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졔졔 Apr 17. 2019

홍콩, 2박3일 뽀개기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이 글은 여행 일정을 제공하거나 유의미한 정보를 담고 있지 않다는 점을 말씀 드립니다. 제 친구들과의 2박 3일 에피소드를 적으려고 해요.


#1. ”디너 크루즈에 왜 누워있어?”

단연 으뜸 에피소드는 첫날밤 디너 크루즈 투어에서 있던 일입니다. 원래 웃긴 에피소드가 100만 가지 정도 되는 친구가 있어요. 그녀를 ‘마코친(마루코 친구)’이라고 부르겠습니다. 홍콩에서의 첫날 밤, 저희는 미리 예약해둔 디너 크루즈를 타러 갔습니다. 마코친은 크루즈에 타자마자 배 앞쪽에 놓인 의자에 앉았습니다. 나머지 애들은 조금 뒤쪽에 놓인 의자에 앉아 사진을 찍기 바빴죠.

“콰-당”

뭔가 떨어지는 소리가 나서 크루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쳐다봤어요. 마코친, 그녀는 크루즈 바닥에 곱게 누워있었습니다. 바람에 휩쓸려 의자가 뒤쪽으로 쏠렸는데 그 의자에 앉아있던 마코친은 앉은 자세 그대로 바닥에 눕혀졌습니다.

심지어 제 옆에 있던 모르는 외국인은 달려가 그녀 손을 잡고 일으켜줬는데요, 저희는 진정한 친구들답게... 그녀를 도와주러 달려가는 길에 웃음이 빵 터지고 말았습니다.

아래 사진은, 넘어지기 전 곱게 앉아있던 친구 뒷모습입니다.


#2. “우리 숙소는 어디?” “홀리데이 인!”

누군가 2박 3일간 홍콩 어디서 묵었냐고 한다면 저희는 ‘홀리데이 인’이라고 대답할 거에요. 거짓말을 하려는 마음은 없어요. 다만 홍콩에 있는 내내 5천번정도 이 대답을 되새김질 했거든요.

저희가 묵은 숙소는 침사추이 정중앙에 있는 ‘빅토리아 호텔’이라는 곳이었는데요, 4인실로 예약했음에도 불구하고 엄청나게 좁은 공간에.. 화장실은 변기 바로 위에 샤워기가 있는 수준이었습니다. 호텔에서 잠자는 순간이 두려워지기 딱 좋은 수준이었어요. 그렇게 저렴한 가격은 아니었는데 이런 후진 호텔을 잡아서 속상했어요. 아닌가? 저렴한 가격일까요? 1박에 1인당 5만원이었어요. 더 쓸걸 그랬나봐요.

아래는, 그럼에도 잘자고 있는 제 친구 사진이에요.


#3. 전세계 훠궈 맛집을 조합하는 그날까지,

저희는 작년 이맘쯤에 다같이 대만을 다녀왔어요. 어디서나 어떤 음식도 가리지 않는 게 저희 친구들 장점인데요, 특히나 훠궈 같은 자극적인 음식을 제일 좋아합니다. 대만에서 훠궈 무한 리필을 싸게 잘 먹었던 게 기억에 남아서, 홍콩에서도 훠궈 맛집을 찾아 다녔어요. 2박 3일 중에 두번이나 훠궈를 먹었는데 첫번째 간 집은 삼계탕 수준의 퀄리티 높은 국물 맛이 인상적이었어요. 하지만 너무 비쌌어요. 뭐 하나 국물 안에 추가하려고 할 때마다 비싼 가격이 맘에 걸려서 맘껏 못 먹었어요.

두번째 간 훠궈집은 무한 리필 집이었는데 소고기를 거의 10인분 먹고 큰 접시 안에 야채를 가득 담아 다섯번을 리필했어요. 그리고 나오는 길엔 이렇게 얘기를 했어요. “우리가 먹은 훠궈집을 믹스해보자면 대만에서 먹은 해산물 퀄리티, 홍콩 첫번째 집의 국물 퀄리티, 홍콩 두번째 집의 소스 퀄리티. 요 세가지를 조합해서 전세계 체인을 내고 싶다.”

아래 사진은 홍콩 첫번째 훠궈 집이에요. 국물 안에 인삼과 대추, 이런 약재들이 한껏 들어가있답니다.


#4. 어마어마한 체력

저희 여행의 마지막 키워드는 ‘어마어마한 체력’이에요. 우선 첫날 새벽 4시에 분당에서 다같이 공항버스를 타고 새벽 7시 비행기를 타서 홍콩에 도착했는데요, 그날 홍콩 섬에 가서 하루종일 2만보를 걷고 밤 늦게까지 술집을 전전하다 새벽 3시에 호텔에 돌아왔답니다.

둘째날 많이 잤냐구요? 9시쯤 일어나서 후다닥 브런치를 먹고 디즈니랜드에 갔어요. 하루종일 비가 내렸는데도 6시간 반 동안 쉼없이 돌아다녔어요. 놀이기구도 거의 다 탄 것 같아요. 퍼레이드가 취소돼서 아쉬운 마음을 안고 다시 홍콩섬에 갔죠. 이날도 새벽 3시까지 놀았어요. 클럽 이런 곳은 너무 시끄럽고 별로라서 피자집 + 꼬치집 투어를 했어요. 란콰이펑에서 밤을 보내실 분들은 꼭 거기 중앙에 있는 피자집과 꼬치집을 가보세요. 웬만한 클럽보다 노래 좋고 음식도 맛있어요.

아래는, 저희 체력의 근원이 된 ‘틈틈이 새우잠 자기’ 스킬을 보여주는 사진이에요.


저희만의 이너 조크(inner joke)일지도 모를 에피소드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혹시나, 홍콩에서의 유의미한 정보 같은 건 이 세상에 이미 너무 많아서, 생략할게요!

작가의 이전글 나만의 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