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긋지긋한 우울증, 상담을 끊자마자 또 도졌다. 3개월간 심리 상담을 열심히 다녔건만 다닐 때 뿐이었다. 상담을 종료하고 나니 다시 마음은 하루 아침에 쑥대밭이 되어버렸다.
상담 선생님께 나의 내면 깊은 곳을 내보이고 나라는 사람을 함께 분석했다. 상담을 받는 기간 동안 충분히 위로받고 지지받아 살아갈 힘이 생겼다. 하지만 적지 않은 비용과 시간을 계속 상담에 들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상담 선생님이 그랬다. "나중에는 자신이 스스로를 상담할 수 있을 거예요." 그 말을 믿고 이제는 스스로 할 수 있겠지 싶어 상담을 종료했다. 막상 상담을 끊으니 나를 전폭적으로 지지해주는 사람이 사라져서인지 다시 무기력해지고 침울해졌다. 아침에 일어나는 게 곤혹스러웠다.
<오랫동안 내가 싫었습니다>라는 책에는 자기혐오를 벗어나는 7개의 스위치에 다음 일곱 개가 나온다.
1. 청소를 한다.
2. 옷차림을 바꾼다
3. 말버릇을 바꾼다
4. 과거를 좋은 기억으로 바꾼다
5. 웃는 연습을 한다
6. 근력 운동을 한다
7. 누군가를 도와준다
왜 그렇게 나를 사랑하는 게 힘들었을까. 이 책을 읽은 후 몇 가지 스위치를 작동시켜 봤다. 2번 - 옷차림을 바꾼다 - 스위치를 켜봤다. 파마도 하고 다시 멋도 내기 시작했다. 코로나가 터지고 마스크와 모자를 푹 눌러쓴 이후로는 화장할 이유도, 멋을 낼 이유도 없었다. 코로나 이전에는 참 멋내기 좋아했던 나인데 누군가를 딱히 만날 일이나 공식적인 모임들이 없으니 멋내기 욕구도 사라졌다. 다시, 나에게 정성을 들이고 있는 중이다. 타인이 아닌 나에게 내 자신이 잘 보이고 싶어서 스스로를 꾸민다.
이제는 굳이 누구를 만나지 않아도 나를 꾸미기 시작했다. 6번 - 근력 운동을 한다- 스위치를 켜고 필라테스와 등산을 정기적으로 해보았다. 근력이 다시 붙고 체력이 증진되면서 다시 몸에 자신감을 갖기 시작했다.
숱한 우울증 재발을 겪은 평생 우울증 재발 환자로서 단 하나의 우울증 OFF 스위치를 꼽으라면 운동 스위치를 추천한다. 아침에 일어나기 싫었던 내가 다시 삶에 활력을 갖기 시작했다. 어쩌면 심리 상담보다 더 지속적으로 끌고 갈 수 있는 마음의 병 치료법이 운동이 아닐까 싶다.
내일 나는 또 운동하러 간다. 내일 나는 언제든지 닥칠지 모르는 우울증에 미리 맞서 싸운다. 그렇게 앞으로 나아간다.
위 책에 나온 7번 - 누군가를 도와준다 - 스위치 때문에 지금 나는 아주 오랜만에 글을 쓰고 있다. 내 글이 누군가에게, 단 한 사람에게라도 가닿길. 그래서 우울증에 허덕이는 사람에게 몸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을 주는 글이 되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