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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나는 왜 글을 쓰는가?

책 서평/<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를 읽다가

by 능수버들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의 저자가 던진 강렬한 요구다.


글쓰기는 내 마음의 본질적 외침을 담아내는 일이다. 처음 떠오른 불씨를 붙잡고, 겉치레 없이 몸과 마음 전체를 쏟아내는 일이다. 글을 쓸 때는 손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편집하려 들지 말고, 마음 가는 대로 흐르게 해야 한다. 생각을 멈추고, 논리를 잠시 내려놓고, 감정의 방향을 따라가라. 그럴 때 비로소 내면의 검열관이 밀려나고, 첫 생각은 더 큰 존재와 연결된다. 내 안에 쌓여 있던 감정과 사건, 정보가 하나의 힘으로 응축되어 글 속에서 살아 움직이게 된다.

-저자 나탈리 골드버그-


249p “생각할 시간 없이 글을 써보라. 잠시 후 당신은 자신의 목소리가 해체되어 가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그렇게 하다 보면 꼭 하고 싶은 말을 글에 담을 수 있는 건강한 욕구가 만들어진다. 쉬지 않고 쓰고, 읽기를 반복하다 보면 내부의 검열관을 잘라내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 쉬지 않고 쓰고, 읽기를 반복하라.”



이 책을 읽다가 '나는 왜 글을 쓰는가?'라는 질문을 만났다. 그 즉시 자판으로 손가락을 정렬하였다. 준비 땅! 머릿속에서 끌어져 나오는 생각들이 손끝을 통해 컴퓨터 하얀 화면에, 시나브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글이 온전하게 써지고 있는지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오로지 지금 현재 생각을 쓰는데만 몰입을 하였다. 원고마감 시간을 한 시간가량 남겨 놓은 것처럼, '타타다 타타다' 손가락이 자판을 종횡무진하였다. 쉼없이 쓰다가 자판에서 손을 떼고 보니 2,280초가 지나있었다.

<나는 왜 글을 쓰는가?>


단박에 써낸 글이라서 단락 나누기가 없었지만, 읽기 편하게 단락을 나눴다. 반복 문장과 횡설수설한 부분이 없지 않지만 그대로 올려본다.

머릿속의 생각이 자판 위에서 활자로 변하는 몰입의 순간이 행복하다. 그래서 글을 쓴다. 복잡하게 엉켜 있던 문제들이 어느 정도 가닥이 잡혔을 때 글을 쓴다. 정리되지 않은 생각을 글로 드러내다 보면 신기하게도 내면이 정리되곤 한다. 완벽하지 않은 생각들을 글로 다듬어 명료해질 때 희열을 느낀다. 깨우침이 찾아오면 누군가와 나누고 싶어 글을 쓴다.


답답할 때, 상대와 대화가 어려울 때, 잠이 오지 않을 때, 집중이 필요할 때 글을 쓴다. 특히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상대와 마주 앉아 말로 풀어내는 것이 부담스러울 때 글을 쓴다. 처음에는 상대의 잘못만 보이지만, 글에 빠져들다 보면 내 허물이 더 많이 보인다. 그 순간 글 쓰는 일이 가치 있게 느껴진다.


돋보이기 위해, 자랑하기 위해, 허물을 드러내기 위해, 슬플 때, 기쁠 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을 때 글을 쓴다. 이해받지 못한 것들을 이해받기 위해, 상처를 보듬기 위해, 고립되지 않기 위해 글을 쓴다. 글을 쓰는 동안 외롭지 않다. 친구와 수다 떠는 것보다 글 쓰는 시간이 더 좋을 때가 많다. 손끝에서 문장이 태어나는 순간의 신비, 그 몰입과 전율이 나를 살아 있게 한다.


특히 아들이 글 쓰는 것을 독려하고, 글 쓰고 있는 나를 편안하게 응원해 주는 남편 때문에 글을 쓴다. 브런치 이웃들 중 소위 작가님의 적극적인 격려와 초록별쌤의 정성어린 댓글과 답글도 힘이 되기에 글을 쓴다, 브런치에 글을 등록하면 언제든 댓글을 남겨주는 수많은 작가님들에게서 받는 에너지지가 무기력함을 이기게 해 주기 때문에 글을 쓴다. 가만히 있으면 바보가 되는 것 같아,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얻기 위해 글을 쓴다. 감동적인 글을 읽었을 때, 그 여운을 붙잡아 놓기 위해 글을 쓴다. 내가 잘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 글쓰기라서 글을 쓴다. 노래도, 그림도, 춤도 잘 못 추기에 글을 쓴다. 글을 쓰다 보면 나도 몰랐던 나를 만나기도 해서 글을 쓴다. 글 한 편을 완성하고 나면 성취감과 뿌듯함이 느껴지기 때문에 글을 쓴다.


나는 단순히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내 삶을 온전히 붙잡기 위해, 내 흔적을 남기기 위해. 나아가 세계에 흔적을 남기기 위해 글을 쓴다. 다만 안 쓰고는 못 견딜 만큼의 열망이 있을 때만 글이 술술 써진다 게 나의 한계다. 정해진 주제나 과제물 앞에서 막막해지는 이유다. 누군가가 정해 놓은 틀 안에서는 마음이 닫히고 손끝이 굳어버린다. 내공을 더 깊고 넓게 쌓기 위해 정윤 작가님의 <소설 기초 글쓰기>와 소위 작가님의 <내 글이 작품이 되는 법>을 수강 중이다. 과제물을 제출했다가 삭제해 버린 이유는 아직 외부에 내놓을 용기가 없어서였다.


주어진 과제물을 수행(작가의 서랍)하면서 벽을 뛰어넘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쓴다. 내가 보는 시야는 자동차 전조등처럼 그 부분만 볼 수 있다. 부분에서 더 많은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글을 쓴다. 거대한 빙산에 가려 보이지 않는 나를 제대로 알기 위해, 내가 보는 나와 남이 보는 내가 다를 수 있음을 알아차리기 위해서 글을 쓴다. 내 마음 안에 천사와 악마가 공존하고 있다는 것을 간과하지 않으려고 글을 쓴다. 공격적인 말을 정제해내기 위해 고군분투해서 글을 쓴다.



저자는 뼛속까지 내려가서 글을 쓰기 위한 최고의 비결을 '잘 듣는 것' 이라고 말한다. 음악을 제대로 들어야 노래가 몸에서 흘러나오듯, 세상과 내면의 소리를 온몸으로 받아들일 때 글이 자연스럽게 살아난다고 강조한다. 듣는 것은 곧 받아들이는 것이며, 편견 없이 사물을 받아들일 때 글은 진실해진다고.


나에게 글쓰기란 꾸며진 이상이 아니라 현실에 발을 딛고, 나를 넘어서기 위한 도전이다. 내 안의 모든 것을 끌어 낼 수 있는 비밀은 '나에게 귀를 열어, 내면의 목소리를 깊게 듣고 나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으로부터 또 다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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