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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찌르찌르 Dec 26. 2018

3. 대나무숲서 외친 첫마디
'지금 이 순간~'


'마이싸이더'
'실감세대'
'팔로인'
'가치관'
'소피커'


대학내일 20대연구소가 꼽은 2019년을 주도할 20대 트렌드 키워드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는 다섯 개의 키워드 중 몇 개 단어의 뜻을 알고 있을까. 각 단어가 뜻하는 바는 모두 다르지만, 하나의 가치가 이들 키워드를 관통하고 있다. '지금 나의 행복'이 바로 그 가치다. 행복한 삶의 기준은 현재의 내가 스스로 세우고(마이싸이더), 지금 행복할 수 있는 경험(실감세대)을 한다. 또 시간과 노력을 들여 관계를 쌓는 것보다 지금 바로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주는 이를 팔로우(팔로인)하고, 당장 가볍게 소비할 수 있는 관계(가치관)를 지향한다. 지금 내 행복을 위해서는 거침없이 의견을 전할 수 있는 용기(소피커)도 있다.  


미국 타임지가 밀레니얼 세대를 '미(Me) 제너레이션'이라고 부른 것처럼, '나의 행복'을 인생의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것은 우리 세대의 공통된 특징이다. 그러나 80년대생 첫째와 90년대생 둘째의 가장 큰 차이는 글자 그대로 '지금'에 있다.



문제는 '지금'이다. 20대는 오로지 지금 이 순간의 나에 집중하기에 자유롭다. 지금 내가 행복할 수 있는 행위를 하고, 이 순간 나의 행복을 보장해줄 수 있는 말을 거리낌 없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 자신을 똑같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80년대생들은 현재의 나와 미래의 내가 모두 중요하다. 미래에는 수많은 변수가 있어 판단과 선택의 과정이 필요하다. 그래서 신중하고, 종종 주저하며 현재의 인내를 택하기도 한다. 그러나 초점이 지금에 맞춰진다면 판단과 선택의 과정은 사라진다. 지금 당장 내 마음이 끌리는 대로 하면 되니까.


20대들이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은 편향돼 있다.


이들이 '지금'에 집착하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1800년대에 살았던 마르크스의 이야기가 현대를 살고 있는 20대를 설명해줄 수 있다. 마르크스는 하부구조인 경제가 상부구조인 인간 사회의 다양한 관념을 결정한다고 말했다. 인간 사회의 정치, 문화, 철학 등이 경제에 따라 움직인다는 이야기다.

이제 경기는 침체기로 접어들었다. 소비심리가 부진해지면서 기업은 투자와 고용을 줄였다. 기업의 투자가 움츠러들고 고용 환경이 악화되니 소비자들의 지갑은 닫혔다. 부진한 소비는 또다시 기업의 투자를 줄이게 하고, 기업의 소극적인 투자는 다시 고용 악화와 소비 위축으로 이어졌다. 경기 침체의 악순환 구조이다. 이 과정에서 경기에 민감한 자영업자들의 폐업은 속출했다. 비단 우리나라 이야기뿐만은 아니다. 세계적인 추세다.


우리나라는 1988년 이전까지 거의 해마다 10%가 넘는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제조업을 기반으로 성장하던 '한강의 기적'은 옛날 옛적 이야기가 됐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 침체기가 이어졌다. 침체기 속에서 학창시절을 보내고 사회생활을 시작한 20대들은 성장, 즉 내일에 대한 기대가 없다. 미래에는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이 없으니 현재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이런 20대들에게 건네는 목소리는 대부분 위로이다. 특히 올해 출판시장에서 이러한 목소리가 두드러졌다. 연말 교보문고가 발표한 연간 베스트셀러 결산 자료에 따르면, 따뜻한 위로의 말을 건네는 에세이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 <모든 순간이 너였다>,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등이 베스트셀러 상위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교보문고는 올해 베스트셀러의 키워드를 '토닥토닥'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위로는 처방이 되지 않는다. 따뜻한 위로의 말로 잠시나마 마음의 위안을 얻을 수는 있어도 본질적인 해결책을 찾아줄 수는 없다. 야속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우려의 시선을 담은 신꼰대들의 잔소리가 필요하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 깨달은 게 있다. 잔소리도 애정이 있어야 할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지금'에 맞춰져 있는 좁은 시선을 넓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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