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는 장난이다. 중학교부터가 실전.
중학교 학부모가 되어 보니 초등학생과 중학생은 another level임을 여러 모로 느끼고 실감하고 있다. 아이가 초등학교 때는 부모노릇 날로 먹었구나 싶을 정도로 아이보다 내가 신경이 예민해지고 부담스러워졌다. 1학년은 자유학기제라 시험의 스트레스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중학교 학부모 적응이 쉽지 않았다.
가장 다르다고 느낀 점은 학교와 선생님들이 아이를 대하는 태도였다. 얼마 전까지 초등학교에서 어린아이라고 봐주고 챙겨주는 느낌이 사라졌다. 공지사항이 아이들 카톡을 통해서 날라오고 그걸 챙겨나가는 것도 아이가 스스로 해나가도록 유도하는 것이 달랐다. 마냥 옆에서 챙겨주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였다. 알아서, 스스로 챙겨나가는 연습을 도와주는 것을 중학교 학부모는 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큰 아이의 사춘기가 시작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시작은 6학년 말 무렵이였던 것 같다. 말수가 점점 줄어든다 싶더니 학교에서 마음이 맞지 않는 친구와 말다툼을 하여 담임 선생님으로 부터 전화가 오는 것이 시작이였던 것 같다. 점점 큰 아이와 둘이 있는 시간이 부담스러워 질 무렵 중학교 입학을 하였다. 내 눈에 뭐 하나 차는게 없이 덜렁거리는 큰 아이의 성향 때문에 사사건건 부딪히기 시작했다. 교복을 입는 일부터, 학교에 제출해야 하는 서류를 챙기는 일, 수행 평가를 준비하는 것 등등 그냥 넘어가지는 것이 없었다. 아이와의 말다툼이 잦아지고 언성이 높아지는 일도 많아졌다.
사춘기 초반에는 닥달하는 엄마의 잔소리를 듣고만 있던 큰 아이가 중학교 들어가면서 부터 반격이 시작되었다. 소리지르는 나를 향해 눈을 부라리며 같이 소리를 지르며 대꾸하는 큰 아이를 보며 '아 컸구나. 사춘기가 시작하는구나.'를 온 몸으로 느꼈다. 한 한달 동안 나와 큰 아이는 서로 꽤나 치열하게 싸우고 부딪혔다. 엄마와 형의 언성이 높아지는 것에 둘째가 풀이 죽을 정도 였다.
나는 나대로, 큰 아이는 큰 아이대로 서로 힘들고 화나는 터널 같은 시간을 지났다. 엄마의 말을 듣기만 하던 초등학생 아들이 울분을 토하며 나의 부당함과 지나침을 지적하는 사춘기 중학생으로 변신하여 자신의 입장을 토해내기 시작하였다. 싸움같은 대화가 길어질 수록 나는 아이의 입장이 이해가 되었고 그래도 어른이고 엄마였기에 아이를 끝까지 코너로 몰지 않고 아이의 입장을 이해하는 선에서 다툼을 끝내곤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중학교를 입학하고 서로 예민하고 새롭고 두렵고 불안했었던 것 같다. 엄마와 싸우면서 훌쩍 커버린 아이는 사춘기의 무수한 산 중에 산 하나는 넘은 것 같아 보인다. 언젠가 아이가 학교 과제를 제대로 해가지 않은 사실을 알고 불같이 화를 냈어야 하는 상황에 그래도 아이가 노력했던 부분에 대해 인정해주고 최대한 자제해서 타일렀던 적이 있다. 그날 밤 아이가 자기 전에 나에게 "엄마, 엄마도 무지 참고 있구나. 나를 봐주려 하는구나 알겠더라구요." 라고 이야기 하는데, 아, 다시 한번 '크고 있구나, 잘 크고 있구나.'를 느낄 수 있었다.
둘째는 나에게 사랑이다. 어디를 봐도 사랑이다. 첫째는 나의 선생님이다. 첫째를 낳고 키우면서 매 순간 나는 배움을 얻고 더 나은 사람이 되어 가고 있음을 느낀다.
내 인생의 선생님. 중학교, 고등학교를 지나면서 또 나에게 얼마나 많은 가르침을 줄 라는가... 배움은 좋다마는 너무 과한 가르침은 사양하고 싶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