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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퍼직장맨 Aug 14. 2018

직장 내 갈등관리 매뉴얼 #2

갈등의 근원을 알면 해결도 쉬워진다

앞선 글에서 (https://brunch.co.kr/@hyungkyukim/62) 갈등은 우리에게 여러 어려움들을 주지만 동시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주며 또 완전 제거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관리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그 갈등의 종류를 좀 더 자세하게 들여다 보고자 합니다.


갈등을 구분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실질적으로 우리가 직장 내에서 종종 부딪히는 갈등의 종류는 크게 직무나 부서별 차이로 인한 역할 갈등과 상호 간의 관계 문제로 발생하는 관계 갈등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직장 내에서는 각자가 주어진 역할을 수행하도록 되어 있으며 이 역할은 상당히 다양할 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단기적으로 상반되는 관점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제가 수행하는 인사 업무에서는 채용을 바라볼 때 장기적인 관점에서 우리 기업에 계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고 한다면 그에 비해 사람을 당장 채용하는 현업 부서장은 현재 가지고 있는 경험과 스킬을 바탕으로 바로 실무에 투입이 가능한 사람을 선호할 수 있습니다. 재무 관련 부서에서 수익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며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고 이에 비하여 마케팅 부서에서는 브랜드의 가치나 이미지를 우선순위로 생각하며 어떤 기획을 할 수도 있습니다. 더 높은 성과를 위해 더 큰 목표를 설정하려는 부서장과 현실적인 목표를 설정하여 지속적으로 달성 가능하도록 만들고자 하는 실무 담당자의 관점이 다를 수도 있습니다. 부서의 기능으로 인해 관리에 더 포커스를 두어야 하는 경우와 그에 비해 외형의 성장이 더 주요 포커스가 되는 부서도 있습니다. 이처럼 한 조직 내에서는 여러 기능이 직무나 부서로 배분이 되어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이런 부서나 직무에서의 역할의 차이는 갈등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이런 갈등은 필연적이며 또 생산적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과정 중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서로 수행해야 하는 역할이 상이하기 때문에 각자의 관점을 지켜야 할 필요가 있으며 이런 관점들 간 조정 과정은 좀 더 나은 결과를 만들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런 갈등까지 없애는 것은 오히려 조직의 힘을 약화시킬 수 있으며 또 심한 경우에는 독재적 리더십이 등장하거나 균형 없이 기울어진 조직이 될 위험이 있습니다. 그 대상이 조직의 리더이더라도 리더와 갈등 없이 모든 사람들이 한 방향 정렬이 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일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적절한 수준의 역할 갈등은 조직의 건강하게 만들어 줍니다.


또한 이런 갈등이 존재하는 것이 팀워크를 저해하거나 조직의 문화에 부정적 영향을 줄 필요는 없습니다. 공자는 논어에서 군자는 화이부동(和而不同), 즉 동의하지 않아도 어울릴 수 있다고 했습니다. 동의하지 않아도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것이 갖추어야 할 성숙도입니다. 역할의 차이가 있어 각자의 관점이나 입장은 다르지만 상대방의 의견을 경청할 수 있고 소통을 통해 교류가 가능하며 또 친분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친분이 있다고 상대의 입장이나 관점을 따라주는 것이 미덕은 아닙니다. 다만 갈등 자체는 유쾌한 경험은 아닙니다. 특히 우리 문화에서는 주변과 갈등을 회피하는 경향이 강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갈등 상황 자체를 싫어합니다. 이런 불편함을 일정하게 감수할 수 있는 역량도 상당히 중요합니다.


역할로 인한 갈등이 깊어져 업무나 조직문화에 방해가 되는 수준이라면 공동의 목표에 대해 함께 점검을 해보는 방법이 유효합니다. 궁극적으로는 부서와 직무는 큰 방향에서는 같은 목표를 가질 수밖에 없으며 전략적이고 큰 방향에서의 방향 정렬은 역할 갈등 완화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반면 관계 갈등은 조금 다른 양상입니다. 관계 갈등은 그 역할의 차이에서 오지 않고 관계 자체의 문제에서 오며 신뢰의 부족이나 감정적인 요인들로 형성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상대방에 대한 선입견이나 감정이 생기게 되고 같이 일하기 어렵게 되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이런 갈등은 소통 방식의 차이나 행동 양식의 차이, 생각의 차이 등의 개인적 요소로 비롯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차이들이 어떤 오해나 상황들을 만들어 내고 더욱 악화시키는 어떤 계기들이 생기게 됩니다. 


관계 갈등은 직장 내에서 일정한 개입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부서 내의 일이라면 그 부서의 장이 개입할 필요가 있고 부서 간의 문제라면 그 부서들을 총괄하는 레벨에서는 개입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이런 개입으로도 속 시원히 해결되기 힘들며 당사자간의 상당한 노력도 필요합니다. 기본적으로는 각각 상대에게 가장 큰 어려움을 주는 요인들을 제거하는 방식이 적절합니다. 가장 고통이 되는 요인 (pain factor)을 객관적으로 서술하고 그와 관련된 언행을 조정하여 관계의 회복을 시작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상대방이 경어를 쓰지 않고 자주 "너" 등으로 호칭을 하며 관계 갈등을 만들어 간다면 해당 행동에 대해 객관적으로 서술하고 멈출 수 있도록 하여 관계를 지속적으로 저해하는 행동을 제거해 나가다 보면 최소한 관계가 더욱 악화가 되는 것은 막을 수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 어떤 사람들은 무조건 갈등이 없어야 한다는 생각에 갈등이 있는 자체로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기도 합니다. 저의 경우에는 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서로 절친이 되거나 가족이 될 필요는 없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업무를 수행하는데 저해가 되지 않는 기본적 관계이지 않겠는가" 등의 방식으로 그런 기준들을 설정해 주기도 합니다. 실제로 우리가 직장 내에서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가족이나 우정을 나눌 친구가 아니라 각자의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동료입니다. 물론 운이 좋게도 직장을 통해 좋은 인간관계를 만든다면 이것은 보너스이지 직장 생활의 본질은 아닐 것입니다.


관계 갈등의 근본적 해결은 행동의 변화가 아니라 관점의 변화에서 올 수 있습니다. 즉 상대방에 대한 시각이 변해야 관계 갈등이 해결될 실마리가 풀릴 수 있으며 이는 궁극적으로는 당사자간, 최소한 한쪽에서 먼저 시작되어야 합니다. 상호의 갈등 해결에 대한 의사를 확인하고 각자 상대방을 바라보는 시선을 점검하는 것이 이런 관계를 회복하는 단초가 될 수 있습니다.


지금의 직장에서 갈등으로 인해 어려움을 지속적으로 겪게 된다면 우선 어떤 종류의 갈등인지 면밀하게 살펴본 후 그에 대한 해결 방법을 고안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 주변이나 상사에게도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저절로 해결되는 갈등은 잘 없고 단지 그냥 넘어갈 수는 있지만 해결하지 않는다면 결국에는 더욱 큰 문제로 나오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제가 지금까지 목격한 수많은 사례들에서 관계 갈등의 끝은 대부분 파괴적이고 모두를 패자로 만들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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