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넘어도 없어. 괜찮아
아. 크면서 정말 듣기 싫은 질문이었다. 뭔가 거창하고 대단하고 고귀해야한 할 것 같은 그놈의 꿈.
그 꿈의 정체를 알아내야만 하는 압박감은 중학생 때가 최고조였던 것 같다. 고등학교 때에는 아무도 꿈에 대해 묻지 않는다. 당장 코앞에 놓인 대학진학만이 관심사이니깐.
중학생이 된 큰 아들은 자기 소개서를 쓸 일들이 잦아지면서 꿈을 묻는 질문을 자주 마주하게 되었다. 막막한 아이의 마음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엄마 저는 꿈이 없는데 어떻게 해요?
아들의 질문에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했다
꿈? 없어도 괜찮아!
그거 찾기가 얼마나 어려운데!
지금 모르는게 당연해. 걱정마.
어렸을 적 나에게 내가 해주고 싶은 말을 아들에게 쏟아내듯 대답해주었다.
그리고 아들에게 나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꿈이라는게 직업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며, 그 꿈이 거창하고 위대한 것일 필요도 없다고.
나의 초등학교 때 꿈은 빵집 사장님이 되는 것이었다. 빵을 좋아했던 빵순이라 빵을 마음껏 먹을 수 있는 빵집 사장님이 되고 싶었으나 빵집을 하려면 새벽 4시에 일어나야 한다는 말을 듣고 포기했다.
두 번째 꿈은 디즈니에서 일하는 것이었다.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고, 디즈니의 동화 속 세상을 사랑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디즈니는 미국에 있고 미국의 디즈니에서 일하려면 영어를 무지 잘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꿈을 접었다.
세 번째 나의 꿈은 덴마크 레고회사에 레고 개발자가 되는 것이었다. 한 때 레고에 미쳐있었는데, 레고 개발자라는 직업은 하루종일 레고만 만드는 일을 한다길래꿈꿔 봤었다.
아들에게 어릴적 내 꿈 이야기를 해주면서 말했다.
엄마가 꿈꿨던 작은 것들,
저런 일을 해보고 싶다,
저 곳에 속하고 싶다,
이런 소망이나 희망도 다 꿈이야.
지금 너가 생각하는 작은 것들,
그런거도 다 꿈이야.
그렇게 생각하면 너는 꿈이 없지 않잖아?
그거면 된거야.
엄마의 이 쿨한 대답에 아들은 감동했겠지?
이제 우리 아들은 자신의 꿈에 대해 생각해보고 작은 꿈이라도 나의 꿈이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 하지 않을까?
개뿔.
아들은 나는 꿈이 없다고 더 당당히 이야기 하고 다니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