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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마 과학자 Nov 19. 2019

말라리아 백신 이야기

30 년의 연구가 빛을 발하는 날

 

“말라리아는 모기에 의해 전파 됩니다. 모기 몇 마리를 가져왔는데 이 모기를 풀어놓을 겁니다. 가난한 사람만 말라리아에 감염될 이유는 없습니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2009년 TED 콘퍼런스에서 빌 게이츠는 유리병 하나를 꺼내 들며 이렇게 이야기했다. [1]


 말라리아(Malaria) 혹은 한국에서는 학질(瘧疾)이라 불리기도 하는 이 전염병은 모기가 옮기는 것으로, 매년 2억에서 3억 명이 감염되고 수백만 명이 사망하는 위험한 질병이다. 18세기 유럽에서는 늪지의 나쁜 공기에 의해 걸리는 질병이라고 생각되어 이탈리아어로 나쁜 이란 뜻의 'Mal'과 공기란 뜻의 ‘Aria”가 합쳐져 이 질병을 명명했었다. 말라리아의 매개체인 모기의 역할은 알지 못했지만 그 당시 모기가 서식하는 늪지와 말라리아와의 연관성이 있었던 것은 그때부터 인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말라리아 기생충은 포자 소체 형태로 모기의 침샘을 통해서 사람에게 감염이 되며, 이 포자소체는 혈류를 통해 간으로 옮겨간다. 간에서 무성적으로 증식을 한 후, 만들어진 분열소체가 적혈구에서 증식하여 발병하는 독특한 형태의 생식주기를 갖는다. 



사실 말라리아는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더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메소포타미아 (Mesopotamia)의 설형 문자가 있는 점토판에는 말라리아를 암시하는 주기적인 치명적 열병을 언급한다.  최근 기원전 3200 년에서 1304 년 사이의 이집트 유적에서 말라리아 항원을 발견했다. 인도의 베다 시대 (기원전 1500 년에서 800 년까지)에 대한 자료는 말라리아를 “질병의 왕”이라고 불렀고, 중국의 기원전 270 년 경의 기록에도 3-4일마다 발열하는 질병에 대해 언급했다. 말라리아는 1세기에 들어서 아프리카 우림에서 나일강을 타고 지중해로 그리고 동쪽의 아시아로, 북쪽의 그리스로 퍼져나갔다. 그 후, 그리스의 상인들을 통해 유럽으로 전파되고, 로마 병사들과 상인들을 통해 영국과 덴마크까지 전파되었다는 기록이 있다.(2) 

https://youtu.be/PIrsm8zLEAU

인도의 습하고 더운 갠지스강 유역과 중국의 양쯔강 인근의 덥고 습한 논으로 인해 발병되는 말라리아 즉, 불평등한 질병 부담으로 인해 사람들은 북쪽으로 이주하게 되었고, 상대적으로 인도와 중국의 북부가 번성하게 된 이유 중 하나가 말라리아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미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심지어 워싱턴과 링컨을 비롯한 8명의 역대 대통령들이 말라리아에 감염된 적이 있었다. [3] 미국의 남북전쟁시기에는 100만 명의 사망자가 나왔다는 기록도 있다. 

1870년대 말라리아 발병 지역 (출처: The Scientist)


미국 질병통제 예방센터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tion)의 모태도 말라리아와 관련이 있다. 미국은 1942년 Maralia Control in War Area (MCWA)를 설립하고 미국 동남부 지역의 말라리아 퇴치에 앞장선다. MCWA는 1946년 CDC로 승격이 되면서 말라리아와 다른 매개체 감염을 통제하기 위해 워싱턴 DC가 아닌 남부지역인 조지아 애틀랜타에 설립되었다. DDT의 유해성에 대한 인지가 없던 시절 모기를 잡기 위해 엄청난 DDT가 방역의 목적으로 사용되었고, 1951년 미국에서 말라리아는 박멸되었다. 

말라리아 박멸 기념우표( 출처:CDC)

그러나, 60년이 지난 지금도 미국에 사는 빌 게이츠는 말라리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질병을 통제하고 예방할 수 있는 경제력과 통제력을 가지지 못한 나라들에서는 아직도 말라리아는 목숨을 위협하는 존재이며, 그 땅에 사는 이들에게는 살면서 수십 번씩 감염되는 풍토병이자, 아프리카를 여행하는 이들에게는 공포와 한 움큼의 말라리아 약을 챙기게 만드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1990년대 들어오면서 이 말라리아에 대해서 사람들이 다시 주목하기 시작했고, 빌 게이츠를 비롯한 여러 NGO들이 말라리아 퇴치 사업에 뛰어들었다. DDT로 모기만 박멸시키는 것은 말라리아의 박멸에 더 이상 효과적이지 못했다. 인도에서 엄청난 양의 DDT를 살포했지만 몇 년 후 DDT 내성으로 인해 말라리아는 다시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고, 최근에 들어서는 매체 곤충인 모기의 박멸에 관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환경과 사회 즉 저소득 국가의 기반사업과 공중보건 교육 사업에 많은 투자를 하기 시작했다. 즉, 모기가 살 수 있는 고인 물 위에 지어진 초라한 집, 상하수 시설이 없는 지역 등을 개조하고, 모기장을 배포했으며, 공중보건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벌이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빈곤 해결이 말라리아뿐만 아닌 여러 질병의 발병률을 줄일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다른 경로의 말라리아 예방은 백신이다. 말라리아의 독특한 생활사와 다양한 항원으로 인해 백신 개발의 어려움이 있었으나 최근 들어 문제점들을 극복하고 몇몇 백신들이 개발 중에 있다. 


게이츠 재단과 PATH 가 지원해서 개발 중인 RTS (RTS, S/AS01) 백신은 임상 3상까지 진행한 유일한 말라리아 백신이다. 기생충이 간세포에 감염되는 단계에 항체를 형성하도록 재조합 단백질을 만들고 높은 항체 역가를 만들기 위해 B형 간염 바이러스의 단백질과의 재조합 백신으로 어린이는 50%, 영아는 25% 정도의 예방 효과를 나타냈다. [5] 상대적으로 다른 영유아기에 접종하는 백신에 비해 예방 효과는 낮고 4회 접종을 해야 하지만, 적어도 2분에 한 명씩 죽어가는 아이들에게 생명을 줄 수 있다. 이 말라리아 백신은 약 30년간 5억 달러의 연구비가 사용되었고, WHO, PATH, Gates foundation, GSK과 아프리카 네트워크의 노력의 결실이다. 


또 다른 말라리아 백신은 모기 타액선에서 추출한 기생충의 포자충이 포함되는 스포로 조 라이트 (PfSPZ)이다. 이 백신은 영아와 어린이에게 안전하고 내약성이 우수하며, 정맥을 통한 접종 하며 현재 말리, 가봉, 탄자니아 등의 나라에서 임상평가를 하고 있다. 

세계 보건기구는 지난한 말라리아 백신 개발의 성과가 이어지자, 백신 개발을 가속화하기 위한 말라리아 백신 기술 로드맵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1. 말라리아 전염이 진행 중인 지역의 임상효과가 75% 이상인 백신 개발 2. 대규모 백신 접종 캠페인을 통해 기생충의 전염을 저하시키고, 인간으로 감염을 줄일 수 있는 백신 개발을 목표로 한다. 


백신 개발이 불가능할 것 같았던 말라리아는 치료 가능한 질병일 뿐 아이라, 에방 가능한 질병으로 조금씩 자리를 옮겨가고 있다. 말라리아 기생충과 매개체와 인간의 메커니즘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사회적 환경적 경제적으로 낙후된 국가의 보건문제를 위해 노력하는 것은. 비단 그들만을 위한 일임이 아닌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과제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1]https://www.ted.com/talks/bill_gates_unplugged?utm_campaign=tedspread&utm_medium=referral&utm_source=tedcomshare

[2] https://www.ncbi.nlm.nih.gov/books/NBK215624/

[3]https://entomologytoday.org/2014/02/17/at-least-eight-u-s-presidents-had-malaria/

[4]https://www.malariavaccine.org/rd-rtss.ph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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