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여행기-4
꿀 같은 낮잠 후 검은색 닛산의 시동을 걸어 하나 로드 투어를 떠난다. 섬 서쪽에서 동쪽으로 해안가를 따라 달린다. 하와이에 어울리는 OMI-Hula Hoop와 Sigala-Came Here For Love 를 크게 틀고. 고속도로 중간에 설치된 lookout에 차를 잠시 정차하고, 나무로 된 난간에 기대어 반대편의 위로 솟은 절벽과 그 한참 아래에 펼쳐진 해변을 바라본다. 세계 어디에나, 난간을 넘어가지 말라는 경고를 무시하고 꼭 넘어가서 망망대해 근처까지 가보려는 모험심 강한 사람들이 있다. 바람은 바다 근처에서 더 강하게 불어, 머리카락은 강한 태풍 앞 버드나무마냥 정신 없이 나풀거린다.
즉석에서 바로 갈아낸 파인애플 주스로 목을 축이고 다시 달리는데, 바다는 어느 순간 시야에서 사라지고 숲이 시작된다. 양쪽으로 나무가 우거지고 길은 굽이굽이, 점점 험해진다. 이렇다 할 놀라움 없는 똑같은 풍경들이 이어지고, 우리는 되돌아가기로 결심한다. 할레아칼라 국립공원(다음 편)을 갈 것이라면, 굳이 하나로드를 밟을 필요는 없다.
굶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들른 라하이나는 마우이 최대 번화가로, 온갖 레스토랑과 기념품점이 밀집해있다.
식당은 관광객으로 붐벼 정신이 없고, 점원은 음식을 나르고, 주문을 받는다. 전형적인 관광지 식당이다.
오늘 100번째는 내왔을 것 같은 스테이크와, 아담하게 담긴 새우튀김을 부족하게 먹고 나오니 도로 안 쪽 한 가게 앞에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하와이에서 유명한 디저트, shave ice를 파는 집이다. 다 같은 맛일 텐데 뭐, 줄을 이렇게 선담. 투덜대고는 줄을 서서 하나를 손에 쥔다. (언행불일치란 것이 뭔지 몸소 실천중이다.) 여기, 맛집이다. 얼음에 색소를 입혀 흉내만 낸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얼음과 과일을 같이 갈아서 본연의 맛이 스며들어있다. 추가로 주문한 하와이산 마카다미아 아이스크림 맛 또한 일품이다. 3배에 가까운 돈을 지불하고 먹은 레스토랑의 스테이크보다, 자그마한 가게에서 기다려 먹은 아이스크림에 더 행복한 것은 역설적으로 느껴진다. 더 값비싸다고 해서, 꼭 그만큼의 행복을 더 가져다주지는 않는다.
행복은 아이스크림과 같다는 말이 있다. 아이스크림을 물면, 입에 머물러 있는 순간은 금방이고 금세 녹아 사라지고 만다. 행복도 이와 같아서 찰나의 순간이고, 유지되기 쉽지 않다는 뜻이다. 어찌 되었든 아이스크림을 입에 물고 있는 그 순간은 행복하지 않은가? 아이스크림을 먹기가, 그렇게 어려운 것도 아니다. 그 작은 행복의 순간들을 반복해서 쌓으면, 하루하루 그렇게 살면, 조금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싶다.
노을이 지고, 어슴푸레하게 색이 변한 하늘과 바다가 조화롭게 어우러지고, 오른편 길가에는 주황색 등이 은은하게 비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