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여행기-3
아침 10시에는 서핑 레슨을 들으러 가야 한다. 집 앞 10분 거리에는 서핑 샵이 있어, 각종 서핑 물품을 팔고 강습도 진행한다. 일찍 일어나면 조깅이라도 할 요량이었지만, (마우이 해변 근처는 주택이 많고, 자연과 어우러져 산책하기 그만이다.) 지난밤 3시가 넘어 잠든 탓에 눈꺼풀이 무겁다.
햇빛에 버텨주기를 바라며, 얼굴과 뒷목에 선크림을 잔뜩 바른다. 긴 팔 래시가드와 워터레깅스를 낑낑대며 입고야 만다. 통나무로 된 서핑 샵 앞에는 수강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다. 유타주에서 친구를 만나러 온 금발의 여성, 캐나다에서부터 카우아이와 마우이를 즐기러 2주간의 휴가를 떠난 커플. 여행의 이유는 제각기 다르지만, 설레는 모습은 모두 비슷하다. 구릿빛 피부의 매력적인 여성이 저 멀리서 걸어와 수업에 함께하는데, 강사의 딸이다. 아들은 이미 바다로 나가 수업을 가르치고 있다고 한다. 가업이 대대로 이어지는 모양이다.
준비운동 및 간단한 동작과 순서를 배우고 실전에 투입된다. 1명이 중도 낙오하여 4명이서 배우는 2시간짜리 수업은 꽤나 길다. 한 명 씩 자세를 잡고, 파도가 오기를 기다리고, 타이밍이 되었을 때 일어나고, 파도의 흐름에 밀려나가다 넘어진다. 그리고는 물을 잔뜩 머금은 채로 버둥거리며 다시 돌아와 자기 차례를 기다린다. 오전은 파도가 약해서 서핑하기에 제격이다. 7-8월은 사람이 많아, 온전히 즐기고 싶다면 여름은 피해 오는 게 좋다고 한다. 강사가 한국의 유명한 여자 스노보더 이름을 말하며 관심을 끌어보지만, 우리는 누군지 알지 못한다. 너희들 바위 밑에 사는 거냐며 놀리지만, 30도를 넘나드는 여기서 스노보드가 인기라는 사실이 더 놀랍다.
물에서 나오니 콧등과 광대가 빨갛게 익었다. 모자를 쓰지 않은 탓이다. 태평양에서 떠오른 태양은 생각보다 강렬하고, 선크림은 물에 씻기기 마련이다. 태양을 당해낼 재간이 없다면, 얼굴에 그늘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지나칠 수밖에 없는 길 한가운데 트럭에서, 피자를 포장한다.
간밤에 꽂혀버린 포케까지 사들고 해변가 그늘을 찾는다. 해변가 잔디 한쪽에 세워진, 해를 피할 만한 휴게공간에 사람들이 모여있다. 일부는 바비큐를 구워 나르고, 일부는 김밥집에서 단체로 소풍을 나왔는지 대여섯 명의 소녀가 김밥을 말며 신나는 음악을 듣고 있다. 노동요에 맞추어 재료를 준비하고, 재잘거리며 까르르 웃는다.
음악이 어찌나 흥겨운 지 절로 몸이 들썩이고, 안 되는 와이파이를 우겨 기어코 노래를 찾고야 만다.
( 노래는 The Gussie P All Stars의 Lik off a Bwoy Head 였다 )
점심을 순식간에 해치우고는 그늘에서 기어 나와, 햇빛 내리쬐는 바다 앞 벤치에 앉아본다. 오후가 되서일까.
파도가 거세게 쳐서 바위 근처에 하얀 거품이 인다. 나무는 푸르고, 하늘은 그저 파랗다. 눈에 보이는 색이 두가지뿐인데도, 수십개 색깔의 휘황찬란한 네온사인을 볼 때보다 마음은 오히려 충만해진다. 조금 익으면 어떠냐. 이 풍경에서 익을 수 있는 것은 행운이다. 오늘의 물놀이는 이만하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