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키우는 건 둘째 문제이고, 집안에 예쁜 꽃이나 초록식물이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떡국은 고명이 있건 없건 언제나 맛있지만, 샛노란 달걀지단과 붉은고추, 어슷어슷 썬 초록색 파가 얹어지면 더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것과 비슷하다.
50대에 들어서자마자 코로나로 3년 넘게 사회와 격리된 생활을 하는 동안, 그나마 몇 명 뿐인 친구들마저 멀어지고 서먹해졌었다. 그런 단조로운 일상속에서 그나마 위로가 되 주었던 게 바로 베란다 정원이었다. 여러종류의 난초가 수십개 있고, 제라늄도 몇 종류 있고, 그 밖에도 다양한 화초가 있다. 전적으로 나의 취미이기 때문에 모든 식물집사일은 내 몫이다. 남편은 베란다를 나누는 중문을 달아준다던가 선반을 만드는 일 정도만 도와준다. 꽃에 관심없던 남편도 이제 퇴근하면 옷갈아입고 앞마당을 거닐듯 베란다정원부터 들여다본다.
반려식물을 키운다는 것 자체도 좋지만 난카페 등에 가입해서 동호회원들과 소통하는 것도 즐겁다. 문제가 생기면 조언도 받고, 꽃사진 예쁘게 찍어서 올리면 잘 키웠다고 칭찬댓글도 달린다.
가끔 홍당무마켓이나 카페장터에서 판매도 한다. 식물은 키우다보면 늘어나고 큰 덩치를 쪼개어 길러야 하는 시기가 오는데, 그럴 때 원하는 사람에게 팔아서 또 취미생활에 드는 비용으로 쓴다.
내 삶에서 없다고 큰일나는 건 아니지만, 꽃과 함께 함으로써 고명이 얹어진 듯 생활이 더 풍성하고 아름다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