일까요. 결과적으로 영상은 수정 없이 재개시되었고, 몇 달 후 DCS는 변호사를 통해 동일한 요구 및 법적 조치 예고 메일을 보냈습니다. 참.. 요즘 법적 조치 때문에 국내외 모두 난리입니다. 



  이어지는 영상에서 카메론과 헤드폰닷컴의 대응은 참으로 영리합니다. 본인들이 진행한 리뷰가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기 위해 각 부분들을 쪼개서 해당 분야의 전문가에게 검증을 요청했고, 그 결과 본인들의 테스트 결과에 오류가 없음을 확인받았습니다. 이로 인해 영상에서 밝혔던 DCS 제품의 단점이 오류의 결과가 아님을 증명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리뷰어가 기업에게 영상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이 어디인지 물었으나 문제를 제기한 기업은 답변을 하지 않았고, 그래서 제작한 영상에는 오류라고 할 만한 부분이 없었음을 기업이 아닌 리뷰어가 스스로 다시 검증했으며, 기업은 사실 관계 확인에는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은 채 기업 대 개인이라는 불합리한 경기장을 만들어 위협을 가했습니다. 그리고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카메론 및 헤드폰닷컴은 앞으로 이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공론화시켰습니다. 멀리 떨어져 있지만 개인적으로 감사하고 응원합니다.



  영상 말미에서 말합니다. 기업의 협박으로 인해 기업의 입맛에 맞게 리뷰가 수정된다면, 어느 유저가 앞으로 해당 기업 제품의 리뷰 내용을 믿을 수 있을까요? 기업은 리뷰어에게 제품의 '리뷰'를 의뢰합니다. 홍보를 위해 리뷰가 활용될 수 있겠지만 리뷰와 홍보는 별개의 것입니다. 리뷰에는 평가가 담깁니다. 리뷰를 맡기면서 홍보만을 원하는 기업의 마인드는 잘못된 것입니다. 나아가 리뷰의 결과가 본인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리뷰의 수정을 요구하거나 협박하는 행위는 리뷰어와 소비자 모두를 기만하는 악질적인 행위입니다. 



  올바른 개념을 가진 기업이라면 결과를 검토하여 수정 방안을 고심하고, 보다 개선된 제품을 개발하려 노력할 겁니다. 실제로 영상에서는 T+A, EMM 랩스, 마이트너 등의 기업들이 피드백을 받아들여 개선책을 내놓은 경우를 예로 들기도 했습니다. 이게 정상인데, 비정상이 많은 세상이라 그런지 유독 아름다워 보입니다.



  이미 국내에서도 DCS와 비슷한 경우가 분야를 가리지 않고 있어 왔습니다. 비단 DCS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죠. 그리고 반대로 리뷰어가 리뷰를 볼모로 기업에게 억지를 부리는 경우도 있을 겁니다. 이래저래 정상적인, 그래서 신뢰할 만한 리뷰 문화가 만들어지기를 바랍니다.



#기업갑질 #리뷰와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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