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보노 Jul 10. 2022

물렸어요. 하나도 안 괜찮아요

요즘 회사 일을 제외하면 주식 투자가 뇌의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한다. 깨어있는 시간이 17시간이라면, 대략 6시간은 주식 뇌세포가 가장 강하게 활성화된다.


주식 장이 열리는 날에는 아침에 일어나 미국 시장부터 확인한다. 다우와 나스닥이 상승으로 마감하면 그나마 안심이다. 요즘 변동이 워낙 심해 하루에 3~4%도 우습게 빠진다. 아침을 간단히 먹으며 유튜브를 켜고 경제 방송을 시청한다. 투자한 회사 소식도 살핀다. 온갖 악재가 판을 치는 요즘이라, 별 것 아닌 뉴스에도 괜히 마음이 쪼그라든다. 퇴근 후에는, 일지를 작성한다.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어떤 섹터에 돈이 몰렸는지, 별다른 뉴스는 없었는지, 내 종목은 어떻게 변했는지, 앞으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등.


일지는 하루도 빼먹지 않는다. 주가가 4%가 떨어져도, 3% 오른 날에도, 어김없이 똑같은 루틴을 반복한다. 상승에 기분이 들뜨거나, 하락에 마음이 무너지지만, 이상하게도 3자의 시선으로 관망하듯 정리하고 나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진다(정신승리?).


이렇게 온종일 머릿속이 투자로 가득하다 보니, 글쓰기에 소홀해진 것도 사실이다. 괜히 누군가에게 혼날 것 같지만, 글쓰기에 마음이 가지 않는 걸 어떡하나. 게다가 뭐라도 쓰려면 꽤 오래 몰입해야 하는데, 마음은 이미 콩밭에 있으니 제대로 써질 리 없다. 어쩌면 나는 지금까지 소일거리 하듯 취미로 쓰고 있던 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차라리 주식에 관한 글을 쓰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전문가도 아니고 슈퍼개미 발끝에도 못 미치는 알 속의 개미일 뿐이지만, 요즘 생각을 쓰는 것이 가장 좋은 글쓰기 방법이 아닐까 싶었다. 동시에 글을 쓰지 않는다는 죄책감도 한 스푼 덜어낼 겸.


투자에 이렇게 진심이라고?


우리 부모 세대가 들으면 미치고 팔짝  노릇일지도 모른다. 고도 경제 성장기를 살아온 부모님들에게 주식은 도박과 같았다. 평생 모은 재산을 탕진하고 빚까지 덤으로 얻는 그야말로 인생 쫑나게하는 그시절 호환, 마마와 다를바 없는 존재였다. 게다가 은행에 돈만 넣어놔도 10% 넘는 연이자를 챙겨주니, 굳이 주식시장에 발을 들일 필요 없었다.


세상은 달라졌다. 금리는 바닥에 수렴 중이고(조금 올라왔지만 예전에 비하면 아직도 낮다), 아무리 월급을 모아도 집 한 채 사기도 벅차다. 그래서 다들(특히 20~30대) 주식, 코인, 부동산, 가상자산 등 어떤 식으로든 투자 시장에 참여한다. 그것도 꽤 적극적이다. 그들에게 투자는 빈곤을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투자는 이제 재테크가 아닌 생존의 영역이 되었다.


파이어족이라는 말이 유행하던 시기가 있었다. 2년 전이었던가. 유튜브를 켜면 온갖 파이어족들의 인터뷰로 도배되어 있었다. 30대에 얼마를 벌어 회사를 그만뒀다는 둥, 나스닥 1년 기대 수익률이 10%를 넘으니 15억만 있으면 된다는 둥. 자신감 가득한 표정으로 꿈같은 말들을 내뱉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런데, 이제 파이어족이 보이지 않는다. 호언장담하던 그들은 과연 지금쯤 어떻게 살고 있을까? 대부분 금융자산에 투자했던 그들의 계좌는 안녕할까? 적게는 20%에서 많게는 50% 이상 하락한 현재 상황에서 여전히 파이어족으로 잘 살고 있을까? 어쩌면 다시 퇴사한 회사문을 두드리고 있지 않을까? 진심으로 궁금하다.



시장은 냉혹하다. 절대로 사정을 봐주지 않는다. 당장 생활비가 없는 사람이라고 자비롭게 미소 지으며 돈을 돌려주지 않는다. 철저하게 뺐고 뺏기는 싸움이다. 제로에 가깝던 미국 금리가 2% 가까이 올라왔다. 올 연말이면 3%를 넘기다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 푸틴은 전쟁을 그만둘 생각이 없다. 원하는 걸 얻을 때까진 어떻게든 유지할 모양새다. 운전하기 무서울 정도로 기름 값이 오른다. 이제 경유가 휘발유보다 비싼 게 일반적이다(전기차 사야 하나..). 투기 자산에서 안전자산으로 점점 자본이 이동 중이다. 코인은 이미 박살 났고, 주식도 마찬가지다. 그다음은 부동산?


퍼렇게 멍든 주식 계좌를 볼 때마다 마음이 쓰라리다. 볼 때마다 괜히 마음만 어지럽다. 언젠가 오르겠거니 하며 앱을 지울까 생각해 본다. 경제뉴스를 보는 것도, 기업 분석도, 모두 귀찮다. 이제 주식이라면 치를 떤다. 하지만,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전례 없는 상승장과 하락장은 둘도 없는 학습의 기회다. 언제 다시 이런 극단적인 시장을 경험할 수 있을까. 이런 시기일수록 더욱 깊숙이 시장 안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 뉴스를 보고, 기업을 분석하며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 지켜봐야 한다.


지긋지긋한 하락장, 이제 그만 멈췄으면 좋겠다. 천만이 훌쩍 넘는 개인투자자들의 얼굴에 웃음이 찾아오는 날이 오길 기원한다.



포기하지 말고, 쫄지 말고, 조금만 더 버티자.

매거진의 이전글 주식투자를 위한 변명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