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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브랭 Nov 07. 2023

팀의 1/3이 부장이다. (2/2)


 무보직 부장 (팀장이 아닌 고년차 선배들)이 팀에 있다는 것은 과거에는 굉장히 불편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한때는 그런 부장들을 모아 한 팀을 만들었다. 무려 20명의 부장들로만 구성된 팀이었다.

 

 그 팀은 심지어 다른 층에 배치시켰다. 그들이 원해서도 있었지만, 같은 층에서 업무하기에는 불편함이 분명 있었을 듯. 그들은 아무 잘못한 것도 없이, 식사시간에도 늦게 내려와 다른 사람들을 마주치기를 피했다. 당시에는 무보직부장은 불명예스러운 것이었고, 회사에서 나가야만 하는 존재로 인식되었다.


 부장들로만 구성된 20명의 팀은, 1년 동안 절반이 퇴사했다. 사실 회사에서 퇴사를 유도했다. 매주 숙제검사 하듯 어떤 업무를 했는지 확인했고, 인사담당자들이 협력사의 자리를 제안하는 등의 면담이 이어졌다. 한 때 팀장이었던, 한 때 회사의 성장을 담당하던 그들에게 너무 잔인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무보직 부장은 각 팀에서, 선배들의 기량을 보이며 좋은 본보기가 되기도 한다. (물론 일부는, 대놓고 아무것도 안 하기도 하는데, HR에서는 모두 보고 있다.) 팀장이었던 그들은 권위를 내려놓고 소통하는데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그것이 생존과 연결되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구조적으로 무보직 부장이 불명예가 아닌 것을 누구나 알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MZ세대의 소통의 폭도 굉장히 광범위 해졌다. 과거와 같으면 나이 많은 선배는 어렵기만 한 존재였겠지만, 지금은 옆에 앉은 경력 많은 선배일 뿐이다. 자녀에 대한 고민을 털어 넣는 부장급 선배와 취업 조언을 하는 후배들. 때론 부동산 투자나 재테크에 대해 묻는 후배와 경험을 나누는 선배들. 구조적 문제는 때론 자연스럽게 해소되기도 한다.



출처 - 그림왕 양치기


[지난 10년간, 국내 1만명이 넘는 회사에, 약 2천명정도를 담당하는 사업부의 인사담당자였습니다. 인사, 교육, 조직문화를 전반적으로 다루면서 느꼈던 요즘 회사 이야기를 가볍게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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