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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속씀 Dec 27. 2020

2020년, 신입이라는 딱지를 떼며.

2020은 어떻게 살았고, 2021은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해.

최근 가까운 지인들과 함께 랜선 파티를 진행했다.

각자 퇴근 후 저녁 먹고 모여,

새벽 늦게까지 맥주를 홀짝이며

이런저런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나누다가,
서로가 지난 한 해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2020년은 분명 모두에게 특별한 한 해였다.

호주에선 멈추지 않는 산불이 번졌고,

나의 영웅이었던 Kobe Bryant는
큰 딸 Gianna와 함께 헬기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Covid-19은 전 세계를 강타하며
공동체로서 눈부신 역사를 써왔던 인류에게,
하얀 가면을 씌우고

사실상 물리적 해체를 명령했다.

사악한 몇몇 경찰들의 행동으로
젊은 흑인 청년은 허무하게 목숨을 잃었고,

허공으로 흩어진 그의 마지막 숨결은

인종차별의 민낯을 드러내며,
BLM이라는 물결을 전 세계로 퍼뜨렸다.

이 외에도 같은 해에 일어났으리라고는
믿기지 않는 사건들이 무수히 많이 일어났는데,

예를 들면 내가 입사한 지

벌써 1년이 지났다는 것과 같은 것들이다.



1. 2020, 업무적인 측면


올해 11월 11일은 나의 입사 1주년이었다.

예전 같았으면 어떻게든 밤을 새우며

브런치 글로 기록을 남기려 애썼겠지만

굳이 쓰지 않은 이유는,

누구에게나 첫 1년은 오기 마련이며

내가 스스로에게 기대한 만큼의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었다고

스스로에게 자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Micro적인 측면에서,

나는 신입 기획자치고 나쁘지 않은 한 해를 보냈다.

한 해동안 크고 작은 과제들을

약 24개 정도 진행했으며,
(양보다는 무조건 질이 중요하다..)

그중에는 내가 정말 애정했던 몇몇 과제들을
끝까지 물고 늘어져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존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더 나은 방안에 대한 가설을 세운 후
A/B 테스팅을 진행하여 가설을 충분히 검증하고,

실제 서비스에 적용하여 긍정적인 결과를 냈다.

반면에, 기술적 한계와 사용성 사이에서
타협의 완급조절을 실패하여,

진행하던 과제를 아쉽게 terminate하는
경험을 겪기도 했다.


신입이라고 하기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거친 현업에 곧장 던져지면서,
나는 끊임없이 부딪혔고, 생존을 위해 몸부림쳤던
순간들은 확실히 나를 많이 성장시켰다.
참으로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지만,

성공과 실패는 내게 모두 자양분이 되었다.


하지만 Macro 하게 바라보면,
아쉬운 부분들이 많았다.

너무 내게 주어진 크고 작은 과제들에만 매달렸고,

내 스스로 과제들을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물론, 이는 어느정도 내 권한 밖의 일이다.

어떠한 문제를 잡고 깊게 deep-dive하기 위해서는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하며,

이미 타이트한 일정에 수많은 과제를

진행하기도 버거운 상태에서,

다른 곳에 리소스를 투입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또한, 문제와 해결책에 대해서
타인에게로부터 공감을 얻어낼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위해 투입되는 리소스 고려하기 시작하면

해결책은 생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했다.

일련의 비슷한 경험들을 통해

급한 불부터 끈다는 핑계로 물러섰지만,

"나는 왜 더 고민하지 못했는가"에 대한 아쉬움과,
스스로에 대한 책망이 조금 남는다.


2. 2020, 자기 계발적인 측면


독서를 시작했다.

성인이 되고 나서 느낀 것은,
나는 소설을 잘 읽지 않는다는 점이며,

정보 습득을 위한 독서를 선호하지만

이는 에너지를 필요한다는 점이었다.

한동안 책을 놓고 살다가,

다시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독서는 매우 파괴적이다.


기존의 관념을 깨고 새로운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게 하는 책들에

매력을 느끼는 중이다.

'A가 옳다'라고 생각해왔으나,

'B가 아닌 ㅍ이 옳을 수 있다'라는 식의

신선하고 도전적이지만, 설득력 있는 책들.


한동안 종이책을 읽다가,
최근에 이사를 하며

밀리의 서재를 구독하기 시작했는데,

디지털 기기에 익숙해서인지

나는 종이책보다 전자책이

더 잘 읽히는 희한한 면모를(?) 지닌 것을 발견했다.


운동을 시작했다.

대단한 것은 아니고, 살기 위한 생활 운동..
연초에 저렴한 자전거 하나를 구매해서
정말 열심히 타고 다녔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계절이 바뀌는 풍경을
굴러가는 두 바퀴 위에서 바라보면
뇌가 맑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날씨가 추워지고는 하루에 30분-1시간 정도를

늦은 저녁 집 근처 강가를 따라 매일 걷고 있는데,

홀로 멍 때리거나, 사색을 하거나, 아끼는 사람들과
전화 통화를 하며 시간을 보내기에 적절하다.

몇 달 전 구매한 애플워치는 꽤나 잘 쓰고 있으며,

물론 나갈 때 마스크는 KF94를 끼고 나간다.


코로나가 내년에 잠잠해진다면,

반드시 PT를 끊어보고 싶다는 바램이 있다.


적금을 깨고, 투자를 시작했다.
직장인이 되고 나서 적금을 들기 시작했다가,
3월 즈음 주식 투자를 시작했고,
얼마가지 않아 적금을 깨고 투자 비중을 늘렸다.

어쩌다 보니, 동학 개미와 로빈 후드 중 하나로
정의가 되어버렸지만,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수익률을 떠나서, 경제를 공부하는 것은
꽤나 재밌다는 것을 졸업하고 나서야

뒤늦게 깨닫게 되었다.

변동성이 넘쳐나는 현재의 시장에서
몇 가지 큰 경험을 하고 조금씩 자신만의
투자 가치관을 확립해 나가는 중인데,

앞으로의 투자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중력 거부 스터디를 시작했다.

직장인으로서 중력을 이기지 못하여
침대에 드러눕는 습관을 탈피하고,
그동안 꿈꿔왔던 자신의 모습과 가까워지기 위해

랜선으로 만나 각자 자기 계발을 하는 모임인데,

혼자 하는 것보다 효과가 꽤나 쏠쏠하다.
(글 도입부에 함께 맥주를 마시며 랜선 파티를
했던 이들과 진행하고 있다.)
아직은 baby step이지만, 최근에는 이를 악물고
파이썬을 한 챕터씩 끝내기 전까지
잠을 자지 않고 있다.
내년에는 작은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그림일기를 시작했다.

학창 시절 강제되었던 일기 쓰기와
군 시절을 제외하고 자발적으로
일기를 쓰기 시작한 것은 처음인데,

짤막하게나마 하루를 기록하는 것이
썩 나쁘지 않다는 것을

스스로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시작했다.


내 성격 상, 각 잡고 일기를 쓰기 시작하다가

매일 쓰기에는 무리라는 것을 깨닫고

스스로를 책망할 것이 뻔하므로.

비교적 글에 대한 허들이 낮은

그림일기를 선택했다.


스스로 귀엽다고 생각한 일기의 그림을
최근 개인 SNS 계정에 공유했는데,

그림을 참 지독히도 못 그린다며

여러 지인들에게 뭇매를 맞았다.


3. 2021년, 나의 목표


2019년 회고록을 쓰던 당시에는

막 취업을 해서 정신이 없고,

아무것도 모르던 시기였다.

운동하기, 독서하기 등 남들이 연초에 세우고는
연말에 스스로를 부끄러워하는

뻔하디 뻔한 계획들을 세웠는데,
2021년에는 조금 specific하게

3가지 + 알파로 세웠다.


어이없겠지만, 그 계획은 비밀이다.

내년 이 맘 때 즈음, 2021년 회고록에

그 계획이 잘 실행됐는지 기재해보도록 하겠다.


다사다난했던 2020년,

각자의 자리에서 모두가 수고했을 한 해에

박수를 보낸다.

2021년은 모두가 건강하고,

한 층 더 성장한 나 자신을 맞이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이만 2020 회고록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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