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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노 Mar 28. 2022

모임은 모르는 사람과 함께하는 편이 좋다

내향적인 사람의 모임 참여하기

그렇습니다.  내향적인 사람입니다.


MBTI 테스트를 굳이 하지 않아도 스스로가 내향적임을 너무나  알고 있다. 사람을 만나기보다 혼자 보내는 시간을 선호한다. 모르는 사람과 함께 있는 시간 고통스럽다. 마음에도 없는 말이 불쑥 나오고 식은땀이 줄줄 흐른다. 어떤 모임라도 참석한 날이면 모든 에너지가 소모되어 녹초가 되어 버린다. 나를 아는 사람들은 ‘?’ 하고 의아해할지 모르지만, 정말 나를  아는 사람이라면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할 것이다. 어떤 면에서 나는, 분명 외향적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나는 내향인의 전형이며, 외향적 모습은 필요에 의해 개발된 후천적 성향에 불과하다. 중간 정도의 외향성은 언제나 시전 가능할 정도로 이제는 익숙하지만, 예전에는  한마디 못하고 고개만 숙이고 있던 숙맥이었다.


내향적인 사람들은 새로운 관계를 맺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지나칠 정도로 상대 마음을 헤아리고, 불편한 상황이 없도록  주의를 기울인다. 관계를 발전시키는 것도 조심스럽다. 외향인에 비해 비교적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다만, 성향이 비슷하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동질감을 느끼거나, 취향이 비슷하거나, 연대 의식을 느끼면, 내향인의 친화력은 급속도로 상승한다. 만난  며칠 안된 사이라도, 마치 수년간 알고 지낸  같이 친밀한 사이로 발전한다.


모임을 만드는 방식에서도 내향인 특유의 패턴이 있다. 기본적으로 내향인은 지인을 토대로 관계를 확장한다. 친한 사람에게 소개받고, 친한 사람끼리 모여 새로운 모임을 만들어 간다. 그들은 낯선 환경이 불편하다. 그리고 의지할 누군가 곁에 있어야 안정감을 느낀다. 그래서 아무도 없는 새로운 모임에 기꺼이 참석하기가 쉽지 않다. 용기 부족의 내면과  번이고 싸워 이겨내야 겨우 가능.


업무와 무관한 모임을  동료와 함께하고, 친한 친구들과 스터디를 시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마음만 맞으면 언제든 가능하다. 서로 편한 사이라 부담도 적다. 하지만, 내향인의 모임을 만들어가는 이러한 방식은 간혹 부작용을 낳는다.


예를 들어보자.

회사 사람들과 영어 회화 모임을 만들었다. 모두들 아는 얼굴이다. 실력은  나물에  . 마음이 편하다. 아무렇게나 말해도 지적할 사람 하나 없을  같다. 마음이  부담이 없다. 처음에는 모두 열심이다. 준비도  해온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둘 마음이 풀어진다. 처음 보였던 열정은 사라 슬슬 나태해지기 시작한다. 미리 준비하기로 했던 부분 얼렁뚱땅 기려 한. 누군가 지적하면  그린 걸로 얼굴 붉히냐며 괜히 무안을 준다. 이제는 영어보다 한글로 말하는 시간이 아졌. 스터디와 상관없는 잡담으로 시간을 때운다. ‘영어 회화라는 목적은 오래전에 사라졌, 있으나 마나  친목 모임으로 변질되어 버렸다.


모임이라는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본래의 목적은 상실한  친목으로 변질되기 일쑤다. 하물며 처음부터 긴장감 하나 없는 사람들끼리 시작한 모임이 지속될 거라 믿는 것은 지나친 낙관이다. 차라리 목적에 부합하는 낯선 모임 는 것이 여러모로 낫다. 내향적이라, 마음이 불편해서, 손쉽게 주변 사람들에게 의지하는 것은 결코 자신에게 득이 되지 않는다. 또한 회사 동료와 모임을 만들고, 친구끼리 스터디를 시작하고, 동호회 사람들과  다른 활동을 시작하는 것은 자칫 이전 관계마저 불편하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나는 내향적이야’, ‘내향적이기 때문에 사람들 앞에   없어 같은 자기 제한은 오히려 스스로  깊은 동굴 속으로 밀어 넣는다. 내향적인 사람이라도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하고 싶은 일을 위해 쉽지 않아도 사람들과 소통하는 법이다. 잘못된 자기 자신에 대한 편견 오히려 스스로를 옥죄어 자신의 가능성조차 아버린다.


다행스럽게도 코로나 시국이 세상을 많이 바꿔 놓았다. 대면 모임이 부담스러웠던 내향인들에게도 기회의 문이 열렸다. 모르는 사람으로 가득  곳에서 땀을 삐질거리며 눈치 보지 않아도   있는 것이 많아졌다. SNS, 커뮤니티와 각종 비대면 도구의 발전으로 온라인 모임이 활성화되었다. 직접 만나지 않아도 모니터 속에서 친구가 되고, 서로 의견을 주고받는다. 내향적이라고, 사람들과의 대면이 부담스럽다고, 깊고 좁은 관계에서 허우적대지 말자. 그리고 넓은 세상으로 한 발짝 나아가 보자. 마우스 클릭 한 번과 카톡 한 줄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한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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