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다로운 아들 키우기
"엄마~ 형아가 나 때렸어!"
"내가 언제?! 얘는 지가 한건 쏙 빼고 말해서 나만 혼나게 해!!"
라고 소리치며 둘째가 막내의 엉덩이를 걷어찼다. 제 딴에는 약 올리는 동생을 못 참고 응징했나 본데 내가 본 장면은 축구공을 차듯 동생을 발로 차는 둘째의 모습이었다.
앞, 뒤 상황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둘을 떼어놓고 둘째에게 소리치고 말았다.
"어떤 경우에도 때리는 건 안돼!!"
둘째는 억울해했지만, 나는 때리는 장면을 직접 보았으니 둘째 편을 들어지지가 않았다. 게다가 처음부터 둘째가 동생이 갖고 있는 공을 뺏은 것이 화근이라고 보였다. 아침부터 더 혼내고 싶지 않아서
"너 이따 학교 다녀와서 이야기해!"라고 말해주고 학교를 보냈다. 나가면서 둘째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 집에 내 편은 아무도 없어!"
이 말이 하루종일 귓가에 맴돌았다. 쓰린 마음과 함께... 아들이 '우리 집에 제 편이 아무도 없다고 생각한다면 나는 어떻게 해주어야 할까?' 하는 생각과 함께 억울한 마음도 들었다. 뭘 더 어떻게 해줘야 하는 것인가?!!
둘째는 아기 때부터 까다롭고 예민한 아이였다. 그동안 내가 쓴 글에도 많이 나왔지만 육아서를 아무리 읽고 노력을 해도 뜻대로 잘 안 되는 아이가 둘째 아들이었다. 덕분에 나는 많이 겸손해지고 노력하는 엄마로 살 수 있었지만 그 시간이 쉽지 않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아이에게는 부족했는지 몰라도 나는 정말이지 최선을 다했다. 그런데 아이 입에서 나온 말이 '내 편은 없어'라니...
하루종일 지옥에서 헤맸다. 마음이 무겁고 억울하고 답답하기도 했다. 학교가 끝날 시간이 다가오자 어떻게 아이를 만나야 하나.. 고민이 되었다. 아들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무 일이 없었던 듯 맑은 목소리로
"엄마! 나 학교 끝났어. 학교에서 공 차고 갈게!"
"응? 응.. 재밌게 차고 와~."
전화를 끊고 나는 하루종일 왜 고민을 한 거지? 싶었다. 생각하다 그 생각에 빠져버린 것 같아서 허탈하기도 했다. 집에 온 아들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오히려 더 친절한 모습이었다. 나도 아침 일을 말하지 않았다. 저녁을 먹고 둘째가 말했다.
"엄마, 아침에 있었던 일은 그냥 넘어가주면 안 돼?"
"왜?"
"가비랑 화해하고 잘 노니까~."
"그래.." 그렇게 끝났다.
그런데 내 마음 한편엔 여전히 무거운 마음이 남아있었다.
자기 전에 인사를 하면서 둘째를 오랫동안 꼭 안아주었다. 그리고 엄마 아들로 태어나줘서 고맙다고, 너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엄마 큰아들이 너무나 소중하다고 이야기해주며 등을 쓰다듬어 주었다. 훌쩍 커버린 둘째는 아기처럼 안겨 있더니 자러 가면서 "엄마, 내일도 이렇게 안아줘."라고 말했다.
그날 이후로 둘째와는 조금 더 길게, 진하게 안아주며 잠자리 인사를 하고 있다. 아들은 말로 표현하지는 않지만 동생에게 조금은 너그러운 모습을 보이는 것을 보니 내 마음을 느끼고 있긴 하나보다. 아들이 사춘기가 되면 이렇게 안기지 않을 것이다. 지금 많이 안아줘서 좋은 감정을 많이 쌓아둬야겠다.
덧,
이번 일을 겪으며 스스로 결심한 것이 있다. 부정적인 생각을 길게 하지 말 것. 지옥을 보낸 하루동안 내 머릿속에서 우리 아들은 곧 가출이라도 할 것 같았는데 아무렇지도 않았다..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