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네가 날 매일매일 불러!
개인적으로 저는 사시사철 가슴이 뻥 뚫리는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좋아합니다.
나름 스트레스를 해소해주는 효과가 있는 듯합니다.
한겨울 추위를 이겨낼만큼 그 효과가 크기에 겨울에도 종종 제 주문은 아이스아메리카노입니다.
카페에 갑니다.
주문 후 꼼꼼하게 스템프 적립까지 하고 나니 영수증과 진동벨을 줍니다.
원두로 추출한 에스프레소 두 잔의 커피가 컵에 담기고 찬물, 얼음이 찰랑 잔을 채우면 손에 들고 있던 진동벨이 울립니다.
그렇게 커피 한 잔이 태어났습니다.
아메리카노의 첫맛은 입는맛입니다.
입 안에 찬내가 입혀지고 혀가 얼얼해집니다.
둔감을 입는 그 순간, 세상만사는 그 얼얼함에 지워집니다.
아메리카노의 끝맛은 녹는맛입니다.
쏟아도 화가 나지 않을 만큼 남은 커피는 얼음에 녹으면서 점점 옅어집니다.
얄팍해진 커피는 잔 너머 물기가 맺혔습니다.
손이 젖었지만 그래도 괜찮습니다.
실은 저는 아메리카노를 쓰기만 한 맛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꽤 긴 시절을 보냈습니다.
카페모카의 풍성풍성한 생크림이 참 좋더군요.
아메리카노를 마신 건 커피보다 인생이 쓰다는 것을 알게 된 후였던 것 같습니다.
아무리 얼얼해도 인생의 쓴맛이 괴로움의 감각을 망각하게 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나니 커피는 쓴 것도 아니더군요.
쓰디쓴 인생은 핫과 아이스를 선택할 수 없고, 톨, 그란데 사이즈를 선택할 수도 없었습니다.
'아메리카노는 쓴 게 아니다'
커피라는 녀석의 쓴맛을 이해해 보기로 했습니다.
커피, 써봤자 인생보다 달다는 생각이 드니 한 잔이 두 잔이 되고 두 잔은 세 잔이 됐습니다.
인생의 쓴맛이 익숙해질수록 커피는 달디답니다.
쓴 인생의 하루를 보내다 문득 다른 분들의 아메리카노의 의미가 궁금해졌습니다.
여러분들의 아메리카노는 어떤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