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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속씀 Nov 16. 2019

주니어 서비스 기획자의 출근 첫째주 피드백, 혹은 기록

내가 빠르게 배워나가야 할 것들.

*(커버 사진 오글거림 주의)


2016년도 대학교 2학년 겨울방학 때

처음 우연히 접했던 인턴쉽을 시작으로,

총 4가지 인턴 혹은 프리랜서 일을,

도합 24개월이란 기간 동안

단 한 번의 휴학으로 마무리하고

드디어 내가 꿈꿔왔던 커리어를

이번주에 정식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이번 글은 첫 직장인으로서의 한주를 마무리하며

내 스스로를 점검하고, 다가 올 다음 주를

대비하기 위한 일종의 기록이다.



1. 내 인생에서 단연코 가장 빨리 지나간 한주였다. 미쳤다.

평소에 생각과 걱정이 매우 많은 편이라

합격 메일을 받은 순간부터

밤잠을 잘 이루지 못했는데,

출근하는 날 새벽에는 잠을 설치다가

검색창에 '첫 출근 전 불안'을 검색했던 기억이 난다.

이런 증세가 나 혼자만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새삼 마음을 한시름 놓았었다.

희한하게도 한주가 무척이나 빨리 흘러갔는데,

출근 전날의 기억은

한 달 전의 기억인 것처럼 느껴진다.

한 주간 많은 일이 있었기 때문인 걸까.


결국 막상 부딪혀 보면 걱정할 새 없이 바빠져

잡생각들이 거짓말처럼

모두 사라질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예상대로 나는 하는 일없이 마냥 첫 출근을

기다리던 때의 멘탈 상태보다는

바쁘게 살며 일하고 있는 현재가

훨씬 더 건강하고 안정적인 것 같다.

목표없는 삶은 내게 독이라는 것을

새삼 다시금 한번 느끼게 되었다.

일이 적응되면, 홀로 진행하고 있던

사이드 프로젝트도 다시 꾸준히 진행할 예정.


2. 그래도 나는 신입인데 과연 정말

바로 실무를 맡게 될까 생각했다.

바로 한다. 하는 중이다. 사실 밀렸다.

할당받은 일들은 객관적으로 바라봤을 때

결코 어려운 업무가 아니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익숙한 실무자라면 하루 안에

충분히 다 끝낼 수 있는 일들로 보여진다.

그래서 속도가 늦은 내 스스로가 조금 답답하다.

하지만 속도가 늦는 이유는

내가 아직 현 회사의 커뮤니케이션 방법이나

일을 처리하는 프로세스, 업무 툴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기 때문이란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에게 너무 가혹해질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조직과 업무에 익숙해지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직접 부딪혀보는 것이고,

이는 팀 리더님이 나를 위해

눈높이를 맞춰 배려해준 것이 분명하다.

첫 3일간 여러가지 과거 기획서들을

의자에 앉아 거북목 상태로 읽고있는 내가

조금 안쓰러워 보이셨나보다.

어찌됐건 나를 믿고 간단한 일들이라도

일찍 맡겨주신 것은, 매우 감사한 일이다.


3. 입사 일정을 생각보다 조금 앞당기게 되었는데,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연말 이맘때쯤은 언제나 모든 회사가 그렇듯

매우 바쁜 시기이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프로젝트 버닝으로 인해 정신이 없다.

다행히 우리 팀원 분들은 바쁜 와중에

나를 정말 잘 챙겨주셔서,

확실히 인복 하나는

타고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사실 엄청난 행운이다.

그냥 빨리 성장해서 짐을

덜어드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4. 첫날부터 덜컥

여러 회의에 들어가기 시작했는데,

엊그제 회의 내용은 절반도 이해하지 못했다.

처음 듣는 다양한 용어들이 너무 많아서

의식의 흐름이 자꾸 끊겼는데,

일단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 회의록만

열심히 타이핑하며 고개는 계속해서 끄덕였다.

나중에 이 사실을 팀원분들 중 한 분께 실토하니,

나보고 10%라도 이해하면

대단한 거라며 토닥여주셨다.

보통 새로 팀원이 들어오면

이해하기 쉽게 이야기를 풀어서 하는 편인데,

하필 내가 그럴새 없이

너무 바쁜 타이밍에 들어왔다고.

그래도 혼자 가만히

모니터를 들여다보고 있을 때 보다,

확실히 여러 회의를 참석하는 것이

전반적인 팀의 업무 흐름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처음 듣는 용어나 화면들은 적어두었다가

관계자분들께 물어가며 배울 수도 있고 말이다.

그나저나 빨리 데이터를 보며 분석하고

인사이트를 통해 의사결정하는 것을 배우고 싶다.

이 부분은 정말 기대가 많이, 많이되는 부분이다.


4. 멀티타스킹 능력은

길러도 길러도 부족한 것 같다.

그나마 Notion에

모든 것을 틈틈이 기록하는 습관이

조금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이것은 연차가 쌓인다고 향상될 능력같지는 않다.

뭔가 나만의 업무 관리 시스템을

형성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근데 이건 사람 성향이나 업무 스타일마다 달라서

정답이 없을텐데 어떻게 구축해야할까?


(+퇴근길에 이 글을 쓰다가 집에 도착해서

저녁을 먹자마자 침대에 쓰러져 기절했다.

이 글을 다시 쓰고 있는 현재 새벽에 잠을 깼는데,

믿거나 말거나 회사에서 일하는 꿈을 꿨다.

무슨 존재하지도 않는 툴을 발견해 놀라워하며

그곳에 폴더명을 이곳저곳 지정해주고

'앞으로 여기다가 따로 분류해서 관리해야지~'

이러며 기뻐하고 있는 꿈.

평소에 꿈을 잘 안 꾸는데

오랜만에 꿈을 꿔도 이런 걸 꾸다니.

소름이 돋는다.

언어를 한창 배울 때 그 언어로 말하는 꿈을

종종 꾸는 것과 비슷한 맥락인 걸까.)


5. IT기업은 스타트업이나 대기업이나

큰 맥락에서 그리 다르지 않다.

개인적으로는 꽤나 충격적인 부분.

아직 출근한지 한주밖에 되지 않아서

뭘 알겠냐만은.

나는 보통 처음 일할 때

주변의 모든 소리까지 다 귀를 기울이는 편인데,

이는 멀리서 들려오는 대화도

내게는 무언가를 배울 수 있는

좋은 단서가 되기 때문이다.

지금이 무척이나 바쁜 시기이기 때문에

스타트업과 큰 차이가 안나보일 수도 있지만,

확실한 것은 대기업도 스타트업 못지않게

매우 치열하다는 것.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기간도 짧고,

프로세스도 비교적 애자일하게 진행된다.

한국의 IT업계에서는 종종

'대기업은 의미가 없는 일에

많은 리소스를 투자하며 일하는 속도가 느리지만,

스타트업은 리소스가 부족한 대신

사용자들의 문제 해결에 포커스를 두고

생존을 위해 모든 것이 빠르고 실속있게 진행된다'라는 이야기를 듣고는 하는데

이는 꽤나 잘못된 프레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문득 예전에 학생 시절 술자리에서 만난

어느 스타트업 종사자 분이 생각난다.

대기업을 다니던 분에게

'당신은 커다란 기업의 나사에 불과하다'며

자신은 의미있는 일을 하고 있지만

당신은 편한 곳에서 안주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상대방을 무례하게 까내리던,

일명 '스타트업 병'에 걸리셨던 분.

당시 아마 나도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나는 절대 저런 사람이 되지 말아야겠다고

속으로 깊이 다짐했었다.


아무튼 내가 일하는 곳 역시,

스타트업만큼이나 사용자들을 위해

잘 보이지 않을 작은 디테일까지도

매우 치열하게 고민하되, 빠르게 결정하는 곳이다.

서비스 기획자로서 많은 것을 희생하더라도

'사용자'를 최우선으로 여기는 조직에서

일한다는 것은,

그 무엇보다도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다.


빨리 성장해서, 사용자들과 더 가까워지고 싶다.

5살 때 꿈이었던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

하루빨리 되고 싶다.


...그러기 전에 일이나 까먹지 말자.


출근 첫 날 아침의 알람 화면




*근래에 이런저런 생각이 들어

고민 끝에 가장 최근에 올렸던

두 편의 글을 내리기로 결정했습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글은 써나갈 예정입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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