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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Mar 10. 2020

워홀러의 직업찾기

뭐 해 먹고 살아갈까?

 워킹홀리데이는 직종에 제한이 없는 강력한 비자이기 때문에 본인의 역량에 맞춰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나는 넉넉하게 돈을 들고 왔음에도 불구하고 왠지 모를 불안감에 도착한 날부터 구인 구직 사이트를 드나들었다.


 일을 구하는 방법은 크게 온라인 / 오프라인 두 가지가 있는데, 하이어링 사인이 붙어있는 매장에 직접 들어가 이력서를 내는 용기가 부족했던 나는 온라인 지원으로만 일을 구했다. 대표적인 구직 사이트는 Indeed, Cragslist, 한국 커뮤니티(우밴유) 등이 있는데 우선 Resume(이력서)를 먼저 만들어야 한다. 개인 정보 및 짧은 소개, 학력, 경력 사항 등을 간추려 한 장의 파일로 만들면 된다. 이력서도 준비됐다면 이제 나에게 맞는 일자리를 찾아 이력서를 보내면 된다.


 대부분의 워홀러들은 팁을 받을 수 있는 일을 많이 한다. 서비스직에 종사한다면 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주급은 저축하고 팁으로 생활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물론 직종에 따라 팁의 금액이 천차만별이고 육체 및 감정 노동의 피로함 때문에 팁 잡이 무조건 최고라고 말할 순 없다.


 처음엔 타 워홀러들의 세이빙 금액에 혹해 '무조건 서버를 해야지!'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1년의 시간 이후 한국에서 다시 취업준비를 해야 한다는 끔찍한 상황에 워홀이지만 사무직에 도전해보려고도 했다. 현실은 1년만 머무는 외국인을 잘 뽑지도 않을뿐더러 부족한 영어실력, 최저시급만 받으며 생활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판단에 포기했다.  


 결국 찾은 일은 카페. 레스토랑 서버에 비하면 팁은 절반이 넘게 낮았지만 경력이 없어 새로운 일을 배울 의지는 부족했던 탓에 대학시절 내내 카페 일을 했던 경력을 살리기로 했다. 한 곳에서 4년가량 일했던 덕분에 이력서를 내면 대부분 인터뷰 날짜를 잡자는 회신이 왔다. 주로 개인 카페에 지원을 했는데 첫 시작을 아무 곳에서나 하고 싶지 않아 위치, 영업시간 등 조건이 하나만 애매해도 인터뷰를 잡지 않았다. 내가 가장 중요하게 고려했던 부분은 풀타임 가능 여부, 통근 거리, 법정 시급 및 휴가 지원 여부, 매장 영업시간 등.. 아무튼 많이 까다로웠다.


 그렇게 따지고 따지다가 처음 면접 갔던 카페는 스타벅스였다. 구인중이었던 지점은 집에서 가까웠고 평일 6AM~6PM, 주말 8AM~4PM의 완벽한 영업시간으로 저녁이 있는 삶을 꿈꾸게 해 주었다. 면접 전 날 부랴부랴 스타벅스 면접 예상 질문들을 공부해갔지만 인생은 실전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내가 지원했던 매장은 스타벅스 직영점이 아닌 호텔 소속이라 고객 서비스에 초점을 맞춘 질문들을 더 많이 받았다. 완벽하지 않은 영어로 생각나는 대로 30분 정도 아무 말 대잔치를 하고 난 후 스피킹 능력 부족을 절실히 느끼며 여기서 먹고살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결론적으로 면접은 합격했고 그 매장에서 11개월가량 근무를 했다.


 가끔 다른 곳에서 일했다면 어떤 삶을 살았을까 하는 상상을 한다. 세이빙을 더 많이 했을까? 더 좋은 동료들을 만날 수 있었을까? 하는 질문들이 끝이 없지만 한 가지 확실한 정답은 나는 내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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