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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속씀 Jun 04. 2020

브런치 작가들이여, X글 쓰는 것을 두려워말자!

당신은 승객, 나는 정류장.

최근, 지인 중에

브런치 작가로 활동하는 친구가 있어
브런치에 대한 작은 담소를 나눈 적이 있다.

'브런치에서 흔히 잘 먹히는 제목 유형들'에 대하여

이야기가 나와 우리는 격하게 공감하며

그 유형들을 킥킥대며 읊어댔고, 이후에는

일종의 '브런치 현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 친구는 최근에 글 조회수가 연속적으로 폭발하여

흔히 말해 '승승장구'를 하고 있었는데,

여러 이유로 갑작스러운 '브런치 현타'를 느껴

글쓰기를 쉬고 있다고.

.

.

.

나는 오늘 아주 오랜만에 글이 쓰고 싶어졌다.

 

실제로 직접 보고, 만질 수 있는 세상이었다면,

내 브런치 계정엔 먼지가

아주 수북이 쌓여있었으리라.

요새는 브런치 작가가 그렇게 되기가 힘들어

날고 기는 대단한 분들도 6-7번씩 도전하신다던데,

브런치 초기에 작가 지원이 뭔지도 잘 모른 채

인터페이스가 깔끔한 것이 마음에 들어 가입했다가

한 번에 합격했던 행운아 주제에,

감지덕지 열심히 쓰기는커녕

이 무슨 오만한 나태함이란 말인가.
 

글을 많이 쓰지도 않았고, 구독자도 많지 않지만,

글을 쓸 때마다 따뜻한 댓글을 달아주시는 분들과,

내 글에 대한 주변 지인분들의 응원들은

언제나 감사했다.

덕분에 글을 꾸준히 쓰지 않음에

약간의 정신적 부채를 안고 있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그런 외부적인 요인들에 이끌려

무언가를 하기에는 고집이 너무 지독하게

센 사람이다.



한 평생 글 쓰는 것이 취미였던 내게,

글 쓰기는 언제나 열정이 아닌, 안식처였다.

브런치를 시작한 이유도

사실 내 생각을 파편적으로 기록하고
직접 공유하기에는 페이스북이

조금 불편한 곳이었기에,

새로운 장소를 찾아 떠난 것뿐이었다.


그렇게 일기 쓰듯 쓰고 싶어 썼던 몇몇 글들이

갑자기 터져 예상 밖으로

빠르게 공유가 되기 시작했고,

내가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내 글을 공유한 것을

두 눈으로 직접 마주하는 순간들도 찾아왔다.

그때의 느낌은...뭐랄까.

부족한 글임에도 남들이 이만큼

많이 공감해줬다는 것에 대한 기쁨도 있었지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mixed feelings,

뒤섞인 감정들이 있었다.


물론, 그중에는 당연히 두려움도 있었다.

후에는 실제로 글을 내려야 하는 순간들도 있었고.
 

몇몇 사건들을 접하면서,

내게는 안식처였던 글쓰기가,

일종의 두려움의 대상이 되었던 것 같다.


짐처럼 느껴진 순간들도 있었다.

마치 흔히 브런치에서 '잘 팔리는 글'을

써야만 할 것 같은,

일종의 '쉐도우 복싱 부담감'이랄까.



높은 수준의 글을 쓰시는

유명한 브런치 작가님들을 보면 참으로 존경스럽다.

그들은 단순히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단련하며 끊임없는 담금질 끝에 세상에

일종의 작품들을 내보인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그럴 수 있는 재능도 없고,

애초에 그런 쪽으로 관심도, 욕심도 없다.

관심과 욕심이 없는 이유는,

내가 부족한 사람이라는 것을

스스로 너무 잘 알기 때문이며,

어쩌면 말 잘하고 글을 잘 쓰는 사람들 중,

실제로 겪어봤을 때는

오히려 내게 실망감을 안겨줬던

사람들이 꽤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뭐, 나도 누군가에게는 실망을 안겨주었을 테지만.


그래서 난 내 글에 최대한 솔직하고 싶다.

아니, 내 자신의 모습에 솔직하고 싶다.

누구나 남들에게 자신이 더 좋아 보이도록

포장하고 싶고, 꾸미고 싶어 하겠지만,

그리고 아무리 '자기 브랜딩'이 중요한 시대라지만,

꾸밈으로 속일 수 있는 것은 잠깐일 테니.



나는 만일 남들이 나를 좋게 바라봐준다면,

내 모습 그대로를 보고

좋게 바라봐주었으면 좋겠고,


남들이 내게 실망을 한다면,

내 있는 모습 그대로를 보고

실망해주었으면 좋겠다.


전자라면 나는 당당히, 순수하게 감사할 수 있고,

후자라면 적어도 억울하지는 않을 테니까 말이다.


 

어제는 난생처음 온라인에서 만난 분을

오프라인에서 직접 만나 뵙게 될 기회가 있었는데,

글을 즐겨 쓰셨던 그분에게 나는 내가

왜 글을 더 이상 잘 쓰지 않게 됐는지를 설명했다.


웬걸,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갑작스러운 이유로 글을 쓰고 있는 내 모습을 보니 참으로 어이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더욱 어이가 없는 사실은,

내가 오랜만에 글이 쓰고 싶어져 브런치에 들어와

진짜로 쓰려고 했던 주제에 대해서는

아직 단 한 줄도 쓰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의식의 흐름에 맡겨

왜 내가 오랜만에 글을 쓰고 싶어졌는지에 대해

고민하며 서론을 쓰다가,

글이 이렇게 길어져버리고 말았다.


처음 쓰려고 했던 글은,

조만간 정리해서 다시 주말에 쓰던가 해야겠다.
(어이없는 결말...ㅎ)


 

뭐 어쨌든 그래서 이 똥글의 결론은,

나 같은 브런치 작가들은

남들이 좋아하는 글을 쓰기 위해

굳이 노력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진정한 의미의 창작은,

그리고 그 창작을 꾸준히 하기 위해서는,

스포트 라이트에서 벗어나고,

스스로가 똥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을

결코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결국 글 쓰는 사람은 버스 정류장이고,

글을 읽는 사람들은 승객들일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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