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제이 May 11. 2024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점

600일의 도전


 100권이 넘는 책을 낸 작가의 글을 보면서도, ‘이 부분은 잘 안 읽히네?’라며 빠르게 훑어보고 넘길 때가 있다. 베스트셀러 출판물을 다수 편집해낸 대형 출판사의 작품도 그렇다. 사람마다 최고와 최선의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분명 대중에게 잘 읽히는 글의 법칙이 존재하긴 하지만, 그것이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 그런 부분에서 글쓰기는 디자인과 닮았다.



 디자인은 보는 사람마다 의견이 다르다. 상업 디자이너들 중 최고의 인재들이 모인다는 자동차 디자인 분야. 그들이 수년간 공들여 제품을 출시하면 반응은 둘로 나뉜다. ‘멋있다’, ‘별로다’.  최고 수준의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만든 것들도 호불호가 그렇게 쉽게 나뉘는데, 모든 사람의 만족을 위해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 아닐까?





 가끔 나도 글을 쓰며 수정에 수정을 거듭할 때가 있다. 더 잘 읽히는 글, 더 좋은 정보를 전달하는 글을 쓰기 위한 마음이 대부분이지만, 정말 가끔은 개인적 만족을 위해 글을 수정한다. 이대로는 완전하지 않다는 초조함에 발행을 주저한다. ‘그런 글 혹은 작품들은 세상에 내놓지 않는 것이 맞지 않으까? 괜히 내가 누군가의 시간만 뺏는 꼴이 되진 않을까? 이번 건 그냥 혼자 만족한 걸로 치고 취소하고 다음 작품을 더 멋지게 만들어볼까?’ 그런 고민들이 발행을 주저하게 만든다.



 그럴 땐 ‘독자의 입장에서 내가 어떻게 하고 있는지’ 반대편에서 생각해 보면 좋다. 앞서 이야기했듯 나는 잘 읽히지 않는 글을 보면 빠르게 읽어 넘긴다. 세상엔 더 잘 읽히고 더 좋은 정보가 얼마든지 많기 때문이다. 그 정보가 유일무이한 것이라면 보고 또 봐가며 연구하겠지만, 세상엔 그 정도 시간과 공을 들여 읽거나 볼만한 작품은 흔치 않다.



 글의 농밀함과 글의 길이가 글의 수준과 질을 대변하진 않는다. 짧은 글도 글이고, 긴 글도 글이다. ‘글은 최소한 이만큼은 써야 한다’라고 정해진 기준 같은 건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 애써 원고지 10장을 채우지 않아도, 하얀 종이를 빼곡하게 채우지 않아도 괜찮다. 오늘 쓰고 싶은 말을 그대로 담았으면 그 자체로 훌륭한 글이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글쓰기다.



 글쓰기에서 우선순위는 ‘독자를 향하는 마음’이겠지만, 사실 자신이 만족하는 것부터가 시작이다. ‘이 정도 밖에 못썼는데, 너무 짧다고, 너무 수준 낮다고 독자들이 비웃진 않을까?’라는 생각은 잠시 접어둬도 괜찮다. 그것은 글쓰기 기술이 무르익은 다음 다시 펼쳐보아도 될 고민이다. 우선은 스스로 인정하고 발행하는 것부터가 시작이다. 



 하고 싶은 말을 다 했다는 확신이 들면 그대로 마쳐도 된다. 짧게 느껴져도, 수준 낮다고 생각돼도 상관없다. 그 둘보다 안 좋은 것은 자신의 모자란 점(길이나 수준)을 보완하고자, 괜한 말과 미사여구를 추가하는 일이다. 그런 식으로 글을 수정하다 보면 글에 리듬감이 사라지고 텐션이 늘어진다. 가독성이 떨어지는 글이 된다. 스스로 만족하는 글을 썼을 때 비로소 리듬감이 생기고 가독성이 올라간다. 좋을 글을 쓴다는 건 잘 읽히는 글을 쓰는 것과 같다.





 글의 목적은 읽힘에 있다. 자기 혼자만 보기 위한 글은 일기장에 적어 책장에 보관하면 된다. 우리가 글을 써 발행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자기만족’과 동시에 누군가에 대한 ‘헌신’이다. 헌신은 ‘정보를 원하는 사람에게 제대로 정보를 전달함’을 의미한다. 그 ‘제대로’라는 말이 중요하다. ‘제대로’란, 글의 길이나 수준이 아니라 정확함이다. 정보에 대한 믿음이다.



 믿음은 경험에서 온다. 우리는 아는 것을 쓸 때 제대로 쓸 수 있게 된다. 직접 보고 경험한 것을 쓸 때 이야기가 술술 나온다. 글이 자신의 경험에서 나와야 하는 이유다. 또한 글은 자신이 이해한 만큼만 써야 한다. 그것은 넘치면 넘치는 대로, 모자라면 모자란 대로 티가 나기 마련이다. 가독성이 낮은 글의 이유 대부분이 ‘자기도 이해하지 못한 걸 썼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잘 하는 사람은 없다. 천재라고 불리는 모차르트도 그랬다. 많은 연습과 훈련이 우리를 성장시켜준다. 글을 쓰는 시간과 횟수, 그리고 사색하는 양에 비례해 우리의 글쓰기 실력은 차츰 늘어나게 된다. 처음부터 형식과 길이에 제한을 두거나 강박을 가져선 안된다. 그래가지곤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우리가 어떤 글을 발행하든 누구도 뭐라 할 사람이 없다. 못 쓴 글보다 더 슬픈 일은 아무도 읽지 않는 글이다. 더 많이 글을 쓰고 더 많이 읽히며 피드백을 받아야 한다. 완전한 글 하나를 쓰기 위해 10번의 발행을 1번으로 줄일 필요는 없다. 초심자의 최고 목표는 도달하는 양을 늘리는 것이다. 유명해지는 것 말이다. 글을 쓸 때만큼은 ‘솔직하되 자신에게 조금은 관대해질 필요’가 있다.




오제이의 <사는 게 기록> 블로그를 방문해 더 많은 아티클을 만나보세요.

https://blog.naver.com/abovethesurface


작가의 이전글 쉽게 잘 쓰는 방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