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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 Sep 23. 2021

제사상

외쿡 사는 며느리의 외쿡식 제사

홍동백서, 어동육서 

붉은 것은 동쪽에, 흰것은 서쪽에

어류는 동쪽에, 육류는 서쪽에

달달달 암송해며 장을 보던 눈엔

서러움 동쪽에 아까움 서쪽에

고단함 동쪽에 속상함 서쪽에


귀신은 바다를 못 건넌다며 제사를 말리던 큰어머님

아드님 없이는 못 지낸다며 제사를 떠밀던 시어머님

불편함 보다는 평화를 위하여 제사를 떠맡은 새며느님


낯선 남자의 초상과 몇 번 태우지 못한 굶은 촛대가 

저승에서나 날 법한 향으로 덮은 보따리에 싸여 

다시 바다건너 내게로 왔다. 


그렇게 비행기 타고 온 영혼은 

단 한번 만나보지 못한 나에게 

그의 아들과 똑 같은 유전자의 소유자를 낳아준 감사로

서러움 대신 설레임과 아까움 대신 감사함을 주었고

고단함 대신 즐거움과 속상함 대신 대견함을 주었다


그녀의 외쿡 제사상은

홍동백서 대신 화려한 홍백황녹

어동육서 대신 스테이크 피쉬앤칩

정종대신 화이트 와인

수저와 함께 포크 앤 나이프

기도와 함께 시낭송


서양식 음식과 유럽의 와인으로 제사상을 받은 그는

그가 사는 세상에서 가장 멋진 외쿡시아버지답게

씨가를 물고 팝송을 부르며 한식에 질린 영혼들을 위로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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