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줄리어드 가야겠어요."
기타에 빠진 초등학교 3학년 둘째, 하루에도 열 번 이상 틈만 나면 기타를 연습하더니 어제 전격 발언. 자작곡 만든다고 피아노로 작곡도 때때로 하더니만 욕심을 내비친다. 줄리어드가 최고의 음대라는 걸 들은 기억으로 음악에 대한 당찬 의욕을 보인다. 실용음악 계의 최고봉은 버클리 음대일 텐데 뭐 버클리건 줄리어드건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무언가에 스스로의 열정과 의지가 얼마나 있느냐다.
"그래, 미국에서 태어난 것도 줄리어드 가려는 큰 그림에 있었나보네." 라며 "엄마도 같이 가자. 나는 최고령 입학생이 돼볼께. 너 대학 가려면 10년은 걸리니까 나도 10년 열심히 하면 갈 수 있겠지?" 하고 거들었다.
"그럼, 엄마도 연습, 열심히 해~" 라며 또 기타를 집어든다. 깨갱. 요즘 조금씩 첼로와 비올라의 난이도가 올라가면서 '연습하기 싫다.'라는 감정이 여러 번 들었는데 아이가 어른보다 낫다. 두 달 뒤 이사갈 집에 방음방 만들 건데 시간에 제약받지 않고 자기만의 음악의 세계에 빠질 아이의 연습 시간들이 기대된다.
그러면서 "수학은 지루하다." 라는 말도 곁들인다. 구몬 수학 연산을 끊어달란다. 최소한의 주요 과목 공부인데 끊어달라니. 아주 긍정적으로 검토해보겠다고 했다. 이유를 물었더니 음악은 즐거운데 구몬 수학과 한자 하는 데 20분이나 쏟을 수 없다는 거다. 나름의 논리가 있다.
좋아하는 거 하기에도 모자란 하루 24시간. 음악에 올인할 수 있게 수학의 기본인 연산도 끊어야 하나 어제, 오늘 내내 고민하고 있다. 아이 넷을 키워도 이 아이의 엄마는 또 처음이라 잘 모르겠다.
오늘도 엄마로서의 고민은 끝이 없으나 S대 곤충학과에 꼭 들어가고 싶다는 첫째, 줄리어드에 들어가고 싶다는 둘째, 자기가 미친 분야에 최고가 되고 싶은 아이들을 보니 그 의욕만큼은 높이 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