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영혼을 깨우다.
대한민국의 갈라파고스
대한민국 백패킹 3대 성지라고
불리어지는 곳.
나에게는 가깝지만 멀게만 느껴지는
신비의 섬, 굴업도이다.
세월이 흐른 지금도 인천에서 가자면 배편으로
5시간이 걸리는 건 변함이 없다.
평일, 주말 구분 없이 굴업도행 배편에는 여행자들로
북적인다고 하는데 증편도 없고 짝수날에는 돌아서
운행한다 하니 여행자에게는 아직 신비로울 수밖에 없는 섬이다.
필자는 지난 2008년도에 처음 굴업도에 발을 디딘 후
섬의 매력에 빠져 두 차례 더 다녀왔다.
지금도 눈을 감고 그 순간을 생각하면 변치 않았을
섬의 표정이 눈에 선하다.
때 묻지 않은 섬의 자연과 몇 안 되는 주민들,
그리고 그들의 인심과 섬에 얽힌 사연들....
섬 속의 시간을 담아 온 지 2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그렇듯 무심한 시간이 지났음에도 섬이 나에게 가르쳐 준
지혜는 아직도 선명하다.
우선은 섬을 사랑하게 되었고, 내 삶에 애착을 가지게 되니
모든 일에 의연해질 수 있었다는 것이다.
2024년도 마지막 한 장의 달력을 바라보고 있다.
나는 또다시 내 영혼이 잠들어있을 것 같은 그 섬을 찾으려 한다.
이른 아침, 짙은 안개를 헤치며 한 걸음, 두 걸음 섬의 속살을 알아가던
그 시간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던 상황에서도 더듬더듬 카메라의 조리개와
셔터 스피드를 조작하던 순간들을....
잠들어 있던 나의 영혼을 깨우듯 다시 일으켜 세우고 싶다.
정년이라는 삶의 무게,
변하지 못하는 쉰 세대의 무력감,
시들어 가는 창작정신.
지난 상처의 딱지 같은 무의미한 껍질을 벗겨내고
다시 시작하는 나의 삶에 섬이 들어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