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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gang Jun 22. 2021

다시, 능내리

나의 시랑


어제 오후 다시 능내리에 갔습니다. 만물이 성성한 유월은 태양이 가장 높아지는 달, 이라고 브런치 작가(계영)님이 썼더군요. 내 마음속 유월을 어쩜 이렇게 정확하게 표현한 것인지 감탄을 했습니다. 찬란한 여름의 시작, 유월이 그런 달이라고 외치는 중입니다.

어젠 제법 바람이 불었습니다. 그럼에도 풀숲을 걷고 나니 등줄기에 적당하게 땀이 흐르더군요. 후덥지근한 느낌마저 상쾌하다고 표현하면 억지라고 하실 건가요? 밤꽃이 지고 접시꽃이 피더군요. 금계국이 지고 산수국이 피었더군요. 삘기꽃이 하얗게 피었고 억새는 그 사나운 잎을 사각이며 키를 한자나 더 해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유월 바람이 달았습니다. 옷에 배어드는 땀까지도 풀물이 들 듯 초록 향이 났습니다. 계영 작가님의 표현처럼 하지의 축제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김화영의 알제리 기행을 다시 읽습니다. <여름의 묘약>과 <알제리 기행>을 두고 저울질을 잠깐 했습니다. 읽었던 책을 다시 읽는 느낌도 좋습니다. 처음 읽는 듯 새롭기도 합니다. 알제리는 카뮈의 고향입니다. 카뮈가 사랑하는 알제리. 카뮈는 “봄철 티파사에는 신들이 내려와 산다. 태양 속에서, 은빛으로 철갑을 두른 바다며 야생의 푸른 하늘, 꽃들로 뒤덮인 폐허, 돌더미 속에 굵은 거품을 부글거리며 끓는 빛 속에서 신들은 말을 한다.”라고 썼습니다. 카뮈의 산문집 <결혼. 여름> 중 ‘티파사에서의 결혼’ 첫 구절입니다. 이 문장을 김화영 선생은 마치 청춘의 영상처럼 머릿속에 빛 밝은 섬이 되어 떠돌고 있었다고 하더군요. 김화영 선생의 알제리 기행은 바로 이 문장의 역할이 큽니다. 그가 알제리를 탐하는 마음 카뮈를 사랑하는 마음은 제가 능내리를 탐하고 정약용 선생을 사랑하는 것과 같은 결일 테지요.

능내리는 정약용 선생의 고향입니다. 티파사에서의 김화영 선생과 능내리에서의 나는 잇닿을 수 없는 끝과 끝일 테지만, 감히 비교대상도 되지 않을 테지만, 능내리를 사랑하는 마음만은 그가 알제리를 사랑하는 마음보다 더 클 것이라는 확신이 드는 겁니다.


그러다가 지난번에 발행했던 ‘유월 능내리’ 댓글에 시선이 갔습니다. 다시 읽는 댓글이 살짝 감동이 됐습니다. 너무나 할 말이 많은 능내리, 그래서 더 할 말을 못 하는 능내리 이야기. 혼자 어떻게 쓸 것인가 글을 재단하다 결국 쓰지 못한 글. 사진으로 글을 대신했던 글 아래, 랭보의 시 한 편이 대신했던 그 글 아래의 댓글이 감동이 됐거든요. 오늘은 그 댓글 몇 개를 그대로 옮겨왔습니다. 그냥 함께 읽어봐도 좋겠다 싶어서요. 댓글을 써 주신 분께 폐가 되지 않을까 염려스럽긴 합니다만, 작가의 손을 벗어난 댓글은 제 꺼나 다름없는 것이지요?



억새 푸른 잎


나무 Jun 12. 2021

작가님

이 시는 제가 시라는 것을 알고

처음으로 접한 시입니다.

그때가 초등학교 2학년

가난한 집에는 TV도 없고

둘러봐도 아무것도 없던 그 시절

뒷산 인왕산을 헤매고 다니던 때

오직 오빠가 읽던 시집만이 방안을 굴러다녔어요.

그때 읽은 랭보의 시를 보며

나를 그의 시에 포개어보았지요.


leegang Jun 12. 2021

@나무 초딩 때 랭보의 시를 접했군요. 저는 20대 처음 접했거든요. 그냥 밤꽃 냄새나는 후덥지근해지는 그 시절이 되면, 보리가 익어가는 그 시절이 되면, 이 시가 저절로 생각이 나요. 랭보의 시를 읽던 오빠는 지금 어떤 일을 하고 계시는지 궁금해지네요.


아무도 Jun 12. 2021

능내리.... 이름만큼 아련한 운치가 있는 곳이네요.

노란색이 이런 분위기가 있다는 걸 사진을 보며 알았어요.

뭐라 표현하기 어려운데 ' 현실적인 희망' 이런 느낌이에요. 노랑의 재발견 같아요.

30년의 행간을 읽는다는 것... 때로는 외면하고 싶은 행간의 의미도 있으셨을 텐데...

(저만 그런가요?ㅎㅎ)

그 옆을 묵묵히 지키며 걸어오신 작가님, 애쓰셨단 말씀을 뜬금없이 드리고 싶어 집니다.^^


leegang Jun 12. 2021

@아무도 작가님 당연 외면하고 싶은 행간도 있지요. 파란 같은 날들이 뒷모습에 다 드러나니 어쩌겠어요. 능내리는 어느 때 가도 늘 좋지만 저는 지금 이 시절이 제일 좋아요. 적당하게 흐르는 등줄기 땀까지도 좋아요. 땀줄기에서도 보리향이 나고요, 풀내음이 나거든요. 뜬금없는 작가님의 그 생각이 맞을지도 모릅니다. 저는 또 반갑게 가슴으로 받아들였고요. 어젠 생텍쥐페리의 <인간의 대지>를 다시 읽었어요. 애잔하고 뿌듯하고 슬프고 아름답고.. 그가 야간비행을 하며 보았던 램프 불이 특별하게 다가오더라고요. 그 불빛 하나하나가 칠흑 같은 어둠의 대양 속에서도 의식이라는 기적이 있음을 알려주었다고, 그 불빛의 보금자리 안까지 살피고 생각하는 생텍쥐페리의 가슴을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더라고요. 저는 지금 금계국을 보며 그 램프 불빛을 생각하게 되네요. 뜬금없게도요. 누군가 책을 읽고 누군가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고 누군가는 또.....

     


지성파파 Jun 12. 2021

여름이 짙어져 가는 6월이면 보리가 더욱 푸르렀던 어린 시절을 떠올려봅니다. 후덥지근한 바람 속에 맑은 노을이 푸르게 하루를 마감했던 어느 6월 저녁이 떠오릅니다.

랭보도 그 시점에 서있었나 봅니다. 어린 소년의 시선으로. 수줍어하던 어떤 소녀의 눈길도 저절로 생각나게 하는 그림이네요.^^

투명하게 가라앉는 하루의 끝자락. 옆지기와 나란히 소요하는 연인의 모습에 절로 흐뭇해지네요. 풍경이 참으로 아름답네요 ᆢㅎ


leegang Jun 12. 2021

@지성파파 작가님은 댓글도 시적이고 산문적이고, 그림 같기도 하고요. ㅎ 후덥지근한 바람 속에 맑은 노을이 푸르게 하루를 마감했던 어느 6월 저녁... 맞아요. 이맘때 노을은 더없이 아름답죠. 늦은 오후 산책길에서 노을을 맞이해보지 않은 사람은 초여름 저녁의 낭만을 말할 수 있는 권리가 없을 듯요. 그래요. 랭보도 그 시점에 분명히 서 있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보리도 익어가고 버찌도 익어가고 보리수도 빨갛게 익어가는 계절, 감나무의 감이 형태를 갖추어 가고 배가 열매를 만들어가고 강바람은 시원 스레이 불고 능내리 입구에는 위그든 씨의 사탕가게를 연상케 하는 <토마스 씨네 가게>가 있고...  풀잎 새 함부로 밝으며 유월 오후를, 여유를, 맛보길 바랍니다.


여와 Jun 12. 2021

고요하고 편안한 주말의 소요,..^^

참 좋네요. 이렇게 바라보는 것만으로도요!

물을 머금은 잎들이라서인지 유난히 더 빛나 보이고요. 능내리의 아름다운 풍경에 저도 편안히 쉬어가는 느낌이요.^^


leegang Jun 12. 2021

@여와 좋지요? 여름 오후가 훅 달려드는데 더워 보이지도 않고 상큼한 오후가 여유 있게 다가오는 그런 날... 그게 유월인 듯해요. 금계국이 지기 전 몇 번 더 달려가야 할 것 같습니다. 모퉁이를 도는데 보리수가 익어가고 앵두도 익어가더라고요. 어디선가 보리가 익어갈 테고요. 검은등뻐꾸기도 쉬지 않고 울어대더라고요. 아.. 생각만 해도 좋은 날이네요. 이 여름의 시작이 더없이 좋은 날... 능내리가 이 계절을 살찌우게 하네요.


혜나무 Jun 12. 2021

카메라를 통해 나온 풍경을 통해 작가님만의 시선이 느껴져요. 왠지 사진만 봐도 아 이건 우리 leegang작가님이 찍으신 것이로군, 하면서 알은 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따뜻하면서도 그리움을 머금은 사진들을 통해 초여름의 향기를 맡습니다. 피사체로 살짝 잡히신 남편분에 대한 애잔한 감정들도요...

풀잎 새 함부로 밟으러 달려가고 싶습니다아~~ ^^

아 그리고 작가님의 능내리가 남양주에 있는 곳 맞죠? 남편 졸라서 저도 한번 가보려고요 ㅎ.


leegang Jun 12. 2021

@혜나무 남양주시 맞아요. 다산 정약용 유적지예요. 정약용 선생이 세 살 때 저기 저 강 건너를 보고 시를 지었다는 강가이지요. 오래전에는 자연미가 있어 그 나름 좋았는데 지금은 또 사람의 손길이 많이 닿아 깨끗해져서 또 다른 묘미가 있는 곳이기도 해요. 능내리를 사랑하는 저는 정약용 선생을 사랑하여 1999년부터 이곳을 드나들었으니 20여 년을 사랑한 곳이네요. 오셨다고 연락 주시면 달려갈 수도 있습니다. ㅎ


공감의 기술 Jun 12. 2021

우와.. 남편의 뒷모습만 봐도 30년의 행간을 읽을 정도면.. 거의 부처님 손바닥 안이요, 뛰어봤자 벼룩..이라는 말이 생각나는 건 왜일까요?? ㅎㅎ

하긴 그렇죠.. 30년의 세월이라면 목소리 톤이나 미세한 떨림으로도 알아차릴 수 있는.. 오랜 시간 함께 해온 부부이기에 가능한 교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소요.. 한가로이 거니는 마음이 울림으로 다가오네요..


leegang Jun 13. 2021

@공감의 기술 주말 잘 보내고 계신가요? 하늘 흰구름이 얼마나 예쁘던지, 나무 그늘에 앉아 한참이나 바라보았습니다. 본격 여름에 들어섰음을 흰구름이 말해주더라고요.ㅎ

오늘은 분명 저녁놀이 예쁠 거라는 생각을 하며 들어왔습니다.

해 질 녘 강변 걷기는 더없이 좋은 날이고요.

등줄기에 적당한 땀이 흐르고 발걸음으로도 느껴지는 유월 오후의 낭만.

그런 행복한 오후가 되시길 바랍니다^^


양문규 Jun 12. 2021

19세기 프랑스의 능내리로 랭보를 만나러 갑니다!!!


leegangJun 13. 2021

@양문규 19세기 프랑스의 능내리는 어디일까요? ㅎㅎㅎ 신앙이 깊고 엄격한 어머니 밑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그의 방탕이 안쓰럽기만 한 천재 시인 랭보.. 를 기억하는 계절이 유월이네요.


루씨 Jun 12. 2021

오호 아름답네요. 금계국 들판이 새로이 아름답게 펼쳐져요. 평화로움이 느껴지네요.

ㅎ 저도 @내가 꿈꾸는 그곳 따라서 똑같이 한마디 합니다. 사진 참 좋습니다.

능내리를 찾아봐야겠어요. (남양주시에 위치하군요. ㅎ 가기 힘드네요)

저는 작가님 포스트 사진들을 접하자 무주 가는 길의 용담호 호수길이 생각납니다.

작가님 오늘 포스트 정말 아름다워요.^^

랭보의 시를 낭송하면서 걷는 작가님이 눈에 선합니다.


leegang Jun 13. 2021

@루씨 요즘은 금계국이 여기저기 어디를 가도 지천이더라고요. 번식력이 좋아서 다른 식물을 잡아먹(?)어 버릴까 염려까지 되는요. 온통 산천이 노랗네요, 요즘.

요즘 저는 오느른 브이로그 자주 봅니다. 그런데 작가님이 거기에 가셨더군요.

그저 바라보는 것으로 심신의 위로가 되는 그런. 자연이 주는 평안이 그런 것 같아요.

자연스러운. 하긴 기획하고 촬영하는 과정은 어쩜 자연스럽지 않겠지만요.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고 그런 작품을 건져 올린 건지 최피디의 활약이 놀라웠습니다. 그게 한 순간 발휘된 게 아니라는 것. 내면으로 견뎌온 날, 내면으로 쌓아온 삶의 내력이 빛을 발할 때를 만난 것이 아닌가 생각해봤습니다.


두두니Jun 12. 2021

오! 아름답도다!

꿈결 같은 풍경, 넋 놓고 보게 됩니다.

능내리.. 이름 또한 너무 운치 있네요.

과연, 시인은 시인이고

에세이스트는 에세이스트네요.

살구나무... 는 무슨 책이지? 하다가 혹시.. 하고 작가 소개를 봤더니, 작가님이 내신 책이었군요! 세상에.. 몰라 뵈어 죄송해요.ㅎㅎ 어쩐지~


남편분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무슨 맘인지 알 것 같아요.

감사히 읽고 봅니다^^


leegangJun 13. 2021

@두두니 진짜 능내리는 언제 가도 꿈결 같은 풍경입니다.

매번 갈 때마다 저는 감탄사를 연발하거든요. 언제 가도 새롭습니다. 늘 다른 얼굴로 맞이해주거든요. 늘 마음의 평안을 선물해주는 곳이기도 하고요. 능내리에 살구나무가 있는 집이 있었어요. 마당에는 질경이가 자라고 있고 마당 가운데 우물이 있고 그 우물 옆에 늙은 살구나무가  살고 있는 집. 허름하지만 운치 있고 허름하지만 낭만이 있는 그런 집이었는데 그 집 살구나무에게 안무를 묻는, 또는 어릴 적 옆집 동배네 살구나무에게 안무를 묻는 그런 이름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 늙은 살구나무가 사라져 버렸고 허름한 그 집 흙 마당도 사라져 버렸고 그 카페 또한 사라져 버렸어요. 그 자리 최신식 건물이 자리 잡고 있는, 그때 그 느낌 낭만은 찾을 수 없는...


캐리소 Jun 14. 2021

그리운 능내리를, 그 옆의 양수리의 향내를 작가님의 사진으로 담뿍 안습니다.

눈물이... 이렇게라도 그리움을 그리움이라고 소리 내어 말해보는 것. 선물 같은 일이네요. 다 작가님 덕분입니다.


leegangJun 14. 2021

@캐리소 앗 작가님 고향이 양수리라고 했지요? 언제 양수리 수련 공원을 사진 찍어 올려야겠군요. 모네의 정원을 본땄다는 곳, 일본식 다리가 있는 배경을 중심으로 말이지요. 오래된 느티나무가 있는 배경을 중심으로 푸르고 넓은 정원을 만들어 놓은 곳. ㅎ

어쩜 양수리가 능내리 보다 훨씬 아름다울 수 있는데 전 능내리가 더 애착이 가요. 물론 가까운 점도 있지만요.

작가님이 좋다 하시니 저는 더 좋습니다.

한주 시작하는 월요일 남편 출근하고 나서 저는 또 잠이 들어버렸습니다.ㅠ

     


리하LeeHa Jun 15. 2021

작가님의 사진은 볼 때마다 감탄이 절로 납니다. 누가 찍어도 이런 그림. 쉽게 나오지 않는답니다. 사진 찍으실 때 작가님의 생각과 감정이 다 녹아들어서 이런 작품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저는 산책할 때 생각해보니 남편이랑 떨어져 다니네요. ㅎㅎ 다음엔 나란히 걸어봐야겠어요.


leegang Jun 15. 2021

@리하LeeHa 앗 감사합니다. 칭찬해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자주 가던 능내리를 요즘은 자주 가지 못해서 아쉽기도 합니다. 차가 없어졌거든요.ㅎ 그래서 남편이 퇴근해야만 갈 수 있는 그 귀한 시간.. 을 혼자가 아닌 남편과 함께 간 것입니다.

오늘은 진짜 황당한 일을 겪었네요. 이 사건을 바탕으로 글을 써야지 생각하고 있습니다. 자칫 심각한 보이스피싱을 당할 뻔했거든요. 돌아보니 모두 허점 투성인데 사람의 혼을 한순간 앗아가 버리더군요. 금전 피해를 당하지 않은 것만도 천만다행인 거지요.


유랑선생 Jun 15. 2021

뒷모습에서 행간을 읽을 정도의 부부 사이는 어떤 걸까요. 저는 남편 뒷모습을 보며 아무 생각 없이 있는 날들이 많은데, 오늘 한번 유심히 봐야겠어요. 하하. 작가님 글만큼이나 사진 역시 아름다워요. 보기만 해도 그리운 한국의 초여름이 생각나네요.


leegang Jun 16. 2021

@유랑선생 뒷모습의 행간이란, 그의 고뇌를 알기 때문이지요. 그저 불쌍하게 보이는 마음 그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쩜 다 안다고 하는 것은 오만일 수도 있겠네요. 그런데 제 느낌은 다 알 것 같거든요. 그래서 그의 마음을 십분 읽어내기 위해 그저 수용하고 이해하려 하고 그러며 사는 것이지요. 이렇게 말하고 나니 전 뭐 특별하게 사는 사람 같네요. 그렇지만 특별하게 살지 못합니다. 다들 사는 모습처럼 그렇게 희로애락을 벗 삼으며 살아가는 것이지요.

자다가 일어났습니다. 어제 너무 황당한 일을 겪고 아, 나도 별수 없구나 싶은 날이었어요. 매일매일 화살기도를 하며 살아야겠구나. 자칫 나도 큰 일 날 사람 큰 일 낼 사람이구나. 자칫 방심하다가 진짜 한순간 ♩♪~(바보)될 수 있겠구나. 나도 그런 사람이구나. 생각했거든요. 아 진짜 매일 긴장하며 살아야겠구나. 무례하지 않고 건방지지 않고 연약한 나를 다독이며 묵묵히 겸손하게 기도하며 살아야겠구나.... 다짐하며 나를 돌아보는 하루였거든요.


니나nina Jun 16. 2021

작가님의 랭보 <소요>에 대한 애정이 담긴 글을 작가님 브런치 북 <정직한 시간>에서도 읽은 기억이 있어 이 글 읽으며 함께 다시 읽어 보았어요. 저도 이제 6월이 되면 랭보와 작가님을 떠올리는 시간이 생길 것 같아요.^^ 작가님 책 머리글과 어울리는 사진은 노란색이라는 표현이 부족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아름답고 아련한 느낌이에요! 저도 살다 보면 남편의 뒷모습에서 행간을 읽을 수 있는 날이 오려나요.^^; 남편이든 꽃이든 함께 존재하는 대상들과 내가 있는 곳에서 감사한 마음으로 소요하고 싶어요. 늘 감사하는 마음을 되새기게 해 주시는 작가님 글 감사히 읽었습니다.^^


leegang Jun 16. 2021

@니나nina 랭보 <소요> 첫 이미지가 제게 넘 크고 깊게 다가와서 유월이면 다른 시가 스며들 수가 없네요. 유월을 걸을 때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은데, 너무 많으니 그 할 이야기를 다 쓸 수가 없어 늘 이렇게 토막으로 내놓고 마네요. 그럼에도 원 글보다 더 깊은 댓글을 내어놓은 작가님이 있어 넘 좋습니다. 작가님뿐 아니라 여기 내려놓는 모든 댓글이 그렇다고 봐야겠지요? 너무나 감사해요. 작가님 통해서 저 또한 더 감사하는 눈이 되어요. 오늘은 진짜 유난히 맑고 쾌청한 날, 반드시 걸어야만 할 거 같은 날, 강변길이 걷고 싶은 그런 날이었어요. 그런데 걸으려고 벼르면 못 걷게 되는 이 이상한 반응. 걷지 못하고 수요예배 다녀왔어요. 오늘은 작가님께 시 한 편 내려놓아요.


오늘의 약속 /나태주


덩치 큰 이야기, 무거운 이야기는 하지 않기로 해요

조그만 이야기, 가벼운 이야기만 하기로 해요

아침에 일어나 낯선 새 한 마리가 날아가는 것을 보았다든지

길을 가다 담장 너머 아이들 떠들며 노는 소리가 들려 잠시 발을 멈췄다든지

매미소리가 하늘 속으로 강물을 만들며 흘러가는 것을 문득 느꼈다든지

그런 이야기들만 하기로 해요


남의 이야기, 세상 이야기는 하지 않기로 해요

우리들의 이야기, 서로의 이야기만 하기로 해요

지난밤에 쉽게 잠이 들지 않아 많이 애를 먹었다든지

하루 종일 보고픈 마음이 떠나지 않아 가슴이 뻐근했다든지

모처럼 개인 밤하늘 사이로 별 하나 찾아내어 숨겨놓은 소원을 빌었다든지

그런 이야기들만 하기로 해요

실은 우리들 이야기만 하기에도 시간이 많지 않은 걸 우리는 잘 알아요

그래요, 우리 멀리 떨어져 살면서도

오래 헤어져 살면서도 스스로

행복해지기로 해요 그게 오늘의 약속이에요


나태주 시인의 오늘의 약속을 지키며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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