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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차 Jul 10. 2023

감정의 탄생1

수치심


교단에 선 것에 회의를 느낀다는 동료들이 많아지는 요즘이다.  끝없는 배려와 세심함을 요구하는 민원이 급증하나 학급 당 학생수는 오히려 늘고 있고, 사교육에 대한 수요나 기대가 높아지는 만큼 공교육의 권위가 추락한지는 오래이다.

교대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던 십수년 전 교사가 되기를 결심했던 동기들은 이제  비슷한 성적으로 명문대를 나와 대기업에 입사했던 친구들의 것과 다른 초라한 교사들의 처우를 비교하며, 후회와 자조를 나누기도 한다.


스스로를 보호하고 더욱 꿈꾸기를 희망하는 내 본능은 반사적으로 내 처지, 내 직업의 장점을 찾다가 기어이 내가 이 길을 택한 필연적인 이유, 소명 비슷한 것을 찾아내고야 만다.


나는 열살 때, 작가와 교사가 되기를 꿈꾸었다. 3학년 때의 담임 선생님 때문에.

늘 웃는 얼굴로 우리를 바라보고 다정하게 이름을

부르며 모두를 공평하게 살펴보던 담임 선생님. 아이들은 섬세하고 예민한 존재, 그녀가 빛나는 존재임을 우리반 친구들은 첫날에 알아보았다. 따스한 눈빛과 활기를 띈 목소리, 약자의 처지인 몇몇 친구들을 한눈에 알아보고 적극적으로 격려하던 그녀의 몸짓. 그 앞에서 더 멋진 내가 되고 싶어 서로를 돕던 우리 모두, 3학년 6반에서 우리는 서로를 사랑했다.

당시 우리반에는 얼굴과 손이 울긋불긋하고 피부표면이 꺼칠해보이는 아이가 있었다. 배려심이 깊고 현명한 사람임을 알게 되면 겉모습과 상관 없이 아름다운 사람으로 보인다는 마법 같은 진실을 알기 위해서는 나는 3년을 더 살아야했고, 아토피로 고생하는 그 친구는 내게 다만 낯설고 두려운 상대였다.


재미있는 교구로 수업을 이끌어 주시고 틀렸다거나 못한다는 말을 절대 하지 않으셨던 너그러운 임현미 선생님. 하교 준비를 하던 어느날, 그 친구에게 다정하게 대하며 거칠한 손을 어루만지시는 선생님의 모습에 충격과 질투를 함께 느꼈던 것 같다. 충동적으로 짝꿍에게 “땡땡이 한테 가까이 가면 옮는 거 아냐?” 라며 눈을 흘겼는데 그 순간 선생님이 나를 보고 계셨다. 아무 말씀 없이 다만 놀라운 것을 본 선한 그 눈빛이 내게 닿는데 그만 가슴이 선덕거리며 얼굴이 빨개지고 눈물이 차올랐다. 못난 짓을 한 것이 부끄럽고 들킨 것이 창피하고 못 믿을 학생이 되어 죄송했다. 내게 다가와 두손으로 내 손가락을 꼭 잡으며, “그러면 안돼, 지원아.” 라고 나긋이 말씀하시는데 나는 그만, 죄송해요도, 잘못했어요도 못하고  그 빛나는 손에 들어있는 내 손가락이 너무 못됐고 추하여 황급히 빼고 돌아서 버렸다.

선생님이 거기에서 나를 더 다그치거나 야단치신 기억은 없다. 배려심이 깊은 선생님은 아마 내 표정과 몸짓에서 수치심과 후회를 모두 읽으셨을 것이다.

나는 그날, 우리가 흔히 반성할 때 짓는 표정이나 해야하는 말들을 모두 배제한 채로, 그러나 온몸으고 반성을 했다. 그 후 땡땡이가 나를 향해 미소 짓거나 임현미 선생님이 나를 훌륭한 학생을 보는 표정으로 바라봐 주실 때 나는 수치심과 함께 수치스러움으로 성장한 나를 동시에 느꼈다.


그 후에도 나는 누군가를 겉모습으로 판단하고 나아가 함부로 말하거나 행동한 적이 있다. 나는 자주 그 사실을 스스로 놓쳤을 테지만 운 좋게도 직면할 기회 또한 찾아온다. 그 때 내 곁엔 임현미 선생님의 따뜻한 두손과 목소리가 함께 한다.

“지원아, 그러면 안돼.” 그리고 그 때처럼 난 눈시울이 붉어진다. 못됐고 부족한 나, 어리석은 나.


그런 스스로를 부끄러워 할 줄 아는 힘을 열살 때 가르쳐 주신 분. 그런 선생님이 내 맘에 함께 계셔서 나는 불만족스러운 처우, 과도한 민원에 대한 부담이 그 시절  큰 배움에 대한 이자 쯤이라 맘을 가볍게 가져본다.


수치를 아는 자신감과 선생님께 받은 사랑으로 에너지를 충전하고, 오늘도 가뿐한 발걸음으로 출근을 한다.


난 오늘 누구와 어떤 감정을 함께 나누며 더 나은 내가 될까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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