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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차 Jul 10. 2023

찡찡이

첫째 아이 인이는 찡찡이다.

아이가 다섯살 때 쯤 잠자기 전 책 읽기 시간에 작은 사탕 모양의 자일리톨을 먹다가 갑자기 기침을 콜록콜록하며 구역질을 한 적이 있다. 심하게 괴로워 하며 큰 소리를 지르는 인이의 모습에 깜짝 놀란 남편이 하임리히 응급처치를 하였다. 야단 법석 중에 아이를 관찰해보니, 나 죽는 거냐며 엉엉 잘도 우는 모습이 호흡곤란처럼 보이지 않았다.

한시름 놓고, 말했다.

”사탕이 숨구멍으로 넘어갔으면 그렇게 숨을 잘 쉬며 울기 어려울 거야. 걱정 안 해도 돼.“

하지만 아이는 기도로 사탕이 넘어갔을 때 벌어지는 온갖 경우의 수들을 말하며 불안에 사로 잡혔다.

“나 잠 안 잘래, 아침에 못 살아나면 어떡해요, 엉어어엉”

요란을 떠는 모습에 웃음이 나왔지만 죽음에 대한 공포에 사로 잡힌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여 죽지 않고 잘 깨어날거라고 안심하라고 얘기해 주었다. 세인이는 그 후에도 한참이나 두려움에 사로잡혀 호들갑을 떨면서 “세온이(동생)는 좋겠다아아아, 안 죽어서어어어엉” “오늘 아침이 좋았는데에에에 나 다시 돌아갈래에에에” 급기야는 타임슬립을 꿈꾸며 괴로워 했다. 이제 사탕은 침대에서 먹지 않기로 하며, 흥분한 아이를 겨우 달래 재우고 남편과 한숨을 쉬었다. 우리 딸은 좌절할 때 가장 낮은 곳을 찍고 올라오는 스타일이구나. 회복 탄력성 키우기가 육아의 관건이겠다.


이제 인이는 아홉살이 되었다. 불안이 많은 엄마에 엄마를 닮은 딸이라, 학교생활 적응과 불안의 처리방법 등이 큰 이슈였는데 고맙게도 아이는 무탈히 2학년의 일상을 충실히 누리고 있다. 그래도 자발적이지 않게 힘든 일을 해야 할 때 아이 안의 찡찡이가 활개를 친다.

학교 재량 휴업일로 얻은 4일간의 가족 연휴 동안 집 밖에서 2박 3일을 보내게 되었는데 이동으로 피로가 쌓인 첫날 저녁시간에 일정을 잡은 것이 무리였을 까. 일몰을 보러 여행지 근처 오름에 올라가는 길에 아이는 동생의 말실수에 버럭 화를 내며 눈물을 보였다. 그러더니 이내 엉엉 소리를 내며 울음을 터뜨린다. 그렇게 울 일은 아니지 않냐는 말이 튀어 나오려고 해 꾸욱 삼켜낸다. 내가 어릴 때에도 심한 장난을 친 오빠보다, 이게 울일이냐는 엄마의 핀잔이 더 큰 상처였기에. 가방에 있던 달콤한 간식으로 아이를 달래고 손을 꼭 잡으며 사랑한다고, 힘든데 같이 와줘서 고맙다고 속삭인다. 멋쩍어 하며 짜증을 이겨내려 노력하는 너의 표정이 안쓰럽고 풋풋하다.

그날 저녁, 숙소에 돌아와 씻고 기분이 좋아진 딸들. 음악 선생님이 알려준 ‘맞는 리듬 누르기’게임어플리케이션을 켰다.

2분쉼표, 16분 음표 박자를 연주하는 법을 동생 온이에게 알려주는 인이. 호기롭게 엄벙덤벙 덤비는 온이에게 박자가 틀린 이유를 알려주며, 레벨 업을 위한 완수를 응원해 준다.

“아우.. 이건 너무 어려워서 안되겠다.” 점점 복잡한 리듬이 나와 겁먹은 온이와 그런 동생을 격려해주는 인이.

“온아, 하나씩 잘 보면서 누르면 돼, 한꺼번에 볼려고 하지 말고 한개를 집중한 후에 그 다음 걸 또 누르면 다 맞을 수 있어.”

“그럼 언니 말로 읽어줘.”하자,

“당~ 연하지!” 크게 외친다.

음악이 나오는 동안 음표에 맞게  “하나 쉬고 하나 둘, 하나 둘 쉬고 쉬고” 박자를 읽어주자 온이 성공!!

“그것봐!! 잘 하네, 넌 할 수 있어!!” 하며 자기 일처럼 기뻐하는 모습이 대견하다.


찡찡이가 긴장하고 두려워하고 피곤해하는 순간마다, 박자를 맞추고 격려하며 함께 있어주리라. 배우지도, 다짐하지도 않은 육아법을 스스로 보여주고 양육 모델이 되어주는 큰 딸.

매일 아침 다시 깨어나 하루를 살아 낼 수 있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그저 곁에 머무는 부모가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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