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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은 줄리어드 Nov 23. 2019

멀고도 가까운 느낌의 공동체

-신형철의 <느낌의 공동체> 를 읽다.-

전화번호도 모르는 한 부부가 있다. 이 부부를 안 지는 꽤 됐다. 셋째 딸아이 첫 어린이집에 같이 보냈던 사이니 오전, 오후로 꽤 마주칠 일이 많았다. 하지만 그다지 개인적인 말을 섞거나 하지는 않았다. 모든 사람을 경계하던 시기였으니까. 아이만 어린이집에 잽싸게 데려다 주고 데리고 오고 혹시 누가 말이라도 걸까봐 발걸음을 재촉해 어서 집이나 놀이터로 향했던 때다. 


이 부부에게 선물을 받았다. 얼마 전 네이버 포스트에 연재하게 됐다는 소식에는 내 일같이 기쁘다고 하셨다. 지금도 작가이고 언젠가는 정말 작가가 될 거라고 두 분 모두 응원해 주셨다. 책을 좋아하는 이 부부가 어느 날 밤에 어떤 책을 같이 본다. 그리고 나를 생각해서 함께 읽었던 그 책을 책방에 선물로 두고 가셨다.  


내 꿈을 알아주고 한껏 응원해주는 두 분께 말로 다 표현 못할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그 다음에 바로 드는 생각은 다름 아닌 이것.


'내가 사랑받아 마땅한 사람인가? 내가 이런 사랑 받아도 되나? 내 분에 넘치지 않나? 나같이 모자란 사람을 왜?'


내적불행, 몹쓸 지병이 심연에서 또 불쑥 올라온다. 사랑을 받아도 의심하는 고약한 병. 아이들이 나를 사랑할 때도 들었던 생각이다. 


'모자란 내가 뭐가 좋다고 아이들은 나의 모든 것, 심지어 내 허물까지도 다 사랑해줄까?'


그리고 또 갑자기 다가온 한 사람 생각. 멀고도 가까웠던 그 사람 생각. 


'계속 살아 있었다면 지금의 나처럼 '꿈'이라는 걸 꿀 수 있지 않았을까?'  


나 혼자만 재미나는 세상 살며 꿈을 꾼다는 게 그 사람에게 그지없이 미안해진다. 물리적으로는 아주 가까웠지만 감정적으로는 수만 킬로미터 떨어져 있던 사이니 꿈 같은 건 더군다나 알 길이 없지. 그 사람의 꿈은 무엇일까 종내 알 수도 없었고 궁금하지도 않았었다.  


반면 이 부부와는 서로가 무엇을 추구하고 있는지 '느낌'을 알기에 물리적으로 멀지만 감정적으로 가까운 느낌이 든다. 이 부부의 넘치는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글쓰기라는 노를 오늘도 저어본다. 사랑스러운 이 부부,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과 내 느낌을 나누고 싶다.  


고마운 마음, 내 자신을 깎아내리는 마음, 아이들의 완전한 사랑에 부끄러운 마음, 한 사람에게 미안한 마음, 그리고 내 마음들을 세상의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픈 마음, 여러 가지 마음들이 오늘 나에게 왔다. 

느낌은 희미하지만 근본적인 것이고 근본적인 만큼 공유하기 어렵다. (중략) 때로 우리는 한 배를 타게 되지만 그 배가 하늘로 날아오를지 벼랑으로 떨어질지 대부분 알지 못한다. 글을 쓴다는 것은 그런 줄을 알면서도 그 어떤 공동체를 향해 노를 젓는 일이다. -신형철, 느낌의 공동체,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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