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출근》그 마지막 기록.

by 오제이


243건.

작년 8월부터 올해 7월 31일까지, 나는 매일 아침 출근길에 숏폼 영상을 만들었다. 영상 만드는 습관을 들이겠다는 가벼운 다짐으로 시작한 일이 어느새 1년을 꽉 채웠다. 그동안 찍은 모든 영상을 한데 모아보니, 계절과 풍경, 그리고 내 마음까지 어떻게 바뀌어왔는지가 한눈에 보였다. 여름, 가을, 겨울, 봄, 그리고 다시 여름. 카메라 렌즈 안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변화들이, 이제는 영상 속 빛과 그림자로 선명히 남아 있었다.


처음에는 욕심이 많았다. 눈에 들어오는 모든 것을 담고 싶었다. 장면마다 멈추고, 다시 걷고를 반복했다. 1분 남짓한 영상을 찍기 위해 출근 시간이 30분 넘게 늘어난 날도 있었다. 하지만 곧 깨달았다. 모든 것을 담겠다는 건 지나친 욕심이었다는 것을. 무엇을 담고 무엇을 덜어낼지, 선택하고 간결하게 구성하는 일이 훨씬 더 어렵고, 또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한 달쯤 지났을 무렵부터 영상의 품질에 신경 쓰기 시작했다. 촬영은 단순화했고, 완성도를 높이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썼다. 내 이름을 건 로고와 자막, 사운드 디자인, 장면의 구성까지 어느새 나만의 템플릿이 생겼고, 영상에는 내 리듬이 묻어나기 시작했다.



작업 초반에는 조회수에 예민했다. 수치에 따라 하루의 기분이 요동쳤다. 공을 들인 영상은 어김없이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고, 대충 만든 영상은 신기할 정도로 반응이 없었다. 조회수 하나에 웃고, 울었다. 수익이 생기는 것도 아니었는데, 어쩌다 나는 그렇게 숫자에 마음을 줬던 걸까.


시간이 흐르자 마음도 달라졌다. 조회수를 좇기보다는, ‘나중에 이 영상을 다시 봤을 때 어떤 감정을 느낄까’ 하는 생각으로 방향을 바꿨다. 지금보다는 미래의 내가 만족할 만한 기록을 남기고 싶었다. 같은 거리, 같은 시간, 비슷한 풍경. 변하지 않는 출근길이지만, 나는 개의치 않았다. 꾸밈없이, 지금 있는 그대로의 나를 남기는 것이 중요했다. 영상을 만든다는 이유로 억지로 평소 하지 않던 일을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짜 의미를 잃는 일일 것이다.



댓글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가끔 올라오는 짧은 댓글 하나에 기분이 좋아졌다. 물론 선플만 있는 건 아니었다. 아침부터 악플 하나를 마주하면, 하루 종일 그 말에 사로잡혀 기분이 가라앉았다. 그럴 때면 문득, 연예인들은 어떻게 그 수많은 말들을 견디는 걸까, 생각했다.


내 영상은 작업이라 부르기엔 민망할 정도로 간단한 일이었다. 몇 개의 컷을 찍고, 템플릿에 넣으면 끝이었다. 그런데도 1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영상을 만드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나름 꾸준함에 자신 있었던 나였지만, 어떤 날은 정말 버거웠다. ‘오늘은 좀 쉬어도 되지 않을까’라는 유혹 앞에서 늘 흔들렸다.



1년을 돌아보며 이 프로젝트가 내게 남긴 의미를 생각했다. 243일 동안의 출근길, 243개의 장면, 243번의 기록. 그리고 그 기록을 지켜봐 준 수많은 사람들. 을지로 거리 위, 작은 진동이 큰 울림이 되어 멀리 퍼져나갔다. 그 울림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응원이 되어주었다는 사실에 나 역시 깊은 감동을 받았다. 나의 일상에 고마움을 보내온 낯선 이름들. 그 고요하고 따뜻한 응답들이 이 1년을 더욱 빛나게 했다.


《오늘도 출근》이라는 프로젝트는 이렇게 끝을 맺지만, 나의 출근은 멈추지 않는다. 내일도, 나는 다시 을지로로 향할 것이다. 매일이 새로운 장면이고, 또 다른 이야기다. 이 기록이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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